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친분이 있는 모 고교 교감선생님을 만나기 위해 교무실 중앙에 있는 테이블 의자에 앉아 기다리며 주위를 살펴보던 중 시선이 교무실 벽에 붙은 학생 현황판에 멈췄다.
3학년 학급 수 10, 학생 수 310명, 2학년 학급 수 9, 학생 수 256명. 1년 사이에 한 학급이 줄었고, 학생 수는 54명이나 감소했다. 심각한 저출산 문제를 모르지는 않지만, 그동안 실감하지 못하다가 막상 일선 고교 현장의 학생 현황판을 보니 “아!” 하는 짧은 탄성이 절로 나왔다.
저출산은 뉴밀레니엄 베이비붐에 힘입어 2000년에 일시적으로 주춤했지만 그 다음 해부터 다시 급감했다. 올해 대입전형을 거쳐 내년에 대학에 진학할 2001년생은 55만4895명으로 전년 대비 7만9606명이 감소했다고 한다.
대학 갈 나이가 되었다고 해서 모든 사람이 대학에 진학하는 것도 아니고, 출생하고 성장하는 과정에서 다양한 일도 벌어지며, 고교 졸업 후 사회생활을 하다가 대입 전선에 뛰어드는 늦깎이 수험생도 있고, 원하는 대학과 학과로의 진학을 위해 재도전하는 학생도 적지 않으니 사실 매년 몇 명의 학생이 대학 진학을 준비하는지 정확하게 파악하기는 힘들지만 대학 갈 학생의 수가 전년에 대비해 수만 명 줄어든 것만은 틀림없다.
이처럼 학령인구가 급감한 상황에서 엊그제 4년제 대학의 2020학년도 신입생 선발을 위한 수시모집 원서접수가 마감되었다. 수시모집은 학생부 위주 전형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특히 깜깜이 전형, 금수저 전형이라는 오명을 뒤집어쓴 채 악전고투하는 학생부종합전형(학종)으로 올해 4년제 대학 선발 인원의 24.5%에 해당하는 8만5168명을 선발한다.
논란 끝에 임명된 법무부 장관의 딸이 과거 입학사정관제전형으로 대학에 진학할 당시 의혹이 전 국민의 관심사가 되었지만 사실 조금만 알아보면 입학사정관제전형과 학종이 본질적으로 다르다는 것을 인지할 수 있음에도 ‘그 나물의 그 밥’이라고 생각하는 많은 이는 이번 수시모집 학종 역시 의심의 눈초리로 쳐다보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또 서울 또는 수도권 대학을 선호하는 지역 학생들이 학생 수 급감에 따른 기대 심리 상승으로 지역을 떠나려는 움직임이 적지 않은 까닭에 지역 대학은 학생 수 감소, 지역 학생 역외 유출, 공정한 학종 운영이라는 삼중고에 시달릴 게 틀림없으니 참으로 고달프다.
이제 각 대학은 본격적으로 대입전형 업무를 시작하는데, 학종은 지극히 주관적인 평가라며 대학을 믿을 수 없다 하고, 특정한 몇 명의 학생에게 스펙을 몰아주는 일선 고교도 믿을 수 없다고 하고, 경제력 있는 부모의 눈물겨운 자식 사랑이 학종마저 사교육과 연계시키므로 학부모도 믿을 수 없다고 한다.
그 누구도 믿지 못하며 성장한 학종은 사교육을 줄여주지도 공정하지도 않으며, 수험생 부담을 완화해주지도 않는 전형이기에 적지 않은 이가 다시 수능시험 위주의 전형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주장한다.
바야흐로 우리 사회가 4차 산업혁명시대에 들어섰는데도 그 시대의 주인공이 될 수험생이 어떤 과정을 겪으며 공부해왔고 어떤 미래 가능성이 있는지를 찾는 것은 중요하지 않고, 무조건 단 한 번의 시험으로 그들을 평가하라는 것이다. 새로운 시대에 맞는 대입제도 개발이라는 사명으로 많은 시행착오를 거쳐 정착시켜오던 제도를 헌신짝 버리듯이 걷어차면서 말이다.
학령인구 감소가 단지 대학만의 위기가 아니라는 것을 우리는 너무도 잘 안다. 하지만 문제없는 대입전형이 어디 있을까.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다소 부작용이 있다는 이유로 그간 애써 다듬어오던 대입전형을 버리고 과거로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열심히 노력하면 그가 나온 대학이 어디든 그가 어디서 살고 어디서 일하든 행복할 수 있는 사회 아닐까?
법무부 장관의 딸 대학 입학 의혹을 계기로 최소한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만이라도 학종이 제대로 운영됐는지 전수조사 하라는 글이 청와대 국민청원에 올라왔다고 하는데, 필자에게는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를 다니지 않았더라도 열심히 노력하면 행복하게 사는 나라를 만들어달라는 외침으로 들린다.
부산가톨릭대 소프트웨어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