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의 한 식당에서 중국산 조개젓을 먹고 200명 가까이가 A형 간염에 감염된 사실이 최종 확인됐는데도 정부 보건당국이나 부산시의 대처가 지나치게 안이하다. 집단 발병이 일어나고 3개월이 됐는데도 균의 유입 경로를 밝혀내지 못했을 뿐 아니라, 정확한 역학조사가 이뤄지지 않았음에도 해당 식품을 자체 폐기하도록 업체에 맡겼다. 특히 문제가 된 조개젓의 제품명을 공개하지 않고 이미 유통 중인 식품 회수에는 손을 놓고 있어 소비자들이 여전히 위험에 노출돼 있는 상황이다.
A형 간염의 원인균이 조개젓의 원재료에 있었는지 아니면 가공과정에서 유입됐는지 밝혀내는 것은 최근 집단 발병 사례들의 상관관계를 파악하고 추가 확산을 막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작업이다. 원인균 오염 경로를 조사하지도 않은 상태에서 문제 제품을 폐기하도록 한 보건당국의 조치를 그래서 이해하기 힘들다. 제조업체의 폐기 과정엔 행정기관이 입회하지도 않았다고 한다. 질병관리본부와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지난 7월 충남의 한 병원에서 A형 간염이 집단 발병했을 때 바이러스의 유입 경로를 추적하고 제품의 수거와 폐기를 명령하는 한편, 제품명도 공개해 시민들의 주의를 당부했던 것과는 매우 대조적이다.
마뜩잖기는 부산시의 대응도 마찬가지이다. 시는 발병 초기 A형 간염의 시발점으로 지목된 식당에서 조개젓 샘플을 확보하지도 못했다. 그러는 사이 식당 손님 161명에게서 A형 간염이 발병했고 보균자도 20명이나 나왔다. 올해 부산시 감염환자 401명의 절반이 한 식당의 음식 때문이었다.
분명한 원인이 존재하면 숙주부터 제거하고 추가 위험을 최소화하는 게 보건당국이나 지자체가 할 일이다. 질본과 식약처는 조개젓 업체의 실명을 지금이라도 공개하고 제품의 유통 여부를 확인해 하루라도 빨리 회수해야 한다. 부산시 역시 “유행 종료”라며 안심할 게 아니라 지역 내 음식점 등에 관련 내용을 알려 경각심을 높여야 할 것이다.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