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가 인사청문경과보고서를 채택하지 않았는데도 대통령이 후보자 임명을 강행하는 일이 문재인 정부에서 급증하고 있다. 지난 2년4개월간 청문보고서 채택없이 임명된 장관급 공직자는 조국 법무장관을 포함해 22명이나 된다. 이명박 정부 땐 5년간 17명, 박근혜 정부에선 4년9개월간 10명이었으며, 노무현 정부 때는 3명에 그쳤다. 부적격 의견 보고서에도 임명을 강행한 13명까지 합하면 인사청문 대상자 67명 중 국회 동의없는 인사 비율은 52.2%로 치솟는다. 이 수치 역시 이명박(44.2%) 박근혜(41.4%) 노무현(12.3%) 정부보다 높다.
문재인 대통령은 “개혁성이 강한 인사일수록 인사청문과정에서 어려움을 겪는다”고 했다. 하지만 이를 단순히 정쟁의 산물로 치부하는 것은 잘못이다. 역대 어느 정권에나 야당은 있었고 현 여당이 야당일 때도 ‘인사 딴지’는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 않았다. 오히려 야당이나 국민의 눈높이에 맞지 않는 후보자를 고집한 결과로 보는 게 타당한 분석일 것이다.
인사청문회는 대통령의 인사권 견제와 국민의 알 권리 보장을 위해 열린다. 하지만 일부 후보자는 청문 내내 불성실한 답변 태도를 보이는가 하면, 어떤 후보자는 자녀의 학적과 국적 자료 제출을 개인정보라는 이유로 거부하기도 했다. 조국 후보자 청문회에서는 국회가 채택한 증인들 중 1명만 출석했다. 이 정도면 청문회를 무력화하는 차원을 넘어 국민에 대한 모독이라 할 만하다.
지난 20년간 총 376명에 대한 인사청문 과정에서 갖가지 문제점이 불거졌고 조국 청문회는 그 정점을 찍었다. 청문회 전후 검증과정에서 후보자의 밑바닥을 온 국민이 알게 됐다는 게 성과라면 성과다. 현재 국회에는 관련법 개정안이 계류 중이다. 자료 제출 의무화, 위증 처벌 강화, 청문 기간 연장 등이 해결책으로 망라돼 있다. 법 개정 못지 않게 매번 되풀이되는 인사청문 공전 사태를 막기 위해 공직 후보군을 꾸준히 형성 관리할 필요성도 높다. 그러나 무엇보다 인사청문제도의 실효성을 담보하는 것은 민의를 존중하는 임명권자의 자세임을 이번 조국 장관 임명과정이 역설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