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주택은 대학생·청년·신혼부부 등을 위해 직장과 학교가 가깝거나 대중교통 이용이 편리한 곳에 짓고, 임대료가 저렴한 공공임대주택이다. 그런 의미에서 부산시가 부산도시철도 1호선 시청역 앞에 짓는 ‘시청앞행복주택’은 행복주택의 모범적인 사례로 전국적인 관심을 모았다. 1800가구로 전국 행복주택 중 최대 규모인 데다 신혼부부에 50%를 공급하고 공동육아나눔터 같은 커뮤니티 시설이 들어선다는 점도 매력적이었다.
그런데 지난해부터 이상한 분위기가 감지됐다. 시청앞행복주택 건립 예정 부지 인근 주민과 연제구의회에서 사업 중단과 주민 의견 수렴 등을 요구하며 사업을 전면 재검토할 것을 요구했다. 시는 결국 1단지(692가구)와 2단지(1108가구)로 구성된 시청앞행복주택에서 1단지의 행복주택 비율을 대거 축소하고 공공기관과 시민 편의시설을 넣기로 했다. 민원 이면에는 공공임대주택인 행복주택이 들어서면 주변 집값이 떨어진다는 주민 우려가 있었던 것으로 짐작된다.
민원에 밀려 행복주택은 결국 주민이 기피하는 ‘님비’ 시설이 됐다. 시의 행복주택 비율 축소 결정은 앞으로 진행될 행복주택 사업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주변 반대가 심하면 규모를 대거 축소할 수 있다는 전례를 남겼다. 이제는 초역세권, ‘사통팔달’ 교통망이 확보된 곳에 행복주택을 짓기 어렵게 됐다.
행복주택 가구 수를 대거 축소하겠다는 결정을 밝힌 직후 나온 부산시의 해명도 납득하기 어렵다. 시는 민원보다는 2020년까지 1만5000가구 규모의 공동주택이 행복주택 주변에 들어서는 등 ‘밀집의 폐해’가 예상돼 계획을 변경했다고 밝혔다. 앞서 시청 주변에 짓고 있는 민간 공동주택에는 아무런 제재가 없다가 왜 행복주택만 규모를 축소하기로 했을까. 시는 이런 해명과 함께 행복주택 사업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2022년까지 행복주택 가구 수를 1만 가구까지 늘리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시가 제시한 사업지는 대부분 도심지가 아닌 시 외곽에 위치했다. ‘직장과 학교가 가깝고 대중교통 이용이 편리하다’는 행복주택의 취지와는 거리가 멀다. 청년의 입장에서 이런 곳에 행복주택을 짓는다고 해서 입주하고 싶지는 않을 것 같다. 청년이 부산을 떠나는 이유 중 하나가 주거난이다. 무작정 짓는 것보다는 좋은 자리에 짓는 방법을 고민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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