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부산메디클럽

[데스크시각] 가습기 살균제 참사를 기억해야 하는 이유 /임은정

  • 국제신문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9-09-04 19:41:03
  •  |  본지 30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돌 무렵부터 15년가량 산소통을 달고 사는 아이가 있다. 2003년 건강하게 태어난 아이는 돌을 앞두고 응급실에 실려갔고, 11개월 만에 집으로 돌아갈 때는 스스로 호흡할 수 없어 목에 구멍을 내 산소 튜브를 끼고, 코에 호스를 달았다.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인 임성준 군. 2016년 국회 국정조사 청문회에 나온 성준이(당시 13세)는 무거운 산소통에 이어진 튜브를 코에 연결한 모습이었다. 이후 여러 방송과 신문에 소개된 성준이의 모습을 지켜보면서 참담했고, 아팠다. 산소통을 끌고 다니며 학교에 가고, 폐 질환으로 비롯된 합병증인 아토피성 피부염으로 온몸을 긁고 있거나, 2, 3년에 한 번씩 기도삽관 수술을 하는 등 힘겨운 삶을 이어갔다.

어디 성준이뿐이겠는가. 가습기 살균제를 사용했다가 사망한 것으로 드러난 이는 1400명이 넘고, 피해 신청자는 6500명 이상이다. 오랜 기간 가습기 살균제가 각 가정의 필수품으로 인식됐기에 현재 얼마나 많은 사람이 고통받고 피눈물을 흘리고 있는지 짐작조차 되지 않는다.

가습기 살균제 참사가 세상에 드러난 지 올해로 8년. 2011년 8월 31일 질병관리본부가 ‘원인 미상 간질성 폐렴’의 원인이 가습기 살균제에 있다는 결과를 발표하면서부터다. 당시 관련 기사를 보며 가슴이 쿵 내려앉았던 기억이 있다. 첫 아이가 두 돌이 채 안 됐을 때, 불과 얼마 전까지 집 욕실에 놓여 있던 ‘옥시싹싹 가습기당번’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살균 99.9%, 아이에게도 안심’이라는 문구를 믿고 몇 차례 사용했던 터였다. 매일 사용하기 귀찮아 쓰는 둥 마는 둥 하다 버렸던 게 아이를 살린 것이라 생각하니 정신이 아찔했다.

다시 성준이를 떠올린 건 ‘조국 인사청문 정국’에 다소 주목을 덜 받은 가습기 살균제 참사 진상 규명 청문회 때문이다. 지난달 27, 28일 제조·판매기업 관계자와 전현직 관료들을 대상으로 열린 청문회는 한동안 잊고 있었던 참사의 기억을 소환했다. 사건이 수면으로 떠오른 지 8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가해자 처벌은 더디고, 피해 보상은 막막했다. 무엇보다 살인 물질을 만들고 팔았던 대기업과 관리 감독의 책임이 있는 정부는 발뺌하거나 책임을 회피하는 데 급급했다. 가습기 살균제 기업 중 가장 많은 피해자를 낸 옥시레킷벤키저의 대표는 “정부가 보다 안전한 기준을 만들고 관리 감독을 철저히 했다면 이런 참사가 일어나지 않았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피해자와 가족에게 사과하겠느냐는 질문에 전 환경부 장관은 “현직 대통령이 사과했지 않느냐…1990년대는 인터넷이 없어 원인 물질을 엄격히 규제하는 외국의 사례를 참고하기 어려웠다”며 사과를 거부했다. 무성의한 답변이 이어진 청문회는 사람의 생명보다 이익을 우선하는 기업, 안전하지 못한 제품을 걸러내지 못한 정부의 무능력과 복지부동을 확인하는 자리였다.

