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세상읽기] ‘균도 연극’ 공감은 촘촘한 사회복지망 /편국자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9-09-16 19:20:29
  •  |   본지 30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신이시여, 부디 아들보다 하루만 더 살아 아들을 끝까지 보살피게 해주소서.’

발달장애인 아들을 둔 아버지가 수백 ㎞를 걸으며 속으로 되뇌고 또 뇌었던 말. ‘특별한 아이와 별난 아빠’(부제 ‘느리게 자라는 아이’)는 경기도의 장애인 극단 ‘녹두’가 발달장애인 균도 씨와 그의 아버지 이진섭 씨의 이야기를 모티브로 만든 연극이다.

부산 기장군이 삶터인 이들 부자는 ‘균도의 세상걷기’로 세상에 이름을 알렸다. 1급 발달장애 아들에게 혼자 서는 법을 알려주려 아버지는 ‘걷기’를 기획했다. 2011년 10월 부산~광주 500㎞를 도보로 완주한 것을 시작으로 부산~서울 600㎞를 비롯해 지난 8년 동안 이들은 3000㎞가 넘는 거리를 걷고 또 걸었다. 아버지 진섭 씨가 걸으며 소망했던 것은 공감이다. 세상이 자신들의 이야기에 더 깊이 귀 기울여 줄 수 있다면. 장애인 혼자서도 문제없이 살아가는 사회복지망이 갖춰질 수 있다면.

지난 3일 부산문화회관에서 열린 ‘균도 연극’을 관람했다. 반가웠지만, 더 크게 남은 것은 씁쓸한 뒷맛이다. ‘얼마나 어렵게 부산서 열리게 된 공연인데….’ 좌석들을 돌아보며 공연 내내 안타까워질 수밖에 없었다. 균도 가족이 세상 편견에 맞서 싸우는 모습을 다룬 연극은 ‘부산 사람’이 주인공이다. 그럼에도 첫 공연은 2017년 경기도 오산에서 열렸다. 경기도는 뜨거운 호응에 추가 예산을 투입해 지난해 앙코르 공연을 열었다.

부산에선 왜 이 의미 있는 연극을 볼 수 없냐는 언론 지적(국제신문 2018년 9월 11일 자 2면 보도)이 일면서, 김석준 부산교육감이 직접 나섰다. 예산 편성을 지시해 이날 균도 연극을 부산에서 첫 공연하게 만든 거다.

2층에 자리를 잡고 앉을 때만 해도 무척 고무됐다. 700명이 넘는 이가 관람석을 빼곡하게 채우고 있었던 까닭. 그러나 서운하고 불편해지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연극 공연장에서 휴대전화를 끄는 것은 상식이다. ‘휴대전화 전원 종료’를 부탁하는 방송이 두 차례나 나왔지만, 공연 시간 내내 곳곳에서 번쩍번쩍 새어 나오는 휴대전화 조명 탓에 도저히 무대에 집중하기 어려웠다.

관람석에 착석한 대다수가 ‘교육자’라는 이야기를 듣고는 충격이 커졌다. 평일 오후 2시 시작된 공연에 이렇게나 많은 인원이 모인 데는 알고 보니 이유가 있었다. 부산시교육청이 균도 연극 관람을 ‘연수’로 진행했기 때문이다. 특수교육 대상 학생이 재학 중인 초·중·고교의 선생님과 관리자가 이 연극을 보는 것으로 ‘장애공감 문화 조성을 위한 통합교육’이 이뤄졌다.

좋은 취지임에도 참가한 선생님은 어떻게 이리도 어수선한 것일까. 특수학생을 돌보는 교육자가 장애인을 소재로 한 연극을 관람하는 수준이 이것밖에 안 된단 말인가. 연극이 중반을 넘어서면서 안타까움은 더 컸다. 1부 공연을 마치고 퇴장한 선생님 상당수가 15분의 쉬는 시간 이후에도 다시 입장하지 않았다. 무대에서 열연하는 배우를 앞에 두고 수군거리며 잡담하는 이도 적지 않았다. 고개를 뒤로 젖히고 잠을 청하다 연극 종료 후 배우들이 무대 인사에 나서자 화들짝 놀라 일어나는 교장 선생님의 모습은 촌극이었다.

공연을 펼친 극단 녹두의 장애인 배우들은 어떤 생각을 했을까. ‘균도 이야기는 우리 이야기라고요. 왜 우리에게 몰입하고 공감해주시지 않나요.’ 연극의 시나리오는 균도 아버지가 쓴 ‘우리 균도’를 토대로 만들어졌다. 공연장 입구에 책 판매 코너가 마련됐는데, 책이 몇 권 팔렸는가는 논외로 하더라도, 책에 관심을 가지며 매대로 오는 이도 한 명 없었다고 한다. 처참했다.

