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지던트 4년 차 시절, 운 좋게도 미국 클리브랜드 클리닉에 한 달간 연수를 갔다. 15년 전 그때, 인상 깊었던 것 중 하나가 미국에서는 전립선암이 남성암 중 발병률 1위로 환자가 넘쳐나고 있었고, 그만큼 비뇨의학과가 의사들 사이에서 각광받는 과라는 사실이었다. 비뇨의학과를 잘 선택했다는 생각도 들고 음식이나 생활 방식이 많이 변하면서 우리나라도 비슷한 패턴으로 가겠다는 예상을 하기도 했다.
10년이 넘게 지난 지금 그러나 우리나라에서 비뇨의학과의 현실과 위상은 썩 좋지 않다. 아니, 위기상황이다.
2010년대부터 시작된 전공의 기피 현상으로 한 해 100명 이상 배출되던 전문의 숫자는 현재 30명까지 줄어든 상황이다. 학회 차원에서 전공의 정원을 50명까지 줄였지만 여전히 미달이다.
필자가 전공의 지원을 하던 시절에는 경쟁을 뚫고 들어갔다는 자부심도 있었다. 그러나 그것은 ‘아~옛날이여~’다. 비뇨의학과 기피 현상은 유독 우리나라에서만 불거지고 있다. 미국 일본 등 외국에서는 비뇨의학과에 대한 인기가 매우 높다.
비뇨의학과 환자가 없어서일까? 오히려 그 반대이다. 전립선암은 우리나라에서도 남성 5대 암으로 분류되고 고령화사회에 접어들면서 노인성 배뇨장애 환자 역시 급증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원자가 급감한 이유는 무엇일까?
그 원인으로 비뇨의학과 질환에 대한 잘못된 인식, 의과대학의 여학생 비율 증가, 외과 계열 기피, 비뇨의학과의 낮은 수가 등을 꼽는다. 방광염은 비뇨의학과 질환임에도 산부인과나 가정의학과를 찾는 경향이 있다. 비뇨의학과는 그저 성병과 같은 질환을 다루는 것으로 오해하는 사람도 있다. 소변이 불편한 것은 나이 들면 원래 그런 건지 알았다면서 비뇨의학과와 관련 질환에 대한 인식이 부족한 경우를 많이 접한다. 그래서 필자 역시 외부 대중강연 전에는 ‘비뇨의학과란?’ 제목으로 과에 대한 인식 개선용 강의를 하고 있다.
여러 해에 걸쳐서 전공의가 부족하다 보니 이제는 전공의 없이 교수와 전문의로만 이루어진 상급 종합병원도 늘고 있다. 부산 경남에서도 몇 년째 전공의 지원자가 없는 상급 종합병원이 등장하고 있다. 이게 무엇을 의미하는가? 환자가 비뇨의학과 진료가 필요하고 당장 수술이 필요해도 적절한 시간 내에 치료를 받을 수 없다는 것이다.
의국 폐쇄, 수술 중단, 그로 인한 대형병원 쏠림은 이미 가속화되고 있다. 얼마 남지 않은 수술 병원을 찾아 환자가 몰려드는 악순환이 벌어지는 셈이다.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간다.
몇 달 전 비뇨의학과 의사들은 학회에서 전공의 수련기간을 4년에서 3년으로 축소할 것인지 여부를 묻는 이메일을 받았다. 전공의 수련 과정을 3년으로 줄여 지원자를 확보해야 한다는 주장 때문이다. 결론은 4년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었다. 전공의 숫자가 줄더라도 제대로 된 비뇨의학과 전문의 배출을 위해서는 수준 높은 수련병원에서 최소 4년간의 질 좋은 수련을 받아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과 명칭도 뭔가 익숙한 듯 익숙하지 않은 느낌이 들지 않는가? 원래는 ‘비뇨기과’였으나 2017년 전문과목 명칭이 60년 만에 ‘비뇨의학과’로 변경되었다. 비뇨기과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개선하고 용어를 순화하기 위해 과 명칭을 변경하였다. 역시 과의 존폐 위기를 타개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었지만 여전히 위기는 진행형이다.
물론 이러한 위기는 비뇨의학과만의 문제는 아니다. 외과 신경외과 흉부외과 산부인과 등 외과계열들은 열악한 현실 앞에 전공의가 지원을 기피하는 과들이다. 외과계열 전공의 확보 어려움은 우리나라 의료계가 시급히 해결해야 할 사안 중 하나이다.
부산의료원 비뇨의학과 과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