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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이라는 외자 이름을 지어주신 아버지 덕분에 내 이름은 모두 쉽게 기억하는 이름이 됐다. (…) 학년이 바뀔 때마다 내 이름이 호명되길 은근히 기다리며 미리 교과서를 읽어 준비하곤 했다. (…) 특이한 이름 덕에 나는 칭찬의 맛을 알게 되고 인정 욕구가 충족되는 경험을 한 것이다.” 조국(曺國)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2014년 펴낸 ‘왜 나는 법을 공부하는가’의 한 대목이다. 독특한 그의 이름은 이후 삶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16세 최연소로 서울대 법학과에 합격했던 그는 사법시험을 아예 보지 않았다. 그 이유로 “‘육법당(陸法黨)’이 되지 않기 위해서”라고 말하곤 했다. 육법당이란 1980년대 전두환 신군부 정권을 떠받치던 민주정의당의 별칭. 육사 나온 군 출신 당 지도부를 머리 좋은 서울법대 율사 의원들이 돕는 모양새를 비꼰 말이다. 개인의 입신양명보다는 조국(祖國), 즉 대한민국의 바른 미래를 위한 나름의 결단이었다는 얘기다. 법무부 장관으로 지명된 뒤 맞닥뜨린 ‘사노맹(남한사회주의자노동자동맹)’ 논란에서도 ‘조국(祖國)’ 논리가 등장한다. “아무리 세상이 변했다고 해도 국가 전복을 꿈꾸는 조직에 몸담았던 사람이 법무부 장관에 앉는 것이 도대체 말이 되는 이야기냐.” 공안검사 출신 황교안 한국당 대표가 발끈하자 그는 이렇게 맞받았다. “20대 청년 조국은 부족하고 미흡했다. 그러나 뜨거운 심장이 있었기 때문에 국민의 아픔과 같이하고자 했다.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의혹 해명을 위해 나선 지난 2일 기자간담회에서도 마찬가지. “세상에서 저를 ‘강남 좌파’라고 부르는 걸 잘 알고 있다. (그래서) 한계를 가지고 있지만 제가 할 수 있는 것은 해보려 한다. 우리나라의 국가 권력이 어떻게 바뀌는 게 좋겠다, 정치적 민주화가 어떻게 됐으면 좋겠다는 것을 고민해 왔고, 그 점에서 나쁜 평가를 받지 않았다.” 자기 이름과 동음이어(同音異語)인 ‘조국(祖國)’. 그의 사고와 행동을 정의하고 설명하는 ‘열쇠 말’로 보인다. 한마디로, ‘조국(曺國)을 조국(祖國)으로 인식’하는 ‘조국의 조국화(化)’인 셈이다.
지난달 9일 법무부 장관 지명 이후 시작된 이른바 ‘조국대전(大戰)’. 사노맹 관련 사상 논쟁에서 비롯된 ‘조국 의혹’은 편법 재산 증식을 넘어 딸 특혜 입학 논란으로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이 과정에서 그가 뱉어온 말과 다른 위선적 실체가 명백히 드러났다. 민심은 분노했고, 여론은 악화일로를 치달았다. “국민 여러분께 참 송구하다”면서도 자진사퇴를 거부했다. “제가 짊어진 짐을 함부로 내려놓을 수도 없다”는 이유에서였다. 이에 ‘어용 지식인’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분기탱천하고 나섰다. “아직 조국이 법적 위반을 한 게 하나도 없었다. 무조건 조국을 떨어뜨려야 한다는 욕망이 언론 보도를 지배하고 있는 것 같다.” 기다렸다는 듯, 여권 잠룡들이 일제히 거들고 나섰다. “비이성의 극치인 마녀사냥”(이재명 경기지사) “대한민국을 발전시키는 데 꼭 필요한 인물”(박원순 서울시장) 등. 침묵하던 문재인 대통령도 지난 1일 동남아 순방에 나서며 한마디 했다. “조 후보자와 관련해 가족을 둘러싼 논란이 있는데 이 논란의 차원을 넘어서 대학 입시제도 전반에 대해 재검토를 해달라.” 조국 딸 특혜 입학 의혹을 개인보다는 제도의 문제로 보고 있음을 드러낸 것이다. 민주당은 조국에게 기자간담회 자리를 주선했다. 전례가 없는, 일방적 해명 자리였다. 바로 여기에 ‘조국의 조국화’ 그림자가 어른거린다. 조국에 대한 공세를 자연인 조국의 허물이 아닌, 정권이 꿈꿔온 ‘반듯한 조국(祖國)’ 즉 ‘나라다운 나라’를 만들려는 노력에 대한 기득권 세력의 ‘딴지’로만 인식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실제 그의 낙마는 검찰개혁뿐만 아니라 적폐청산, 주류 교체 등 개혁 전반에 반동으로 작용할 우려가 큰 게 사실이다. 그렇다고 특정 개인을 ‘개혁 아이콘’으로 만들어 정권이 ‘몰빵’하기엔 위험하다. 여전히 사나운 민심이 정권의 오만과 독주로 판단할 경우 자칫 개혁 자체를 완전히 그르칠 수 있는 탓이다. 역대 동서양의 정치사가 증명하듯, ‘조국의 조국화’는 어디까지나 개인 차원에서 머물러야 한다.
부산가톨릭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