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렬하는 태양과 푸른 파도의 싱그러움도 없이 온통 회색빛 궂은 날씨로 얼룩진 여름을 뒤로하고 상쾌한 바람이 초가을의 따가운 햇살을 시원스럽게 갈라놓는다. 아직 조지 거슈윈 ‘Summer Time’의 선율이 짧았던 여름밤의 여운을 남겨 주지만, 추억의 명화 ‘9월이 오면’의 주제곡이나 페티킴의 노래 ‘9월의 노래’가 가까이에 와 있는 계절의 변화를 실감한다. 사실 9월은 가을이라기엔 어정쩡한 달이기도 하지만 태양에너지를 받은 대지의 기운이 영그는 결실의 달이요, 로맨티시스트들이 인생의 숭고한 맛을 느끼며 노스탤지어에 물들기 시작하는 때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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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차이콥스키의 피아노 트리오 A단조 앨범 자켓. |
필자는 이달의 음악으로 이러한 계절의 공허함을 메워주면서 인생의 숭고함을 느낄 수 있는 음악으로 멘델스존의 교향곡 5번 D단조 OP.107 ‘종교개혁’과 차이콥스키의 피아노 트리오 A단조 OP.50 ‘어느 위대한 예술가의 생애’를 추천하고자 한다.
멘델스존은 바이올린 협주곡 E단조와 피아노 음악 ‘무언가’ 등으로 우리에게 친숙한 작곡가이지만, 음악사적으로 볼 땐 작곡가뿐만 아니라 연주자로서 또한 당대 최고의 지휘자로서 이름을 날렸으며 약관 20세에 독일 라이프치히 게반트하우스 오케스트라를 지휘하면서 저 위대한 요한 세바스티안 바흐의 ‘마태수난곡’을 100년 만에 햇빛을 보게 하는 등 수많은 명곡을 발굴해서 소개한 위대한 음악가라 할 수 있다.
멘델스존은 교향곡을 다섯 곡 작곡했지만 이 가운데 3번 ‘스코틀랜드’, 4번 ‘이탈리아’, 5번 ‘종교개혁’ 등이 유명하다. 특히 이달의 추천곡으로 소개하는 5번 ‘종교개혁’은 멘델스존이 21세 때 쓴 곡으로, 16세기 마르틴 루터가 단행한 종교개혁 30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쓴 작품이다. 전체적으로는 자유로운 시적 서정성과 감미로움을 느낄 수 있는데 특히 이 곡의 3악장은 조용히 기도하는 듯한 느린 선율로 이어지고 종교적인 숭고함을 그리는 듯 대단히 평화롭고 맑은 심성을 자아낸다.
차이콥스키의 피아노 트리오 A단조는 ‘어느 위대한 예술가의 생애를 위하여’라고 붙인 부제에서 알 수 있듯 차이콥스키의 은사이며 절친인 니콜라이 루빈스타인의 죽음을 애도하며 작곡한 곡으로, 전체적으로 비통함과 우수가 짙게 드리워져 있다. 니콜라이 루빈스타인은 한때 차이콥스키가 작곡한 피아노 협주곡 1번이 난해하다는 이유로 초연을 거절한 후 차이콥스키와 관계가 서먹해진 때도 있었지만, 그 후 서로 화해하여 차이콥스키의 피아노 협주곡 1번을 연주해서 국내외에 열심히 소개하는 등 관계가 다시 좋아졌다는 얘기는 너무도 유명하다. 특히 이 곡의 2악장에는 당대 최고의 피아니스트였던 니콜라이 루빈스타인을 염두에 두고 작곡한 듯 피아노의 명인기적인 측면이 두드러져 있으며 두 사람의 우정을 기리는 애틋함이 곳곳에 묻어난다. 필하모니 대표·음악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