가습기 살균제 참사를 다룬 저서 ‘빼앗긴 숨’은 한국에서만 벌어진 참사의 배경을 자세히 소개했다. 다른 나라에서는 화학물질을 사용한 살생물제가 쉽게 유통될 수 없고, 규제 역시 훨씬 까다로우며, 화학제품을 바라보는 인식도 우리와 크게 다르다고 했다. 유공(현 SK케미칼)이 처음 가습기 살균제를 시판하던 1994년부터 별다른 검증 절차를 거치지 않았고, 이후 17년 동안 안전성이 전혀 입증되지 않은 채 유통됐다. 이런 끔찍한 결과를 낳은 가습기 살균제는 과거 대형마트 매대 위에 당연하다는 듯 자리 잡고 있었다. ‘빼앗긴 숨’의 저자는 돈을 버는 데 혈안이 된 기업과 두 손 놓고 있던 정부 탓에 국민이 살생물제의 실험 대상이 됐다고 한탄했다.
당사자가 아니기에 이번 참사도 강 건너 불구경하듯 ‘남의 일’로 여길 수 있다. 하지만 가습기 살균제 참사와 같은 환경재난은 사람을 가리지 않는다. 이번에는 다행히 ‘내 일’이 아니었지만 외면하고 망각했다가는 언제 어떻게 일어날지 모를 또 다른 재난을 겪을 수 있다. 피해자들이 기업과 국가로부터 제대로 된 배상을 받는지, 관련법이 제정돼 다시는 안방에서 벌어지는 대량 학살을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지 끝까지 기억하고 지켜봐야 이 같은 비극에서 벗어나게 될 것이다.

독자여론부장


[국제신문 공식 페이스북] [국제신문 인스타그램]

