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인문학 칼럼] 치매를 이기는 사람들 /조광현

부부 함께 투병하며 의지, 병동의 모습서 묘한 감동

레이건 전 대통령 돌봤던 낸시 여사의 행적도 귀감, 가족의 힘은 극복에 도움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9-09-11 19:04:22
  •  |   본지 27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우리 병원 ○병동 2인실에는 87세 정모 할아버지와 한 살 많은 부인이 입원해 있다. 두 분 다 알츠하이머병 환자이지만 할아버지가 조금 나은 편이다. 그는 종종 침대에 붙은 작은 식판 위에 바둑판과 ‘힘의 행마’라는 책을 펼쳐 놓고 혼자서 열심히 바둑을 두느라 누가 들어가도 모른다. 이럴 땐 할머니가 오히려 사람을 반긴다. “아이고! 이장님, 오셨능교.” 할머니는 매일 회진시간에 만나는 담당 의사를 먼 옛날 자기가 살던 마을의 이장(里長)쯤으로 안다. 가끔은 저녁을 먹고 가라며 옷자락을 잡기도 한다. 이 즈음 할아버지가 씩 웃으며 돌아본다. 유난히 사이가 좋은 이들을 ‘잉꼬부부’라 부르는 직원도 있다.

현재 우리나라엔 65세 이상의 사람 10명 중 1명 즉 80여만 명이 치매와 싸우고 있다. 1906년 독일 의사 알로이스 알츠하이머에 의해 알려진 알츠하이머병이 노인성치매의 50~70%를 차지한다. 이 질환은 노화과정에서 ‘베타아밀로이드’라는 단백질이 대뇌피질에 쌓이고 ‘타우단백질’이 기억을 담당하는 해마(海馬)에 들러붙어 발생한다고는 하지만, 확실하지는 않다. 대개 기억력과 인지장애가 서서히 진행되어 결국 일상생활을 제대로 수행할 수 없게 된다. 흔히 깜빡깜빡하는 건망증을 치매 증상이 아닌가, 의심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이들은 간이정신상태검사(MMSE)를 받아보고 정상이면 안심하기도 한다.

신경숙의 소설 ‘엄마를 부탁해’는 치매 때문에 집을 나가 돌아오지 못하는 어머니 이야기다. 엄마를 찾으려는 자식들의 안타까운 사연과 엄마와 함께한 지난 세월을 회상하는 내용들로 독자들의 심금을 울린다. 치매 환자를 둔 가정의 어려움을 잘 표현했다. 나에게도 아픈 기억이 있다. 약 50년 전 칠순의 할아버지가 기억력 장애가 심해 당신이 그렇게 아끼던 스무 살의 손자를 알아보지 못하고, 누구냐고 자꾸 물으시는 통에 그만 눈물을 쏟고 말았다. 나도 이제 나이 들어 언젠가 치매가 덜컥 찾아 올 것 같아 두렵다. 어떻게 피할 수 있을까? 딱히 예방대책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몇 가지 권고 사항이 있다. ①고혈압이나 당뇨병 같은 성인병을 잘 관리한다. ②과음과 흡연을 피한다. ③복용하는 약물은 최소한으로 줄인다. ④즐겁게 할 수 있는 일이나 취미활동을 계속한다. ⑤책을 읽기나 음악을 듣는 등 정서적 생활을 꾸준히 한다. 이상은 요즘 나를 찾아오는 분들에게나 나 자신에게도 꾸준히 권고하는 말이다. 사실, 말하기는 쉽지만 실천은 어렵다. 치매 초기에는 투약 및 섭생만으로도 이를 극복하는 사람이 있다. 증상이 심해지면 요양보호사의 방문서비스를 받거나 주간보호센터를 찾아야 하고, 더 심해지면 입원시설을 찾아야 하는데, 현재 전국적으로 1400여 개의 요양병원과 3000여 개의 요양원이 있다.

