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새가 왜 나를 따라다니지.” 2004년 6월 어느날 파키스탄 파슈툰부족 반군 지도자인 네크 무하메드 와지르는 사막 한가운데서 하늘에 떠 있는 비행체를 보고 이렇게 중얼거렸다. 마침 위성전화로 영국 BBC와 인터뷰 중이었다. 하지만 그것은 새가 아니라 미 해군 전함에서 발진한 살상용 무인항공기 드론이었다. 미사일이 무하메드의 은신처를 강타한 것은 그로부터 만 하루가 안돼서였다. 파키스탄 탈레반을 창설한 바이툴라 메수드는 바람을 쐬려고 옥상에 올라갔다가 드론 공격을 받았고, 2대 지도자 하키물라 메수드 암살에도 같은 방법이 사용됐다.
뉴욕타임스 안보전문기자 마크 마제티가 쓴 ‘CIA의 비밀전쟁’에 따르면 미국도 처음엔 드론 도입을 망설였다. 보이지 않는 적을 살해하는 게 비윤리적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9·11 이후 모든 상황이 바뀌었다. 오히려 드론 공격은 지상군 투입 부담이 없고 작전에 실패하더라도 시치미 떼기 쉬웠다. 드론 공격이 부시 정부에서 시작됐지만 사용횟수와 희생자 수는 오바마 정부에서 오히려 급증했다. 하지만 약점도 노출됐다. 드론이 위성을 통해 수천 ㎞ 떨어진 미 중앙정보국(CIA)에 영상을 전송하고 공격 명령을 실행하기까지 2~3초 시차가 발생한다. 드론에 발각되면 차로 도망가면 되는 것이다. 하지만 고정된 물체나 시설엔 여전히 치명적이다.
사우디아라비아 국영 석유회사인 아람코의 정유시설과 유전이 지난 주말 무인기 10대의 공격을 받아 불탔다. 예멘 반군이 공격 주체를 자임하긴 했지만 미국은 그들을 배후조종하는 같은 시아파국가 이란을 지목하고 있다. 하지만 레이더에 잘 잡히지 않고 대당 1000만~2000만 원에 불과한 장난감 수준의 무기를 사실상 방어할 수단이 아직 없다는 사실만은 분명히 확인됐다. 우리나라도 5년 전 경기 강원 지역에서 북한산 드론이 발견되는가 하면, 지난달엔 1급 국가보안시설인 고리원자력발전소 상공에도 여섯 번이나 드론이 출몰했다. ‘폭탄이나 생화학무기를 실제로 장착했더라면’이란 상상만으로도 모골이 송연해진다.
미 해병대는 이미 14년 전에 글래디에이터라는 무인장갑차를 개발했고, 3년 전 이라크군은 이슬람국가(IS)와의 전투를 위해 소형 자동차 크기의 로봇을 처음 투입했다는 보도가 있었다. 드론에서 장갑차까지 사람없는 전쟁은 이미 구체화되고 있다. 전장에서의 미덕이 불굴의 용기보다는 지구 반대편 노트북 앞에서의 정교한 손놀림이 될 날이 머지않았다는 뜻이다.
강필희 논설위원 flute@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