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지면에 오르는 ‘전통문화 체험’ ‘전통문화의 맥’ 등의 기사 내용은 과거 우리 전통문화의 유구한 역사와 그 가치를 느끼게 한다. 하지만 단순히 과거에서 현재로만 이어지는 전통문화의 가치를 언급하는 것보다 미래로 이어지는 역할에 대한 실제적 의미를 되새겨볼 필요도 있다.
미국의 인류학자 클리포드 기어츠는 “문화란 삶에 대한 인간의 지식과 태도를 소통하고 지속시키고 발전시키는 상징적 형식으로 표현되어 전달된 개념의 체계”라고 했다.
전통문화의 시대적 역할은 문화콘텐츠로 창조적 변형을 하고 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서는 문화콘텐츠를 ‘문화 예술 학술적 내용의 창작 또는 제작물뿐만 아니라 창작물을 이용해 재생산된 모든 가공물 그리고 창작물의 수집, 가공을 통해 상품화된 결과물들을 모두 포함하는 포괄적 개념’으로 정의한다. 최근에는 온라인 매체에 한정하는 것이 아니라 오프라인 영역에서 지적·정서적으로 향유하는 모든 종류의 무형자산을 포괄적으로 지목하는 것으로 개념을 확장하기도 한다. 결국 문화콘텐츠는 문화적 내용물로 우리 사회가 공유하고 있는 모든 것과 직간접적으로 연관성을 갖고 있다. 특히 황금알을 낳는 거위에 비유될 만큼 고부가가치를 만들어내는 문화콘텐츠 산업의 핵심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 문화콘텐츠의 보유는 경제적 측면뿐만 아니라 엄청난 문화적 영향력을 갖게 돼 국가 경쟁력의 척도가 되기도 한다.
그럼 우리의 문화콘텐츠는 무엇일까. 전통문화를 바탕으로 성장한 ‘한류’일 것이다. K-팝, K-드라마로 상징되는 대중문화를 넘어 우리의 의식주와 문화 정체성이 반영된 콘텐츠 전반을 대상으로 하는 광범위한 문화 현상이 세계의 문화를 이끌고 있다. 대표 주자인 방탄소년단(BTS) 등이 세계를 매료시키는 한류의 기원을 살펴보기 위해 기업문화재단에서 발간하는 ‘문화와 나’에서 몇 가지를 발췌해보았다.
먼저 ‘흥의 무대’가 된 백제기악이다. 한류 열풍의 원조국으로 불리는 백제는 오늘날 한류에 버금가는 흥과 멋으로 당시 주변국들의 관심을 받았다. 특히 7세기 일본에 전해진 백제기악은 기악 노래 무용이 어우러진 종합예술로 국제도시였던 중국 장안, 일본 나라 등지로 전해지며 주변국들의 전통 연회에 굵은 족적을 남겼다. 고려청자와 고려지도 빼놓을 수 없다. 도자예술의 백미인 고려청자와 종주국을 매료시킨 고려지는 주변국들의 찬사가 끊이지 않았던 명품이다. 이 같은 명품의 탄생에는 쉼 없이 진화해온 예술적 감각과 치열한 장인의 손길이 있었다. ‘국경을 넘은 퇴계학’도 있다. 퇴계 이황(1501~1570)의 저술들은 유학의 본고장 중국과 일본에서 오늘날에도 여전히 주목받고 있다. ‘주자(1130~1200) 이후 일인자’라는 칭송과 함께 일본에서 꽃피운 퇴계학은 서양의 관심을 끈다. 미국 독일에 퇴계학연구원이 창설되고, 국제학술대회가 열린다. ‘조선의 예술혼’ 허난설헌(1563~1589)과 추사도 있다. 허난설헌의 시문집 ‘난설헌집’은 명나라에서 먼저 간행돼 당시 “허설난헌의 시집으로 종잇값이 올랐다”고 할 정도로 찬사를 받았다. 추사 김정희(1786~1856) 역시 당대의 국제적 명사로 폭넓게 교유하고 지식을 나눈 중국의 학자들뿐만 아니라 일본의 지성들에게도 그의 글씨는 귀하게 대접받았다. ‘조선통신사’도 어깨를 나란히 한다. 17세기 이후 그들의 활약으로 한일 양국에서는 학술 예술 의학 등을 망라하는 거대한 문화교류가 이뤄졌다. 일본 각지를 경유하며 유학자 문인 화가 의사를 비롯해 민중에 이르기까지 교류하며 근세 일본 문화에 영향을 끼쳤다.
이 밖에도 많은 우리의 고유문화자산이 산재할 것이다. ‘역사가 미래이다’인 것처럼 지금 우리에게는 전통문화에 대한 자부심과 함께 인문학적 통찰력을 통한 전통문화 자산의 의의와 재해석으로 무한의 가치로 발전시켜야 할 것이다. 전통문화는 우리의 과거가 아닌 미래이자 다시금 돌아보아야 할 소중하고 값진 자산이기 때문이다.
일신설계 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