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8일 아이슬란드 서부의 ‘오크’라는 곳에서 이색 추모비 제막식이 열렸다. 이른바 ‘빙하 추모비’다. 즉, 기후변화로 인해 빙하가 더는 이동할 수 없을 만큼 녹아 내려 ‘사망’한 까닭이다. 추모비 아래에는 최근 관측된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인 415PPM이 적혔다. 이는 1년 전보다 대폭 오른 수치다. 하기야 빙하의 나라 아이슬란드만 해도 2000년 당시 300개를 웃돌던 빙하가 7년 사이 60개나 줄었다.
요즘 국제사회의 주요 관심사는 기후 위기 문제다. 과학자들의 분석으로는 지구 평균 기온이 산업화 이전보다 2도 이상 오르면 인류가 대처할 수 없는 파국에 이르고, 1.5도만 상승해도 심각한 위험에 빠진다. 지구 평균 기온은 이미 1.2도 오른 상태다. 게다가 지금처럼 탄소 배출이 계속되면 1.5도 상승까지 12년 정도밖에 남지 않았다고 한다. 지난해 10월 유엔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에서 그 상승폭을 1.5도 이내 억제로 잡은 이유다.
기후변화를 막기 위한 노력은 유럽에서 가장 활발하다. 유럽연합이 항공세, 탄소세 같은 새로운 에너지세(稅) 도입을 논의하고 나섰고 영국과 프랑스 등에서는 탄소배출을 획기적으로 줄이는 법을 잇따라 만들었다. 지난 14일 덴마크의 공영채널은 세계 최초로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TV 모금 방송도 진행했다. 나무 100만 그루 심기를 내세운 것인데, 하루 만에 240만 유로(약 31억6000만 원)의 성금이 답지했다고 한다.
우리나라는 ‘기후 악당국가’라는 오명이 붙었다. 세계에서 일곱 번째로 많은 온실가스를 내뿜고, 이산화탄소 배출 증가율은 OECD 국가 중 1위라는 점에서다. 그러니 국내 지식인·연구자 664명이 지난 9일 정부에 기후 위기 선포와 함께 적극적인 대응을 촉구하는 집단 선언문을 발표할 만하다. 그제 서울에서는 한국 완성차 기업의 대형 광고판에 그린피스 활동가들이 내연차 생산 중단을 촉구하는 낙서를 한 사건도 일어났다.
오는 21일부터 미국 뉴욕에서 ‘유엔 기후행동 정상회의’가 펼쳐진다. 이 기간 미국을 찾는 문재인 대통령도 참석하는 걸로 발표됐다. 유엔 사무총장이 제안한 이 회의는 세계 각국의 행동을 강조하는 자리다. 종전처럼 ‘말 잔치’에 그쳐서는 안 된다는 뜻이다. 근래 세계 청소년층에 기후 위기감이 높아지면서 등교 거부 등의 저항운동이 확산되는 추세다. 미래 세대에 기후 재앙을 안겨주지 않으려면, 이제는 말이 아닌 행동에 나서야 한다. 기후 안정화를 위한 시간은 그리 여유롭지 않다.
구시영 논설위원 ksyoung@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