 많이 본 뉴스RSS

  1. 1기장드림캠핑페스티벌 등 행사 줄줄이 ‘발목’
  2. 2[국제칼럼] 극단적 국론 분열, 조국(曹國)이 뭐길래 /김경국
  3. 3강한 비바람에 무너지고, 날아가고…주말 ‘아수라장’
  4. 4강풍·물폭탄…부울경 속수무책 당했다
  5. 526일부터 대정부질문…2차 ‘조국 대전’ 짙은 전운
  6. 6‘동부산 이케아’ 일자리 500개…채용행사 3900명 몰렸다
  7. 7이기섭 8단의 바둑칼럼 <2401> 제6회 대주배 남녀 프로시니어 최강자전
  8. 8‘해방 공간’ 시기 대마도 체류 조선인, 산속서 숯 굽는 일 하며 연명
  9. 9‘5중 안전장치’ 라더니 스크린 도어 파손에도 먹통
  10. 10저도 유람선 예약 두 달치 꽉 차
  1. 1한국당 "2030년 1인당 국민소득 5만 달러 달성"…'민부론' 발표
  2. 2'황교안표' 첫 경제정책…총선 표심 겨냥한 '정책투쟁' 시동
  3. 3한국문화예술위 정부지원사업 수도권 집중…지방은 1~2%대 그쳐
  4. 4與, 한국당 '민부론'에 "혹세무민…MB·朴정부 정책 재탕"
  5. 5文대통령, 미국 뉴욕 향발…24일 트럼프와 한미정상회담
  6. 626일부터 대정부질문…2차 ‘조국 대전’ 짙은 전운
  7. 7나경원 “문 대통령·조국·황교안·저의 자녀 모두 특검하자”
  8. 8오거돈, 김정은 부산 초청 거듭 요청
  9. 9민생론·민부론…여야, 총선 표심 겨냥 정책경쟁 시동
  10. 10류석춘 교수 ‘위안부는 매춘’ 망언 국민적 공분 확산
  1. 1‘동부산 이케아’ 일자리 500개…채용행사 3900명 몰렸다
  2. 2하나·우리은행 DLF 투자피해 25일 첫 소송 제기
  3. 3 관광사업체 맞춤형 지원 필요
  4. 4산업용 전기 사용량 4개월 연속 감소
  5. 5앞 대천천, 뒤 금정산자락…명당에 둥지 튼 ‘화명 3차 비스타동원’
  6. 6길산그룹, ‘한중 합작법인’ 부산유치 막판 설득전
  7. 7입어보지 않고도 딱 맞는 옷 고른다
  8. 8지역 관광업체 45곳 입주…커뮤니티 조성해 정보교류·시너지 효과
  9. 9한국 WTO 양자협의 제소에 일본 정부 “요청 수용하겠다”
  10. 10부산 미분양 감소세 뚜렷…사하구 관리지역 해제 ‘청신호’
  1. 1부산 태풍 상륙 시간은…실시간 위치 ‘중형급 크기’
  2. 2제17호 태풍 ‘타파’ 현재 위치는?…서귀포 남쪽 약 150㎞ 부근
  3. 3김해공항 부산항 올스톱...부산 태풍으로 1명 사망, 피해 속출
  4. 4제17호 태풍 ‘타파’, 부산 태풍경보 발효…최대 500㎜ 비 더 내린다
  5. 5제17호 태풍 타파에 남해안 비상...김해공항, 제주공항 이용객은 운항정보 확인 필수
  6. 6'보이스 코리아' 출신 가수 우혜미, 21일 자택서 숨진 채 발견
  7. 7합천군청 공무원 2명이 잇달아 숨져
  8. 8부산 사하구 감천동 주택 옹벽 일부 붕괴…인명 피해 없어
  9. 9제주 통과한 태풍 ‘타파’ 오후 10시 부산 최근접
  10. 10강풍에 해운대구청 주차 차량 파손 ...맞은편 건물 옥상 철판 추락 탓
  1. 1‘3-0 완승’ 대한민국 여자배구, 남은 건 반등? … (일) 아르헨티나 잡고 연승 도전
  2. 2토트넘 울린 VAR 판정...포체티노 "손흥민 VAR 판정 인정"
  3. 3 ‘한국 선수와 악연’ 로드리게스 스티븐스 맞대결
  4. 4‘챔스 데뷔’ 이강인, 라리가에서도 활약할까?… ‘감독 교체 영향’ 어떨까 관심 급증
  5. 5아시아드CC 이름 'LPGA 인터내셔널 부산'으로 바꾼다
  6. 6‘10점 만점’ 황희찬, 챔스 이어 리그 출전 앞둬…‘2위’ 린츠와의 승점 차이 벌릴까?
  7. 7UEFA 슈퍼컵에서 명승부 연출한 첼시와 리버풀, PL에서 ‘리매치’… SPOTV NOW 독점 생중계
  8. 8운명의 광주전…아이파크, 선두 경쟁 불 지필까
  9. 9유영의 트리플 악셀 US피겨클래식 2위
  10. 10태풍에 줄줄이 순연…일정 꼬인 프로야구
우리은행
지방분권으로 도시 살린다
대학이 가져온 ‘부’- 독일 하이델베르크
지방분권으로 도시 살린다
친환경에서 캔 ‘노다지’- 독일 프라이부르크
강동진 칼럼 [전체보기]
진정한 탈일본을 결단할 때
이기대·청사포가 눈앞서 사라진다면
기고 [전체보기]
수입식품 맞춤형 보관시스템 구축을 /박희옥
바이오산업을 국가주력산업으로 /이상희
기자수첩 [전체보기]
‘님비시설’ 된 행복주택 /김영록
부산시 지역대부터 챙겨라 /임동우
김용석 칼럼 [전체보기]
귀농 귀어 귀촌에도 균형발전 없는 나라
달에는 토끼가, 지구에는 청룡이 산다
김지윤의 우리음악 이야기 [전체보기]
힐링의 악기 ‘깡깡이’ 해금
조선 시대 선비들의 음악문화
뉴스와 현장 [전체보기]
사라진 촛불, 다시 밝힌 촛불 /박태우
부산 미술계에 부는 새바람 /정홍주
도청도설 [전체보기]
기후 파업
시국선언
문태준 칼럼 [전체보기]
가을과 다섯 수레의 책
조선시대 ‘북캉스’ 풍경
박상현의 끼니 [전체보기]
기장 멸치액젓과 스팸
포르투갈의 ‘치보르나 드 바깔라우’
사설 [전체보기]
부산시 산하 센터 구조조정 과감하게 밀어붙여야
비핵화 협상 긍정 신호, 한미 정상회담 결과 기대 크다
이상이 칼럼 [전체보기]
중앙정부와 지자체 복지 역할 재정립
‘건강보험 하나로’와 문재인 케어
이은화의 미술여행 [전체보기]
패배한 청년의 초상
예쁘고 행복한 그림의 화가
이홍 칼럼 [전체보기]
감정적 대응은 일본을 웃게 만든다
일본은 실수했다
장재건 칼럼 [전체보기]
동력 잃은 검찰개혁
지소미아, 쪼개진 국익
조영석의 음악이야기 [전체보기]
가을의 문턱에서…
더위 식혀주는 음악들
최태호의 와인 한 잔 [전체보기]
나를 변화시키는 와인
은은한 피노누아 같은 사람
황정수의 그림산책 [전체보기]
연객 허필의 ‘묘길상도’
김윤겸의 실경산수 ‘태종대’
  • 골든블루배 골프대회
  • 2019맘편한부산
  • 지역경제 살리기 정책 콘퍼런스
  • 기장캠핑페스티벌
  • 제21회부산마라톤대회
  • 엄홍길 대장 시민초청 강연회
  • 2019국제에너지산업전
  • 2019 ATC 부산 성공기원 시민대회
  • 2019아시아 트레일즈 컨퍼런스
  • 사하관관사진공모전
  • 유콘서트
  • 어린이극지해양아카데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
스토리 박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