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으로 신종 대행업이 붐을 이룬 때는 1990년대 들어서다. 집안 청소 외에도 심부름, 묘지 관리, 간병, 이벤트 등을 대신해 주는 업체의 설립이 유행처럼 번졌다. 사회생활이 복잡하고 다양해진 영향이다. 그 무렵 미국과 일본, 우리나라에서는 이성에게 사랑 고백을 대행하는 업체까지 생겨났다. 남미 아르헨티나에는 연금 수령 등을 위해 은행에서 장시간 줄 서기를 대신해 주고 돈을 받는 직업도 등장해 눈길을 끌었다.
하지만 대행업이 학교로 확산되면서 말썽을 일으켰다. 예컨대 1999년 국내 고교에 수행평가제가 도입된 이후로 학생 과제물을 학원 또는 업체에 돈을 주고 맡기는 행태가 다반사로 일어난 것이다. 그러니 학생 스스로 탐구력과 사회성을 키우려는 취지가 무색해지고 빈부 격차에 의한 상대적 박탈감도 초래됐다. 대학생들이 중·고교생의 숙제를 대신해 주고 돈을 받는 행위도 끊이지 않는다.
대학에서도 마찬가지다. 주로 시험기간에 리포트를 대필해 주거나 과제물을 사고파는 사이트들이 성행하는 게 대표적이다. 거래 사이트에서는 학생들이 돈을 내면 쉽게 과제물을 내려받는다. 영국에서도 과제물 청부 작성이 골칫거리다. 옥스퍼드대와 케임브리지대 등 24개 명문대학의 연합체인 ‘러셀그룹’에서 2016~2017년 이 같은 학업 부정행위를 적발한 건수가 모두 3722건으로, 3년 새 30% 급증했다고 한다.
이처럼 대학생들을 위한 에세이 등 과제물의 대행이 온라인을 통해 글로벌 사업으로 성업 중이라고 미국 뉴욕타임스(NYT)가 그제 전했다. 주요 고객은 미국 영국 호주 등 선진국 학생들이고, 대행은 주로 개도국에서 이뤄진다는 얘기다. 케냐의 한 그룹은 5만여 명의 대필자를 확보 중이며, 이런 방법으로 연간 수백만 건이 거래된다는 것이다. 어느 업체는 ‘전문적 대필로 표절에서 100% 자유롭다’고 선전한다니, 기가 찰 노릇이다.
최근 미국에서는 일부 부유층 학부모에 의한 초대형 대학 입시 비리가 검찰에 적발돼 큰 충격을 줬다. 지난 8년간 입시 컨설턴트 등에게 거액의 돈을 주고 대리시험을 치르게 하거나 대학운동부 코치를 매수해 자녀들을 명문대에 부정 입학시킨 사실이 밝혀진 것이다. 그런 연장선에서 대학생 과제물 대행의 실태와 문제점을 NYT가 꼬집고 나선 셈이다. 여기에다 올해 초 종영된 한국의 인기 드라마 ‘스카이캐슬’이 미국 3대 방송사인 NBC에서 리메이크될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어느 나라에서든 자기 스스로 하지 않는 과제물의 대행이나 입시 부정은 근절되어야 마땅하다.
구시영 논설위원 ksyoung@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