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 동안 우리 사회를 뒤흔들었던 ‘조국 청문회 사태’가 지난 9일 문재인 대통령이 조국 후보자를 법무부 장관으로 임명하면서 일단락되었다. 하루 동안 국회 인사청문회를 지켜봤던 국민의 심정은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짐작이 간다. 문 대통령은 조국 법무부 장관의 임명장을 수여하면서 “본인이 책임져야 할 명백한 위법 행위가 확인되지 않았는데도 의혹만으로 임명하지 않는다면 나쁜 선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단순히 하나의 장관 자리가 아니라 우리 사회의 법과 정의를 관장하는 법무부라는 점 그리고 후보자가 국민에게 보여준 그동안의 언행에 비추어 보면 제기된 의혹만으로도 실망감을 많이 준 것도 사실이다. 정의당을 제외한 야당은 거세게 반발하고 있고, 벌써 장외 투쟁에 돌입한 상황이다. 20대 국회의 마지막 정기국회는 물론이고 내년 총선 때까지 여야 간 치열한 대치 정국이 이어질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도 있다. 어쩌면 조 장관 임명은 끝이 아니라 또 다른 시작이다는 표현이 적절할 것이다.
이번 사태는 매우 복잡하면서도 구조적인 성격을 띠고 있다는 게 필자의 생각이다. 정치적으로 보수와 진보의 갈등 문제뿐만 아니라 공정과 정의라는 시대적 가치와 정신에 대하여 우리 사회의 기성세대가 얼마나 미래세대에 부응하는가에 대한 고민이 절실하다. 이러한 논의는 다른 전문가들의 비평이 쏟아지고 있으므로 이 글에서는 이번 청문회 정국에서 언론의 보도에 대하여 지적하고자 한다. 익히 알려져 있듯 오늘날 정치는 미디어 정치나 다름 없다. 현대 사회에서 정치와 언론은 불가분의 관계에 놓여 있으며, 언론은 정치 현실의 규정자로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현실 대의제 정치 체제 아래에서 언론은 정당과 정치인의 메시지를 국민에게 전달하고 여론을 형성함으로써 정확한 민의를 제공하는 공론장으로서 기능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지난 한 달 동안 무차별적으로 쏟아진 보도를 지켜보면서 사회의 주요 의제를 설정하고 특정한 프레임을 형성한다는 언론학 교과서의 기본 이론을 다시 읽어보며 착잡한 심정을 느꼈다.
사실 우리 국민은 언론의 정치 보도에 매우 낮은 점수를 매긴다. 미국의 유명한 퓨리서치 센터의 글로벌 미디어 이용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국민은 ‘정치적 사안에 대해 언론이 공정하게 다루고 있는가’에 대한 질문에 무려 72%가 부정적으로 응답했다. 세계 주요 33개 국가를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그리스가 꼴찌를 차지했고, 우리나라 언론은 그 바로 위에 있다. 짐작하건대 한국 정치의 고질적인 병폐인 진영 논리에 매몰된 언론의 지나친 정파성, 편향성, 선정성 등 때문일 것이다. 정치뉴스 보도에서 가장 큰 문제점은 여러 정당(인)의 목소리를 그대로 중계하는 ‘따옴표 저널리즘’이다. 정치뉴스의 양적 보도는 증가하지만 무엇이 진실인지 알 수가 없고, 지루한 정치적 공방만 있을 뿐이다. 여기에 선정적인 표현까지 덧붙어져 정치적 갈등 상황만 부각되고 이는 정치적인 무관심과 냉소를 만들어낸다. 국제신문 역시 이러한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다. 청문회 보도의 제목을 살펴보면, 조국대전, 진퇴양난, 정면돌파, 창과 방패 등 독자의 흥미를 자극하고 정치 갈등을 일으키는 보도가 난무했다.
물론 언론의 입장에서도 할 말은 있다. 있는 그대로의 정치적 실체를 보도함으로써 국민의 알 권리를 보장한다는 것이다. 저널리즘의 궁극적인 목표는 공중에게 사실적 정보를 전달하여 진실의 실체를 보도하는 것이다. 국민의 알 권리가 전가의 보도는 아니다. 미국의 작가이자 언론인인 커트 뤼크케(Kurt Luedtke)는 ‘국민의 알 권리 같은 것은 존재하지 않으며, 그것은 언론인에 의해 과장되어온 하나의 허구적 개념’이라고 비판한다. 즉, 국민 개개인의 표현의 자유와 알 권리를 위임받아 행하는 취재보도의 자유가 언론인(사)의 편의에 의해 얼마든지 오남용 될 수 있음을 경고하고 있다. 이러한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취재원과 구조적으로 밀접한 관계를 형성할 수밖에 없는 출입처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 언론사 자체적으로는 부족한 인력과 재원을 선택과 집중의 방식을 통해 심층적인 탐사보도의 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할 것이다.
동아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