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1일 부산 울산 경남 제주지역 대학교 총장협의회 총장단이 ‘동남권 관문공항, 국가균형발전과 청년들의 꿈입니다’라는 제목으로 동남권 관문공항 건설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이날 발표한 성명서 전문을 살펴보면 왜 성명서의 제목에 ‘청년’이라는 단어가 들어간 것인지 의문이 든다.
성명서에는 안전 문제, 소음 피해 등으로 인해 현재의 김해공항을 확장하는 방식의 김해신공항 건설 방안이 적절하지 않고, 결론적으로 동남권 관문공항 건설이 필요하다고 역설하고 있다.
그와 동시에 국가균형발전과 지역발전을 위한 국민들의 염원 또한 상당히 강하다면서 그 정당성을 뒷받침하는 논리적 근거를 주장하고 있다.
추가로 대학이 젊음과 문화, 아이디어와 콘텐츠를 제공하며 지역발전에 활력을 불어넣듯, 동남권신공항도 지역에 더 큰 희망을 불어넣을 것이라는 내용도 있다.
지역의 우수한 학생들이 무조건 서울 소재 대학으로 진학하지 않고 지역대학에서 공부할 수 있고, 이들을 넉넉히 품어 줄 수 있는 강력한 인프라이자 지역경제의 발전과 도약의 모멘텀으로서 동남권 관문공항의 필요성을 거듭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성명서 본문을 아무리 자세히 살펴봐도 청년이라는 낱말은 단 한 차례도 등장하지 않는다.
경제발전에 따른 일자리 창출이라는 가장 일반적인 이야기를 통해 대학교 총장들은 과연 무슨 ‘청년의 꿈’을 이야기하고 싶었을까?
이와 같이 성명서 본문을 세심하게 살펴본 끝에 드는 느낌은 차라리 제목을 ‘동남권 관문 공항, 국가균형발전과 국민들의 꿈입니다’ 정도로 하는 것이 더 적절했을 것 같다.
최근 부산에는 공공임대주택에 대한 님비현상, 부동산을 지키기 위한 이권싸움으로 인해 청년 주거 문제가 이슈로 떠오르기도 하였다.
부산시청 앞 행복주택이 지역 주민의 반대에 막혀 축소된 사례나, 부산환경공단 명지사업소 인근의 행복주택 설치에 대한 지역 주민의 반대를 보면 서로 다른 양상으로 청년이 호명되기도 한다.
부산시청앞 행복주택 규모 대폭 축소 사태의 경우 이 시설에 존재의 정당성을 부여하기 위해 청년이라는 이름을 끌어들인다. ‘청년들의 희망을 짓밟았다’고 하는 이른바 ‘청년 홀대’와 관련한 내용은 자극적이긴 하지만 역시 그뿐이다.
부산환경공단 명지사업소 인근의 행복주택 설치를 반대하기 위해 지역주민들이 청년을 대변하고 나서기도 하였다. 소각장과 같은 기피시설 인근에 청년주택을 만드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는 내용이다.
물론 전혀 근거 없는 주장은 아니긴 하나, 기피시설 인근에 살고 있는 주민들이 굳이 반대를 하는 이유가 의아해서 좀 자세히 살펴 보았다.
그랬더니 소각장과 같은 기피시설의 경우 300m 이내에 거주하는 주민들에게 주민지원기금을 조성해 지원하는데 행복주택이 들어서면 기존 주민에게 돌아가던 혜택이 그만큼 줄어들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그러면 그렇지.
결과적으로 형태와 이유는 다양하게 표출됐지만 행복주택을 반대하거나, 때로는 찬성을 위해 ‘청년’을 호명한다.
하지만 반대 세력과 찬성 세력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그 자리에 주거문제 해결이 진짜로 필요한 청년들이 존재하는지는 확인되지 않는다.
88만원세대, 수저세대, N포세대 등 매번 새로운 청년담론이 등장한다.
근저 ‘청년팔이사회’(2019, 오월의봄)의 저자 김선기 씨는 학자, 마케팅이 만들어놓은 청년담론에 기성세대의 욕망이 담겼다고 말한다.
청년 스스로가 아닌 타자에 의해 만들어진 담론, 청년들이 끊임없이 타자화되는 방식으로 호명되는 과정은 원래의 의도가 어떠했든 오히려 지역사회에서 청년이 설 자리를 없애고 있는 것은 아닐까.
심오한연구소 공동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