고대 로마인처럼 우리의 기대수명이 40세에 불과하다면 치매환자가 거의 없을 것이다. 치매는 의학이 발달하고 수명이 길어지면서 오히려 늘어난 병이다. 그러니 어떻게 오래 살 것인가 못지않게 어떻게 치매를 예방하고, 이길 것인가도 중요하다. 87세에 사망한 대처 전 영국수상, 93세에 사망한 레이건 전 미국대통령도 말년에 10년간 치매를 앓았다. 대중에게 노출되길 꺼렸던 대처 수상과는 달리, 레이건 대통령은 자기의 병을 국민에게 알리고 부인 낸시 여사가 잘 견뎌주기를 바라는 담화문을 발표했다. 이는 알츠하이머병을 앓고 있는 환자들과 그 가족들에게 큰 위로가 됐다. 그는 치매를 이긴 사람이다.

우리의 정 노인도 자신과 부인에게 찾아온 변화에 잘 대처하고 있다. 그는 일찍이 초등학교 교사로 일하다 한국전쟁이 터져 징집됐다. 처음엔 사병으로 갔다가 보병학교를 졸업하고 장교가 된 그는 소대장, 중대장으로 참전하여 죽을 고비를 여러 번 넘겼다. 약 5년간의 군복무를 마치고 교직에 복직하여 30여 년 일하며 정년을 앞두고는 교장을 지내기도 했다. 이렇게 성실하게 사신 분이 오래전부터 파키슨병과 치매가 있는 부인을 열심히 돌보다, 근년 들어 자신마저 치매를 앓게 되자 스스로 병원을 찾았다.

“우리는 꼭 붙어있어야 한다!”며 부인과 함께 입원한 지 2년이나 됐다. 지난겨울 할머니가 인플루엔자 독감에 걸렸을 때, 두 분을 잠깐 분리시키고 싶었다. 그러나 할아버지가 극구 반대하여 도저히 떼 놓을 수가 없었다. 하여 두 분 다 독감으로 크게 고생했다. 다행히 회복되긴 했지만, 인지장애가 점점 심해지는 정 노인이 지금도 전쟁터의 병사가 불침번을 서듯 부인을 꼭꼭 지키고 있다. 할머니도 할아버지가 보이지 않으면 안절부절못하고 두리번거린다.

어느 햇살 좋은 날, 병원 야외 휴게실 벤치에 나란히 앉아 있는 두 분을 만났다. 두 손을 마주 잡고는 아무 말이 없다. 그래도 한 권의 책 같은 두 사람의 이야기가 오순도순 길게 이어지는 듯하다. 그들은 치매를 능히 이기고 있다.