연극을 기획한 목적이 많은 티켓 판매로 수익을 남기기 위함이 아닐 거다. 발달장애를 안고 사는 당사자와 가족의 어려움을 더욱 깊이 이해하고 공감해주면 좋겠다는 취지에서 시나리오가 쓰였을 테다. 억지로 시간을 때우는 이들 대신, 집중해서 연극을 보려는 사람들의 발걸음으로 공연장이 가득 채워지면 얼마나 좋을까. 평일 낮 대신 주말 저녁에 이 연극을 볼 수 있는 기회가 필요하다. 연극을 통해 균도 가족이 기대하는 것은 하나밖에 없지 않을까. ‘신이시여, 아버지 혼자가 아닌 이 사회가 균도를 보살피게 해주소서.’

참교육을 위한 학부모회 부산지부 고문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문 前 대통령 거제 생가 복원키로
  2. 2신세계, 센텀 롯데百 인수…쇼핑·문화·관광 복합타운 만든다(종합)
  3. 3한화오션까지 동참… '조선사 빅3' 공동납품 체계 완성
  4. 4[시사난장] 풀숲에 버려진 ‘영도다리의 뼈’
  5. 5미분양·빈집 누적…부산 안서도 주택 위기 제각각
  6. 6“국제신문 살리는 게 지역 민주주의 지키는 일”
  7. 7고리원전에 가짜 베어링 납품 업체들, 1년째 수사 표류
  8. 8팔만대장경 다시 판각…해인사 50년 대장정
  9. 9김해 시내버스 개편…장유 등 23대 증차
  10. 10“영도 절영초 통폐합 추진 중단하라”
  1. 1“영도 절영초 통폐합 추진 중단하라”
  2. 2“능인, 경영능력에 의문” 부산국힘 내주 지원안 머리 맞댄다
  3. 3국힘 부정선거론 다시 띄우기…민주 “선동에 열중” 비난
  4. 4[속보] 장동혁 “투표지 육안으로도 많은 문제…특검, 진실 밝혀야”
  5. 5[속보]한동훈, "李 정권 막는 명분 같이라면 '훈훈연대' 힘을 모을 것"
  6. 6李 비판 유시민에 김민석 “대응 불필요”
  7. 7李 대통령 지지율 1%p 하락 39%…민주 국힘 경합
  8. 8靑 “DMZ 지뢰폭발 사건 북한의 사과와 조치 요구”
  9. 9특검, '이의제기 없는 투표지'도 현 상태 보전 요청.. "추후 검증에 대비"
  10. 10송파 247만 장 검증, 신분확인·촬영요구로 시작부터 차질(종합)
  1. 1신세계, 센텀 롯데百 인수…쇼핑·문화·관광 복합타운 만든다(종합)
  2. 2한화오션까지 동참… '조선사 빅3' 공동납품 체계 완성
  3. 3미분양·빈집 누적…부산 안서도 주택 위기 제각각
  4. 4신세계 야외주차장도 복합개발 속도…센텀 유통지형 요동
  5. 5행사 한창인데 벡스코 정전…전력관리체계 도마(종합)
  6. 6삼성전자 분기 영업익 107조 역대 최대…반도체로만 106조(종합)
  7. 7부산시, 쿠팡 등 3곳 1630억 투자 유치
  8. 8‘덕후 천국’ 부산에 떴다…롯데百 전국 첫 IP 전문관
  9. 9롯데, 영도대교 복원 인연 축제로 잇는다
  10. 10AI드론으로 참치 찾는 선박 부산 출항
  1. 1문 前 대통령 거제 생가 복원키로
  2. 2“국제신문 살리는 게 지역 민주주의 지키는 일”
  3. 3고리원전에 가짜 베어링 납품 업체들, 1년째 수사 표류
  4. 4팔만대장경 다시 판각…해인사 50년 대장정
  5. 5김해 시내버스 개편…장유 등 23대 증차
  6. 6‘국힘 397억 원’ 달린 尹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2심 선고 생중계
  7. 7[속보] 포스코 노사, 3차 파업 앞두고 잠정 합의... 기본급 2.6% 인상키로
  8. 8기말고사에 EBS 유사 문항, 처음 아니었다
  9. 9전재수 시장, 명지소각장 폐쇄 결정…“생곡소각장과 별개”
  10. 10강서구, 부산시와 명지소각장 폐쇄 협약 체결
  1. 1“AG 환희 잊고…리그 첫 경기부터 승수쌓기 총력”
  2. 2마침내…밀워키, 월드시리즈 첫 우승(종합)
  3. 3괜찮을까…모레노호, ‘96라인’·손흥민 모두 품었다
  4. 4여자프로농구 절반이 女감독
  5. 5롯데 수석코치 허문회, 2군 감독 박승민
