1994년부터 2016년까지 세계 조선산업(선박건조·수주·잔량) 순위 변화라는 제목의 유튜브 동영상을 우연히 보았다. 척수 기준의 선박 건조량과 표준화물선 환산톤수 기준의 선박 건조량, 선박 수주량, 선박 수주잔량으로 구분하여 순위와 수치 변화를 보여주었다.
이들 네 가지 요소만 따져봐도 조선 산업의 현황과 미래를 어느 정도 예측할 수 있을 것 같다. 단순화해서 선박 건조량(표준화물선 환산톤수 기준, CGT)의 변화를 보자. 1995년 1위 일본, 2위 한국, 3위 독일(중국과 경합)이었는데 1997년을 기해 중국이 3위를 굳히게 되고, 2002년에는 한국이 일본을 제치고 1위로 올라섰다.
2010년에는 중국이 1위, 한국이 2위, 일본이 3위로 급격한 순위 변화를 맞게 된다. 또 선박 건조량 1위 국가의 선박 건조 환산톤수의 변화를 보면 1994년 일본이 8647CGT, 2002년 한국은 6762CGT, 2009년 한국이 1만2438CGT를 각각 기록한 이후 2010년 중국이 1만8463CGT가 된다.
이후 2013년 1만9000CGT를 정점으로 급격히 감소하여 한국 중국 일본이 각축을 벌였는데, 당시 1위였던 중국이 1만1585CGT를 기록하였다.
선박 건조량도 2008년 세계 금융위기 이후 감소하는데 그 결과가 2013년 이후 나타나면서 현재는 건조량 1위 국가를 기준으로 2013년 대비 60% 수준이다. 더구나 2016년 선박 수주량을 보면 1위인 중국이 3400CGT, 2위인 한국은 2010CGT로 전망이 그리 밝지만은 않다. 게다가 조선 경기가 과연 저점을 찍었는지도 의문이다.
또 우리나라 조선업은 선박 외에 해양플랜트를 대규모로 건조해 왔는데, 결국 해양플랜트의 수요가 우리 조선 산업의 미래 전망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보아야 한다.
지난해부터 틈틈이 조선 산업에 좋은 소식이 들려왔다. 그러나 우리 해운 산업뿐만 아니라 조선 산업은 미래를 향한 산업의 대변혁기에 와 있음이 분명하므로 객관적으로 예상하고 산업을 확대할 것인지, 특화할 것인지 등 다양한 시나리오 아래 재편할 필요가 있다.
첫째, 해양플랜트에서 연안의 석유 시추와 같은 전통적인 수요는 계속될 것으로 보이지만, 2000년대 초·중반에 기대한 바 있는 대규모 발주를 예상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따라서 해양플랜트의 대규모 수주를 예상한 생산설비, 인력의 유지나 확충은 신중하게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둘째, 선박 건조량의 증감은 해운 경기와 연동되는데, 대형 외항 상선의 평균 기대수명을 30년으로 볼 때 해운의 경기 사이클이 크게 30년 주기라는 설명은 상당히 설득력 있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2008년 금융위기로 말미암은 세계 경기침체가 해운 경기 하락의 시발점이었고 현시점은 전 세계 선복량의 최정점으로 볼 수 있으므로 대체로 이 시점부터 30년이 큰 주기로 해운 경기의 하강 국면으로 볼 수 있다. 이런 점을 고려하면 선박의 신규 발주 수요도 그리 많다고 예상하기는 어렵다.
셋째, 최근 2~3년 우리나라가 선박 건조량 1위와 2위를 오르내리는 사실은 긍정적인 부분이다. 이는 선박 설계와 건조에서 최고의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다는 점과 특히 LNG 추진 대형 선박의 엔진과 건조 부분에서 매우 앞서 있는 것 때문으로 분석된다. 이러한 점은 여전히 우리 조선 산업이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추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1990년대 이후 조선업은 우리나라의 기간산업으로 엄청난 외화를 벌어들이고 수십만 명의 고용을 창출한 효자산업이었다. 그러나 세계 조선 산업의 순위 변화를 보면 과거 유럽에서 일본, 다시 한국으로 이동하던 그 중심이 중국 인도 등 신흥 국가로 이동하는 것은 산업의 특성상 어쩔 수 없는 흐름으로 인식해야 한다.
또 해운 경기의 큰 흐름과 해양플랜트의 수요 등을 고려하여 최적의 규모에 대한 논의도 필요한 시점이다. 물 들어올 때 배 띄우라는 말이 있지만, 그것이 배를 띄울 만한 물이 들어오는 것인지, 일시적인 것인지에 대한 분석도 선행되어야 한다.
우리 조선업은 LNG 추진 선박 등 매우 강점을 지닌 분야가 있기 때문에 이러한 분야를 확대하면서 친환경 자율주행 등 첨단 분야의 선박 건조에 선도적 기술을 개발하고 이를 국제해사기구(IMO)를 통해 국제표준화할 필요도 있다. 이런 기반 아래 수익성이 보장되는 경쟁력 있는 산업으로 전환해나갈 시점으로 보인다. 이제는 규모보다는 품질, 수익, 안정적 경영을 전면에 내세우고 긴 안목으로 볼 필요가 있다.
한국해양대 해사법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