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국제칼럼] 오페라하우스·아트센터 ‘늪’이 될 수 있다 /조봉권

부산 주요 문화시설들 성공적 건립 사업 추진

치열한 문제의식 없인 자칫 대관공연장 전락, 지역예술 부흥 기여를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나는 ‘벤치마킹’이라는 말이 무섭다. 공공 기관 수장이나 고위 인사가 “우리도 ○○을 벤치마킹해서…”라는 말을 꺼낼 때 가슴이 철렁한다. 벤치마킹이 제대로 된 원래 의미를 벗어나, 뒤틀리고 앙상하게 쓰이는 사례를 봐왔기 때문일 터이다.

문화나 공공 영역에서 새로운 성공 사례의 탄생은 치열한 문제의식에서 시작한다. 문제의식이 치열하니, 문제를 풀어가는 과정이 창의적이다. 치열한 문제의식과 창의적 과정이 만나니 비로소 좋은 결과가 나올 수 있다. 그렇게 나온 좋은 결과를 참고하고 받아들이겠다는 것이 우리 사회에서 현재 통용되는 벤치마킹 개념이다.

그런데 많은 경우 높은 분들은 치열한 문제의식이나 창의적 과정을 싫어하거나, 별 관심이 없다.

치열한 문제의식과 창의적 과정에 중점을 두는 순간, 들어야 할 의견은 많아지며 시간은 더 걸리고 전체 과정에 관한 통제권을 잃지 않을까 불안도 엄습한다. 그러니 이렇게 된다. “마 됐고! 저기 보이는 저 ‘좋은 결과’만 가져와. 정신(치열한 문제의식)과 과정은 필요 없어.” 그렇게 ‘이른바 벤치마킹’의 결과물이 탄생한다. 예컨대 새 건물을 하나 짓는 것이다. 문제의식의 치열함과 창의적 과정을 빼고, 남이 해놓은 결과물만 쳐다본 ‘벤치마킹’이 성공할 리 없다. 필패다.

2022년 개관 목표인 가칭 ‘부산오페라하우스’(1800석·북항)와 ‘부산국제아트센터’(2000석·부산시민공원) 건립사업을 들여다볼 때 저 ‘벤치마킹의 함정’이 곧잘 떠오른다.

귀중한 두 예술시설의 운명을 예단하겠다는 뜻이 아니다. 다른 사례를 ‘벤치마킹’해 두 건물 건립계획을 입안했다는 구체적 근거도 없으므로 신중한 마음이다.

하지만 오페라하우스를 짓자고 할 때 시드니오페라하우스가 무수히 참고사례로 언급됐다. 아트센터는 부산 현황을 면밀히 검토해 접근했다기보다 입지에 중점을 두고 다소 ‘막연하게’ 과정이 진행됐다고 나는 본다. 도심에 좋은 공연시설을 지어 성공한 사례는 나라 안팎에 많으니 참고사례를 찾기는 쉬웠을 것이다.

어찌 됐든 두 건물의 건립사업은 진행 중이다. 지금은 두 건물이 부산 예술문화 발전을 이끌 전진기지이자 핵심고리가 되도록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그러자면 앞서 언급한 ‘치열한 문제의식’을 지금이라도 다시 꺼내야 한다. 오페라하우스와 아트센터 설계·시공·운영을 자문하는 이용관 ‘문화시설 총괄 프로젝트 매니저’(부산문화회관 대표)는 최근 “오페라하우스 운영협의체의 기술분과위원회가 요청한 설계변경제안을 검토하는 것”을 해야 할 첫 업무로 꼽았다(국제신문 지난달 28일 자 19면, 29일 자 20면 보도). 이는 아직 개선과 희망의 여지가 있다는 뜻 아니겠는가?

먼저 이 점을 살펴보자. 아트센터에 상주 예술단체를 위한 연습실과 필요 공간을 두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 현재 부산시 입장이다.

이 방안을 듣고 느낀 감정을 털어놓자면, 아쉬움이 아니라 ‘무서움’이었다. 달리 말하면, 공포였다.

연습공간이 없다는 건 대관공연만으로 부산에서 2000석 클래식 음악 공연장을 운영한다는 뜻 아닌가? 부산의 클래식 음악계 규모로는 감당할 수 없다. 서울·수도권 단체와 업체에 의지할 수밖에 없을 텐데 그렇게 되면 아트센터 운영이 부산 음악예술 발전과 연계· 연동되지 않고 따로 놀 공산이 정말로 커진다.