수필가·의사·온천사랑의요양병원 병원장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진주, 3대 가을축제로 물든다
  2. 2안세영, 세계 5위 가볍게 압도하며 4강행…사상 첫 2연패 도전
  3. 3[속보] 박홍근 “호남 반도체, 기업 팔 비틀기 아냐…성과 내야 해”
  4. 4[속보]강준이, AG 스케이트보드 ‘금빛 트릭’…한국 사상 첫 金
  5. 5올해 초과세수 '최소 50조원'…내년 미래대응기금 200조원대
  6. 6부산·울산·경남 흐리고 일부 지역은 비
  7. 7제주 천지연폭포서 사진 촬영 중 추락…50대 관광객 숨져
  8. 8추석연휴 마지막날도 상어 ‘부캉이’ 인기
  9. 9충남 부여 남서쪽서 규모 2.6 지진 발생
  10. 10만남 거부했다고 차에 감금 후 고속도로서 여자친구 때린 60대
  1. 1[2026 국감 브리핑] 김희정 "'대입 원서 접수번호로 경쟁률 유추 가능' 사실로 확인…정부 대책마련해야"
  2. 2연휴 강타한 우크라 포로 송환· DMZ 지뢰사고 늑장조사 논란
  3. 3李대통령, 미국·멕시코 순방 후 귀국…한미회담 등 성과 점검
  4. 4울산 북구·구의회, 노동자 권익 보호 위해 맞손 잡았다
  5. 5장동혁 “국민 분노 폭발 직전…재산 약탈중지하라”
  6. 6민주 “국힘, 장병 부상 앞에서 정쟁 멈추라”
  7. 7오세훈 “李대통령 실거주 이어 실경작 집착…국민 싸울 대상 아냐”
  8. 8[2026 국감 브리핑]미래기금 사업 95% 원안 그대로 수용·증액…박수영 “방만 편성” 지적
  9. 9[속보] 軍·유엔사, DMZ 폭발현장 조사…“추가 조사 예정”
  10. 10李 대통령, 미국·멕시코 순방 마치고 귀국…국내 현안 산적
  1. 1[속보] 박홍근 “호남 반도체, 기업 팔 비틀기 아냐…성과 내야 해”
  2. 2올해 초과세수 '최소 50조원'…내년 미래대응기금 200조원대
  3. 3한화에어로, ‘경력직 채용 지침’ 사과…재발방지책 마련키로
  4. 4“문제 없을까?”… 공정위 퇴직자들, 대형 로펌에 대거 취업
  5. 5제주항공 부산~중국 구이린 주 4회 신규 취항
  6. 6제주항공 부산~중국 구이린 주 4회 신규 취항
  7. 7미국의 몽니?… 공식 발표 계속 미뤄지는 ‘대미(對美) 투자 1호’
  8. 8숙박업 세금체납 4년간 3.4배↑…주요 업종 중 최대폭 증가
  9. 9"미래기금 사업 131건 중 95%는 부처 요구대로…감액 6건 불과"
  10. 10‘말로만 자율주행 기술 육성’… 관련 부처 예산 오히려 삭감돼
  1. 1진주, 3대 가을축제로 물든다
  2. 2부산·울산·경남 흐리고 일부 지역은 비
  3. 3제주 천지연폭포서 사진 촬영 중 추락…50대 관광객 숨져
  4. 4추석연휴 마지막날도 상어 ‘부캉이’ 인기
  5. 5충남 부여 남서쪽서 규모 2.6 지진 발생
  6. 6만남 거부했다고 차에 감금 후 고속도로서 여자친구 때린 60대
  7. 7부산항 앞바다서 60대 여성 심정지 상태로 구조
  8. 8“죽여버리겠다” 음주운전 출소 나흘만에 신고자 협박한 60대
  9. 9소주 탄 분유 먹이고 딸 강제추행…자녀 3명 학대한 40대 징역 7년
  10. 10DMZ 사고 관련 대통령·軍지휘부 대상 고발 잇따라
  1. 1안세영, 세계 5위 가볍게 압도하며 4강행…사상 첫 2연패 도전
  2. 2[속보]강준이, AG 스케이트보드 ‘금빛 트릭’…한국 사상 첫 金
  3. 3우승 타이틀 박탈 위기…맨시티 ‘유죄 판단’보도에도 회장 “결백 입증하겠다”
  4. 4남동헌, 아시안게임 승마 마장마술 금메달
  5. 5AG 펜싱 남자 에페, 일본 38-37 꺾고 단체전 결승…銀 확보
  6. 6한국 양궁…단체전 6종목 모두 4강행
  7. 7AG 한국 여자핸드볼 일본에 설욕하고 금…8년 만에 정상 탈환
  8. 8AG 펜싱 여자 사브르, 8년 만에 단체전 우승…결승서 일본 45-31 격파
