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공무원 생활 20년 만에 명예퇴직을 했다. 민간 분야에서 남은 인생을 보내기 위해서 과감한 결단을 했다. 전에는 20년 공무원 생활을 했으면 연금이 나왔다. 하지만 2000년대 초반에 연금제도 개편으로 일정한 나이가 되어야 수령할 수 있게 되었다. 지금은 연금 없이 생활하고 있다. 열심히 벌어야 한다. 만 57세가 되어야 수령할 수 있으니 그때를 학수고대하고 있다. 이처럼 연금은 인생 후반에 큰 희망이다. 그러나 나는 내가 죽을 때까지 연금을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왜 그런가? 간단하다. 나라에 돈이 없기 때문이다. 앞으로 내게 연금 줄 예산이 남아 있지 않을 것 같다.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나라 살림이다. 2020년 정부 예산이 513조 원이다. 여기에는 국채 발행 등으로 61조 원의 빚을 낸 것도 포함한다. 나라 살림에도 고정비가 많으면 위험하다. 복지 비용 등은 고정비이다. 한 번 지출이 시작되면 삭감하기 어렵다. 나는 4년 전 창업 이후 상근직원 4명, 파트타임 3명 등 총 8명과 함께 비즈니스를 했다. 고정비가 월 4000만 원 나갔다. 우리 회사 고문이 나에게 고정비를 줄이라고 조언했다. 나는 그 말이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하지만 3년이 되면서 그 말이 무슨 의미인지 실감했다. 즉 수입이 줄어들고 있는데 지출은 계속되니 이러다가 부도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지만 한 번 세팅된 고정비는 쉽게 줄일 수 없었다. 직원들 월급을 주기 어려운 위기를 몇 번 겪었다. 용케 위기를 잘 넘겼지만 고정비가 얼마나 무서운지를 실감했다. 고정비를 줄이지 않으면 더 많이 벌어야 하는데 지속적으로 더 많이 번다는 것이 쉽지 않다.
내년부터 법인세 등 세입이 대폭 줄어들 것인데 이렇게 지출을 널렸으니 정부는 과연 얼마나 버틸까? 지금 기업들은 아우성을 친다. 매출이 줄어든 것이 가장 큰 걱정이지만 세금도 너무 많이 거둔다고 난리다. 이렇게 세금을 많이 징수하는 것도 올해나 내년까지일 듯싶다. 기업들이 생존을 못하는데 무슨 세금을 낼 수 있겠는가?
둘째, 공무원연금의 적자 누적이다. 올해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중장기 기금 재정관리계획’에 따르면 적자 상태인 공무원연금에 대한 정부의 연간 보전 규모는 올해 1조6000억 원에서 2023년 3조3000억 원으로 배 이상 늘어난다. 1993년부터 적자인 공무원연금은 2001년부터 정부가 예산으로 메우고 있다. 이것이 언제까지 지속될까? 국민이 용납할까? 국민 입장에서 볼 때 1년에 수조 원씩, 아니 20년 뒤에는 몇 십조 원의 적자를 예산에서 퍼주는 것을 과연 받아들일 수 있을까. 어려울 것이라고 본다. 수령액이 대폭 낮아지거나 수령 시기가 대폭 지연될 것이라고 본다. 국회 예산정책처는 재정수지 적자가 오는 2040년부터 시작되어 2054년에 소진되는 것으로 전망했다.
셋째, 앞으로 인구 소멸과 고령화에 따른 16개 시·도 전체의 생산연령인구(15~64세)가 지금보다 30% 넘게 감소한다. 특히 부산 대구 등 영남권은 생산연령인구 10명 중 4명이 사라질 예정이다. 통계청이 올해 발표한 ‘2017~2047년 장래 인구 특별추계 시·도편’을 보면 생산연령인구 감소 폭은 부산은 무려 마이너스 45.6%, 울산은 마이너스 41.4%이다.
이렇게 되면 무슨 문제가 발생하는가? 2017년 기준으로 젊은이 100명이 노인 37명을 책임지고 있었지만, 30년 뒤에는 100명 이상의 노인을 먹여 살려야 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더구나 지역별 격차는 더 크다. 앞으로도 계속 수도권으로 젊은이는 몰릴 것이고, 양질의 일자리가 계속 남아 있을 것이다. 인구 소멸과 지방 황폐화 현상이 벌써 여러 자치단체에서 나타나고 있다.
한마디로 30년 뒤에는 대한민국은 본질적 생존 문제에 직면할 수 있다. 이런 상황인데도 연금을 받을 수 있을까? 공무원연금뿐만 아니라 국민연금도 마찬가지다. 그러면 어떻게 할 것인가? 30년을 내다보는 국가 대개조가 필요하다. 현대사에서 부산 경남이 부마민주항쟁 등으로 큰 역할을 했듯이 다시 한번 부산 경남 젊은이가 문제를 인식하고 일어나면 좋겠다.
한국공정거래평가원장·아시아비즈니스동맹 의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