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와 영국 랭커스터 대학 간 부산 캠퍼스 설립을 둘러싼 줄다리기가 지루하게 이어지고 있다. 2017년 3월 업무협약을 맺을 때만 해도 시는 올해 9월이면 부산 캠퍼스가 문을 열 것으로 내다봤다. 명지글로벌캠퍼스 조성 1단계 사업을 성공적으로 끝내고 또 다른 해외 유수의 대학을 유치하는 데 성공해 시민에게 자랑스럽게 알린다는 장밋빛 미래를 상상했을 터다. 하지만 실상은 이와 다르다. 지난해 12월부터 끝날 듯 끝나지 않는 실행협약 협상이 이어질 뿐이다.
협상 전문가는 아니지만, 한 가지는 확실히 안다. 어떤 협상에서든 서두르는 사람, 애가 타는 사람이 불리한 조건을 떠안는다는 것을. 시는 마음이 급하다. 국·시비 확보는 물론 민간 기부까지 다 받아놨지만, 도무지 협상이 끝나지 않아서다.
랭커스터 대학은 시가 시간에 쫓기는 걸 알아챈 듯하다. 그렇지 않고서야 실행협약 중 대학 철수 조건을 정하는 해지 조건에서 ‘충분한 이익 미발생 시’라는 황당한 조건을 요구할 수 없었을 것이다. 권리·의무 관계를 확정하는 계약에서 ‘충분한’이라는 추상적 단어를 본 적이 없다. 시 또한 해당 문구가 모호하다며 수정을 요구했다고 한다. 하지만 이는 절반만 맞다. 시는 수정을 요구함과 동시에 이를 수용하는 방안도 함께 고려했다. 그뿐만 아니라 매년 시비 30억 원을 쏟아붓는 적자 보전 방안까지 면밀히 검토했다. 시는 도시 경쟁력 강화를 위해 외국 대학 유치가 필수적이라고 힘주어 말한다. 사업이 연기되거나 좌초되면 시 행정에 대한 시민 불신을 초래한다고 호들갑이다.
취재 과정에서 과연 시가 지역 대학 지원을 위해 얼마나 적극적인지를 묻지 않을 수 없었다. 결코 긍정적인 답변을 할 수 없을 것이다. 기자는 2015년 ‘대학생 학자금 이자 지원 조례’ 제정 당시 담당 공무원의 태도를 잊지 못한다. 또 이름만 대면 알 법한 시 고위 공무원은 “이러한 조례가 만들어지면 애들 버릇이 나빠진다”고 일갈했다. 치가 떨렸다.
시 협상팀은 오는 22일 영국으로 떠난다. 협상팀에 시간에 쫓기는 모습을 보이지 말라고 당부하고 싶다. 얼른 협상을 마무리하고 싶은 마음이 들면 지역 대학과 학생의 현주소를 한 번 떠올려주길 바란다. 단언컨대 부산을 책임질 구세주는 외국 대학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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