  6. 6부산시대 2년차 읏맨 “홈팬 응원에 성적으로 보답”
  7. 7모레노, 은퇴소동 ‘96라인’ 달랜다…대표팀 내홍 풀까
  8. 8밀워키, 창단 58년 만에 WS 우승…5차전서 4-1로 탬파베이 제압
  9. 9경남 생활체육 대축전 30일 개막…3일간 31개 종목 열전
  10. 10롯데, 공격서 수비로 중심 이동…주전 새판짜기 예고
우리은행
10대 부산시의회 상임위 들여다보기
“학교 통폐합 지역 맞춤형으로 접근”
10대 부산시의회 상임위 들여다보기
해운기업 유치, 해사법원 신설 “해양수도 부산 경쟁력 키울 것”
강동진의 도시이야기 [전체보기]
바흐를 찾아간 나, 한국을 꿈꾸는 그녀
세계유산위원회, 부산의 시간을 세계와 나누다
경제프리즘 [전체보기]
소비 아닌 문화 생산 주체 오페라하우스
한국 갯벌의 2단계 확대 등재 의미
과학에세이 [전체보기]
지역이 기획, 국가가 지원하는 R&D 시대 열자
진짜 질문의 시작
국제칼럼 [전체보기]
부캉이에게 부끄러운 북항 재개발 민낯
부산 관광, 마냥 좋기만 할까
기고 [전체보기]
‘성범죄 취업제한’의 사각지대
‘2028 세계디자인수도 부산’의 과제
기자수첩 [전체보기]
금고 이사장 전횡, 지금도 진행중
엘리트 자평해온 市 공무원…생중계 회의서 능력 입증을
김준희의 클래식 인사이트 [전체보기]
여름의 끝자락, 브람스
여름날의 애상, 왈츠
김지윤의 우리음악 이야기 [전체보기]
다대포에서 만난 퇴계 이황
세종시대 음악이 전해진 이유
뉴스와 현장 [전체보기]
‘탈서울’ 안 된다던 원안위, 세종행에 왜 침묵하나
AX·반도체 전시회 5개 동시에 열렸는데…
도청도설 [전체보기]
클릭으로 여는 독도
지긋지긋한 론스타
독자 투고 [전체보기]
새로운 시작 ‘황혼 이혼’
무료 화장실 깨끗하게 쓰자
메디칼럼 [전체보기]
개정 응급의료법이 ‘미수용 방지법’?
25년을 간직한 리플렛 세 장
목지수의 도시브랜드 산책 [전체보기]
랜드마크 시스템의 시대
북항 돔구장에서 야구 보며 사우나를
박지욱의 뇌력이 매력 [전체보기]
건망증, 이렇게 잡자
운동으로 해마를 키우자
박진희의 컬처 픽 [전체보기]
‘부캉이’ 스펙터클에서 공존으로
부산 문화정책, 지금 필요한 선택
사설 [전체보기]
국회 출석 거부하며 장외 사실호도 일삼는 지광
AI 해킹 범죄 고도화…수사 공백 해소 시급하다
세상읽기 [전체보기]
반복된 일상에서 마음의 여유를 찾는 법
한국 경제 떠받치는 중장년, 이제 다시 봐야
안재철의 연결하는 공간 [전체보기]
지구와 도시의 연결을 묻다
해양수도 부산, ‘제3의 경계 공간’
엄길청의 문전성시 [전체보기]
말과 현실이 너무 다른 부산
반도체와 부산
이보성의 미술 현장 산책 [전체보기]
두 미술관, 각자의 역할을 묻다
시장이 강해진 것일까, 비엔날레가 약해진 것일까
이상이 칼럼 [전체보기]
복지의 ‘필요 원칙’과 포퓰리즘
보건의료에서 지방정부 역할과 ‘정책 의료’
이정구의 맛과 건강 [전체보기]
미식과 오래 씹기
이제명의 오션 드림 [전체보기]
기다림에도 비용이 든다
광복 81년, 다음은 바다의 산업 주권
이홍의 세상현미경 [전체보기]
대규모 대미 투자, 기회인가 위협인가
국제질서의 지각변동과 한국의 성장경로
정쾌호의 부동산 탐구생활 [전체보기]
부산 아파트 10년, 이중 양극화와 위상 추락
미분양의 경고, 지방 맞춤 ‘출구전략’ 서둘러야
주재민의 명당을 찾아서 [전체보기]
사람은 갔어도 명당은 남아 있다
조선 8대 명당 중 하나인 정문도 묘
최태호의 와인 한 잔 [전체보기]
와인은 어떻게 마음에 남는가
추석의 식탁, 가족을 잇는 와인
특별기고 [전체보기]
‘해양수도 부산’ 토대부터 바로 놓아야
당론 따를지 역사 따를지 양심의 선택을
하순봉의 음악이야기 [전체보기]
박자와 기보
국민악파
황정수의 그림산책 [전체보기]
이대원의 ‘온정리 풍경’
유영국의 1957년 작 ‘사람’
CEO 칼럼 [전체보기]
시민 주거안정에서 지역경제 활성화까지
청년 떠나는 지방, 수도권 인구 분산해야
  • 국제신문 골프대회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