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대목장이란 게 있었다. 설이나 추석 등 큰 명절을 바로 앞두고 서는 시장을 말한다. 상설 시장이 부족했던 시절 대목장이 서면 밤늦도록 불을 켜놓고 물건을 사고팔았다. 그때는 명절이면 돈이 돌고 돌았다. 주머니가 가벼운 서민도 아껴뒀던 돈을 풀었다. 제사용품은 기본이다. 새 옷 한 벌, 양말 한 켤레도 이때 샀다. 대목이면 이발소 목욕탕은 줄을 잇는 손님에 날을 새가며 영업을 해야 했다.
그래서 대목 경기란 게 있었다. 명절이 코앞에 다가온 단대목 때 한몫 잡아야 이후 삶이 편했다. 이는 상인만이 아니다. 기업이나 월급쟁이도 마찬가지다. 특히 월급쟁이는 설이나 추석 상여금을 받는 날이면 공돈이 생긴 것처럼 좋아했다. 상여금을 월급봉투에 든 현금으로 받던 시절 주체하기 힘든 그 기쁨을 요즘 세대는 모를 것이다. 물질의 풍요는 지금보다 덜하지만, 삶은 예전이 더 행복했던 것 같다. 추억이라서 그런가.
예전부터 대목이면 나오는 뉴스 가운데 하나는 사상 유례없는 불경기와 명절 특수 실종일 것이다. 대게 기업이나 노동자, 상인을 상대로 한 실태조사를 기반으로 한 뉴스다. 따라서 실제 경제 지표보다 체감 경기가 반영된 측면이 많은 것이다. 우리 경제가 꾸준히 성장해 세계 10대의 경제대국이 된 걸 보면 더욱더 그런 생각이 든다.
올해도 조사 대상의 72.5% 기업이 작년보다 추석 경기가 나쁘다고 답했다는 뉴스가 어김없이 보도됐다. 상여금을 줄 계획인 기업의 비율은 65.4%로 작년보다 4.8%포인트 줄었다고 한다. 국내 경기 회복세를 예상하는 시점에 대해서는 응답 기업의 42.4%가 2022년 이후로 답했다. 관련 보도도 예사롭지 않다. 대목 특수 실종 우려는 여전히 나온다. 여기에다 일본 경제 제재, 미국과 중국의 무역 전쟁 등 해외발 악재까지 겹치면서 대목 분위기를 더 어둡게 한다.
소비 심리는 극도로 위축돼 자영업자의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란다. 대기업 등의 금고 잠그기는 당분간 재투자가 많지 않을 것이란 사실을 시사한다. 높은 실업률의 단기간 해결은 힘들 듯하다는 분석의 한 요인이기도 하다. 이 같은 현상이 지속하면 소득 양극화와 불평등 현상은 심화한다. 배고픈 건 참아도, 배아픈 건 못 참는 게 사람의 생리가 아닌가. 상대적 박탈감이 클수록 사회적인 갈등은 더 많이 일어난다. 이런 대목 경기 예측이 올해는 틀리기를 기대해 본다.
정순백 논설위원 sbjung@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