‘부산 예술 발전을 위해’ 짓는다는 정신은 어느새 사라지고 건물만 생긴다면, 운영비를 대는 시민의 의욕과 보람도 쪼그라들 것이다. 어떻게 이런 발상이 나오게 됐을까?

오페라하우스 또한 ‘건물’에만 신경 쓸 게 아니다. 정신·과정·내용·시스템을 마지막 순간까지 들여다봐야 한다. 많은 음악인이 주장하는 대로 오페라하우스는 프로모션(대관·기획)과 프로덕션(제작)이 원활하게 맞물리는 형태가 가장 바람직하다. 지역 예술계에 더불어 활력을 불어넣고, 재생산 구조를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부산시는 ‘프로모션’에 중점을 두겠다는 방침인 듯하다. 건물 설계와 구상이 그렇게 돼 있다. 부산시 방침대로 간다면, 오페라하우스가 지역예술 발전에 이바지하는 데는 한계가 생길 것이다.

물론, 오페라하우스가 좋은 공연을 많이 기획하는 ‘프로모션’만 잘해도 분명히 의미는 있다. 그렇지만 이 경우 아트센터와 기능이 중복되거나 부딪힐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이를 잘못 조율하면 두 시설은 운영비는 많이 들지만 지역 예술 발전에는 기여하지 못하고 수도권 대형기획사에 의존하는 ‘늪’이 될 수 있다.

편집부국장 겸 인문연구소장 bgjoe@kookje.co.kr


[국제신문 공식 페이스북] [국제신문 인스타그램]