  9. 9[속보] 한국, 아시안게임 e스포츠 대전격투 첫 금메달
  10. 10남자 사브르, 일본에 45-44 역전승…아시안게임 단체전 4연패
10대 부산시의회 상임위 들여다보기
“학교 통폐합 지역 맞춤형으로 접근”
10대 부산시의회 상임위 들여다보기
해운기업 유치, 해사법원 신설 “해양수도 부산 경쟁력 키울 것”
강동진의 도시이야기 [전체보기]
바흐를 찾아간 나, 한국을 꿈꾸는 그녀
세계유산위원회, 부산의 시간을 세계와 나누다
경제프리즘 [전체보기]
소비 아닌 문화 생산 주체 오페라하우스
한국 갯벌의 2단계 확대 등재 의미
과학에세이 [전체보기]
자동화의 세상에서 지능화의 세계로
인간만의 영역 ‘관광과 과학’의 결합
국제칼럼 [전체보기]
나림 이병주, 더 일찍 법(法)으로 통(通)했다
추석 밥상에 오를 이재명 정부의 성적표
기고 [전체보기]
존엄 보장하는 부산형 청년보장제 되기를
복합재난에 강한 도시의 조건
기자수첩 [전체보기]
금고 이사장 전횡, 지금도 진행중
엘리트 자평해온 市 공무원…생중계 회의서 능력 입증을
김준희의 클래식 인사이트 [전체보기]
여름의 끝자락, 브람스
여름날의 애상, 왈츠
김지윤의 우리음악 이야기 [전체보기]
세종시대 음악이 전해진 이유
영산회상, 불교음악에서 풍류음악으로
뉴스와 현장 [전체보기]
솔직할 수 있는 용기, 당신에게도 닿기를
히말라야의 경고
도청도설 [전체보기]
부캉이가 띄운 북항
작자 미상
독자 투고 [전체보기]
새로운 시작 ‘황혼 이혼’
무료 화장실 깨끗하게 쓰자
메디칼럼 [전체보기]
‘공동선(Common Good)’으로서 간병 복지
직업병에 대한 자세, 무지와 고의 사이
목지수의 도시브랜드 산책 [전체보기]
랜드마크 시스템의 시대
북항 돔구장에서 야구 보며 사우나를
박지욱의 뇌력이 매력 [전체보기]
건망증, 이렇게 잡자
운동으로 해마를 키우자
박진희의 컬처 픽 [전체보기]
부산 문화정책, 지금 필요한 선택
지독한 집념이 세운 로컬 자산, 대한도기
사설 [전체보기]
DMZ 지뢰 추정 폭발 사고, 엄정·신속한 진상 규명을
미중 한반도 논의…북미 대화 국면서 한국 역할 중요
세상읽기 [전체보기]
북항 찾은 상어 ‘부캉이’와 잊힌 갈매기 ‘부기’
‘지방시대위’ 부산 이전, 다시 뛰는 대한민국
안재철의 연결하는 공간 [전체보기]
지구와 도시의 연결을 묻다
해양수도 부산, ‘제3의 경계 공간’
엄길청의 문전성시 [전체보기]
말과 현실이 너무 다른 부산
반도체와 부산
이보성의 미술 현장 산책 [전체보기]
시장이 강해진 것일까, 비엔날레가 약해진 것일까
아트부산, 숫자 이후의 질문
이상이 칼럼 [전체보기]
보건의료에서 지방정부 역할과 ‘정책 의료’
행위별수가제와 인두제, 오해와 진실
이정구의 맛과 건강 [전체보기]
미식과 오래 씹기
이제명의 오션 드림 [전체보기]
광복 81년, 다음은 바다의 산업 주권
HMM 부산 이전, 해양수도의 시험대
이홍의 세상현미경 [전체보기]
국제질서의 지각변동과 한국의 성장경로
한국이 가진 자산
정쾌호의 부동산 탐구생활 [전체보기]
미분양의 경고, 지방 맞춤 ‘출구전략’ 서둘러야
6·3 부산시장 선거, 부동산 정책의 길
주재민의 명당을 찾아서 [전체보기]
조선 8대 명당 중 하나인 정문도 묘
금가락지가 땅에 떨어진 형국, 곡전재
최태호의 와인 한 잔 [전체보기]
추석의 식탁, 가족을 잇는 와인
오스트리아 와인,빈의 시간을 마시다
특별기고 [전체보기]
‘해양수도 부산’ 토대부터 바로 놓아야
당론 따를지 역사 따를지 양심의 선택을
하순봉의 음악이야기 [전체보기]
박자와 기보
국민악파
황정수의 그림산책 [전체보기]
이대원의 ‘온정리 풍경’
유영국의 1957년 작 ‘사람’
CEO 칼럼 [전체보기]
의료 전문성이 병원 밖 나가는 길 열어야
청년·노인 예산은 경쟁 관계가 아니다
  • 2026 국제환경에너지산업전
  • 국제골프아카데미
  • 부산국제마라톤
  • 어린이청소년경제아카데미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