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이달 하순 미국과 비핵화 협상을 재개하고 싶다고 밝혔다. 지난 9일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이 내놓은 담화에서다. 최 부상은 “지금까지 우리(북미)가 논의해온 문제들을 포괄적으로 토의할 용의가 있다”고 했다. 북미 정상이 지난 6월 말 판문점 회동에서 전격 합의하고서도 한미 연합군사훈련 때문에 불투명해졌던 비핵화 협상을 재개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비핵화 협상은 북한 제안대로 이달 하순에 열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 6일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핵 포기에 대한 상응조치로 체제 보장을 거론하는 등 미국이 북한에 유화적인 태도를 보이며 협상 재개를 설득해오던 터여서다. 관건은 타협점을 찾을 수 있을지 여부다. 지난 2월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이 결렬된 뒤 양국은 제자리를 맴돌고 있다. 미국은 핵무기에 생화학무기와 대륙간탄도미사일까지 더한 대량살상무기를 북한이 먼저 폐기하면 제재 해제 등 상응조치를 취하겠다는 당시 입장을 그대로 견지하고 있다. 북한 또한 비핵화와 상응조치 제공을 동시에 단계적으로 진행하자는 주장을 고수하고 있는 상태다.
이대로라면 북미가 협상을 재개하더라도 성과를 도출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협상을 진전시키려면 양국이 각자 일정 부분 양보해야 한다. 누구보다 당사자들이 이 사실을 가장 잘 알고 있을 터이다. 최 부상이 “우리가 접수 가능한 계산법에 기초한 대안을 가지고 나올 것이라고 믿고 싶다”는 협상 전제를 미국에 제시한 것은 이를 의식해서다. 시간이 별로 없다. 민생 해결이 시급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협상 시한을 올해 말로 잡은 것은 그래서다. 트럼프 대통령 역시 재선 선거전이 본격화되는 내년으로 넘어가면 북미 협상에 신경쓰기 어렵다.
그럴 경우 북한은 파키스탄처럼 비공식 핵보유국으로 남을 공산이 커진다. 최근 비건 대표가 헨리 키신저 전 국무장관과의 대화를 소개하며 한국과 일본의 핵무장 가능성을 제기한 것은 이런 상황을 근거로 한 시각이다. 북한 비핵화를 통한 평화체제 구축이냐, 북한·한국·일본의 핵보유 도미노냐. 동북아는 지금 천국과 지옥의 갈림길로 다가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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