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물과 싸우는 사람은 그 싸움 속에서 자신도 괴물이 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그리고 괴물의 심연을 오랫동안 들여다본다면, 그 심연 또한 우리를 들여다보게 될 것이다.” (프리드리히 니체 ‘선악의 저편’)
한 달가량이나 나라를 온통 벌집 쑤셔 놓은 듯 만든 조국 법무부 장관의 임명을 둘러싼 논란을 보면서 이 말이 떠올랐다. 솔직히 이야기하면 몇 년 전에 방영된 ‘펀치’라는 드라마의 영향이 더욱더 크다. 철이 지나도 한참이나 지난 ‘펀치’라는 드라마를 ‘조국 정국’과 연결시킨 것은 “괴물을 잡으려다가 괴물이 되셨군요”라는 대사때문이다. 물론 지극히 개인적인 취향이다.
이 드라마는 검찰 내부의 권력 다툼을 다루고 있다. 극중 법무부 장관은 부패한 검찰 내부의 주류 세력을 제거하고 정의로운 조직으로 만들려고 노력한다. 그는 검찰 권력의 핵심으로 권모술수에 능한 검찰총장에 맞서 싸우는 과정에서 자기도 온갖 권모술수를 동원한다. 하지만 법무부 장관은 그의 모든 행위를 검찰 개혁과 연결시키며 정당화한다. 이에 검찰 개혁에 뜻을 같이했던 대검찰청 차장은 법무부 장관을 향해 외친다. “당신은 누구입니까. 하나님은 이렇게 답하셨습니다. 나는 스스로 존재하는 자다. 장관님 대답은 제가 대신해 드리겠습니다. 장관님은, 검찰총장 덕분에 존재하는 겁니다. 어떤 선택을 하든, 어떤 잘못을 하든! 검찰총장을 잡기 위해서라는 변명으로”라고.
요즘 ‘조국 정국’을 보면서 이 드라마가 오늘의 현실 풍자를 예상해 표현한 것 같다는 생각을 한다. 억지스러운 측면이 있지만. 법무부 장관이 돼야 하는 조 장관의 주장 때문이다. 조 장관은 자신의 가족을 둘러싸고 각종 의혹이 제기되는 데도 법무부 장관이 돼야 하는 이유로 검찰 개혁을 내세운다. 조 장관은 부인인 정경심 교수가 피의자 신분이 되는 사태를 겪으면서도 이런 의지를 꺾지 않는다.
하지만 부정적인 여론이 만만찮다. 딸 장학금이나 논문 저자 등재 등 조 장관의 가족이 빚은 기회의 불평등에 분노하는 여론이 젊은 층을 중심으로 일고 있다. 불평등은 차이의 문제가 아닌가. 차이가 클수록 박탈감은 커진다. 이는 위법 여부와 달리 국민 정서와 관련된 문제다. 여론의 반감은 생길 수밖에 없다. 이런 점에서 조 장관의 검찰 개혁 주장이 다소 걱정된다. 혹시 괴물을 잡으려다가 괴물이 되지나 않을까 봐.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으면 하는 게 간절한 바람이다.
정순백 논설위원 sbjung@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