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시대에도 지금처럼 구경꾼이 모인 가운데 서로 운동 역량을 겨루는 일이 있었을까. 각종 문헌은 그렇다고 답한다. 특히 18세기에 제작된 김홍도의 ‘씨름’이나 유숙의 ‘대쾌도’에는 이런 풍속이 아주 잘 그려져 있다. 김홍도의 그림은 단옷날 열린 씨름 경기를, 대쾌도는 택견을 소재로 삼았다.
더 시선을 끄는 것은 두 그림에 모두 엿판을 멘 엿장수가 등장한다는 점. 물론 그날 엿이 얼마나 팔렸을지는 누구도 알지 못할 터. 다만 조선 시대 사람들도 엿 같은 주전부리를 먹으며 경기를 즐겁게 관람했음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겠다.
엿장수는 1970, 80년대까지만 해도 동네 거리에서 쉽게 볼 수 있었다. 간식거리가 귀했던 시절이라 어른 몰래 집에서 가져온 빈병으로 엿을 바꿔 먹지 않는 아이가 드물 정도였다. 한 번 엉키면 잘 떨어지지 않는 성질 덕분에 엿은 입시철에도 큰 인기를 끌었다. 학부모들은 자녀들의 합격을 기원하며 고사장 담벼락 곳곳에 엿을 붙였다.
엿이 포함된 여러 문구 중에는 ‘엿 먹어라’와 같이 남을 비하하는 의미를 띠는 수도 있다. 유래는 아직 명확하지 않으며 정설도 없다. 어떤 이는 조선 시대 남사당패가 여자 성기를 지칭하는 은어로 엿이라는 단어를 썼다는 주장을 한다. 한편에서는 1929년 작가 윤백남이 신문연재 소설에서 ‘엿 먹어라’를 욕설의 일종으로 기술한 것을 근거로 엿이 꽤 오래전부터 부정적인 뜻으로도 사용됐다고 결론을 내린다.
요즘은 수요가 줄어든 까닭에 특별한 일이 아니라면 엿이 화제가 되기는 힘든 게 사실. 그런데 얼마 전부터 윤석열 검찰총장에게 엿이 무더기로 배달되기 시작하면서 이 물건의 ‘참 뜻’을 두고 설왕설래가 이어지고 있다. 검찰이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와 관련된 의혹 수사에 착수한 이후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어서다. 윤 총장에게 전달된 엿 바구니에는 대개 ‘많이 드시고 건강하세요’라는 글들이 적혀 있다고 한다. 겉만 봐서는 수신인의 건투를 기원하는 문구임이 분명하다.
그러나 마냥 그렇게 받아들이기 어려운 부분도 있다. 최근 유튜브 등을 중심으로 조 후보자 수사에 대한 반대의 뜻에서 윤 총장에게 엿을 건네자는 움직임이 있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조 후보자에게는 윤 총장 사례와는 반대로 격려 차원의 꽃이 대량 전해지고 있어 묘한 대조를 이룬다. 선물을 보낸 의도는 당사자만이 알 일. 하지만 그냥 넘기기에는 조 후보자 임명 논란을 둘러싼 진영 갈등의 골이 너무 큰 듯하다.
염창현 논설위원 haorem@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