 많이 본 뉴스RSS

  1. 1‘#힘내라 대한민국’…희망백신 쏟아진다
  2. 2부산 가족 간 감염 계속 증가…자가격리 실효성 의구심
  3. 3확진자 다녀간 대형 쇼핑업체 6곳·호텔 1곳 임시 휴업
  4. 4직원들 잇단 확진…병원이 ‘슈퍼전파’ 화약고 위험
  5. 51번 확진자 발표 후 17~38번 환자 대부분 자기집 머물러
  6. 6승객 급감한 버스업계 “기사 월급은커녕 회사 망할 판”
  7. 7최원준의 음식 사람 <4> 울진 붉은대게와 동해안 대게
  8. 8한 장도 아쉬운 마스크 생산 위해 공장 설립 대폭 단축 ‘초광속행정’
  9. 9홍준표, 양산을 출마 ‘마이웨이’ 행보
  10. 10현역 추가 컷오프 나올까 경선지 어딜까
  1. 1통합당 중영도 예비후보들 “정정당당히 경선 치르자”
  2. 2이언주 “다른지역 출마해도 반발 나와…꼭 중영도 나갈 것”
  3. 3민주당 “대면 선거운동 중단·추경 편성”…통합당 “TK 공천면접 화상으로 진행”
  4. 4부산자택 거주 부인·딸이 먼저 확진…가족에게 옮았을 가능성
  5. 5교총회장 확진 전, 의원들 접촉…국회 초유 39시간 ‘셧다운’
  6. 6'코로나19 검사' 심재철 "국민 애환 뼈저리게 체험"
  7. 7문 대통령 추경 편성 검토 지시…경제 전문가 "최대 15조원 규모 예상"
  8. 8'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전광훈 목사 구속영장 발부
  9. 9강경화 장관 "코로나19 발생국 국민에 대한 혐오·출입통제 우려…각국 정부 노력 필요"
  10. 10 이명박 전 대통령, 재구속 엿새 만에 다시 석방
  1. 1디자인 창업 지원사업 기관 ‘부산디자인진흥원’ 선정
  2. 2다시 뛰는 부산 신발산업 <6> 언코리
  3. 3부산서 전기차 트위지 구매하면 보조금 ‘300만 원’
  4. 4글로벌시장 위축에도 한국차 ‘안전성’ 내세워 질주
  5. 5작년 QM6로 재미본 르노삼성, 올핸 XM3 출격 준비 완료
  6. 6내달 6일까지 전국 263개 마스크 제조·유통업체 일제 점검
  7. 7폭스바겐,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투아렉 R 최초 공개
  8. 8지역난방공사, KT와 함께 '5G 기반 에너지 신사업' 추진
  9. 9푸조, 픽업트럭 ‘랜드트렉’ 글로벌 공개
  10. 10신형 컨티넨탈 GT 뮬리너 컨버터블 2020 제네바모터쇼서 공개
  1. 1서울 금천구·동작구서도 코로나19 첫 확진자 발생
  2. 2우정사업본부, “우체국 쇼핑서 마스크 판다…1인당 1세트 구매 가능”
  3. 3부산시, 코로나19 추가 확진자 22명 동선 공개 … “39-44번은 조사 중”
  4. 4 코로나19 부산시 추가 확진자 7명 발생, 총 51명
  5. 5울산 ‘코로나19’ 4번째 확진자 발생…“경북 경산 확진자 어머니 ”
  6. 6부산지역 코로나 확진자 17∼38번 동선 공개
  7. 7부산 코로나19 확진자 6명 추가돼 총 44명 … 온천교회 관련 23명
  8. 8울산 코로나19 확진자 2명 추가…총 4명 중 3명 ‘신천지 교인’
  9. 9‘코로나19’ 10번째 사망자…대남병원 관련 58세 남성
  10. 10 울산 3번째 코로나19 확진자 발생…28세 중구 거주
  1. 1리버풀vs웨스트햄, 1-1 무승부로 전반종료
  2. 2내달 개최 예정 부산세계탁구선수권대회 6월 연기
  3. 3부산 아이파크 2020유니폼 프리 오더
  4. 4 KBL, 프로농구 잔여 일정 ‘무관중 경기’
  5. 5프로농구 잔여 일정 ‘무관중 경기’
  6. 6돌아온 ‘안경 에이스’ 박세웅 3이닝 6K, 최고 148㎞ 찍어
  7. 7잉글랜드축구협회, 유소년 헤딩 훈련 제한
  8. 8‘마네 역전 골’ 리버풀 18연승…EPL 최다연승 타이
  9. 9류현진의 위엄…첫 경기도 전에 유니폼 판매
  10. 10“롯데 포수진 실력은 안 빠져…신인급 멘탈 관리가 중요”
한국전쟁 70년…분단인 통일인
독일 통일과정 7대 과오
한국전쟁 70년…분단인 통일인
다시 읽어보는 한 ‘분단인’의 삶
강동진 칼럼 [전체보기]
제1부두, 이왕 보존하는 김에 제대로
도시 규제의 경제학
기고 [전체보기]
동네 의사들이 나서야 할 때다 /황성환
해양안전, 민관 유기적 협력이 필수 /이광진
기자수첩 [전체보기]
양산 사송1초등 정상 개교해야 /김성룡
화포천습지, 보호대책 서둘러야 /박동필
김용석 칼럼 [전체보기]
개혁을 위한 아카데미상은 없지만
영화 진흥은 영화관서 시작된다
김지윤의 우리음악 이야기 [전체보기]
강강술래와 농악
‘시립’과 ‘국립’의 앙상블
뉴스와 현장 [전체보기]
전략적인 전략공천인가 /정유선
이상문학상 사태가 남긴 것 /정홍주
도청도설 [전체보기]
총선 연기론
무관중 경기
문태준 칼럼 [전체보기]
여든 살 어머니의 만학
상월선원의 천막결사
박상현의 끼니 [전체보기]
일본음식과 다이아몬드 프린세스호
어느 이탈리안 레스토랑의 10주년
사설 [전체보기]
정치권, 코로나19 혼란 부추기는 언행 삼가야
정부 마스크 수급 안정 힘쓰고, 시민도 사재기 자제를
이상이 칼럼 [전체보기]
인구 절벽 시대, 복지 대타협 급하다
지속 가능한 노인 돌봄, 지역사회도 나서라
이수훈 칼럼 [전체보기]
“한미동맹, 이상없다”
한일 ‘투 트랙 외교’ 올해는 회복해야
이은화의 미술여행 [전체보기]
호의가 낳은 명작
죽기를 결심하고 그린 명작
이홍 칼럼 [전체보기]
한국 경제 회복탄력성이 관건이다
한국 경제, 희망의 빛도 보인다
장재건 칼럼 [전체보기]
총선과 자책골
“나는 바이러스가 아니다”
조영석의 음악이야기 [전체보기]
‘사계’ 연주의 전설, 이 무지치
나의 LP 이야기
최태호의 와인 한 잔 [전체보기]
와인 바이러스와 기생충
와인의 소리
특별기고 [전체보기]
‘코로나 19’ 반드시 이겨낼 것이다 /곽붕
황정수의 그림산책 [전체보기]
심사정 지두화 ‘절로도해도’
겸재 정선 ‘수박 서리하는 쥐’
  • 2020하프마라톤대회
  • 제8회 바다식목일 공모전
  • 2020 어린이 극지해양 아카데미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
스토리 박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