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정상이 평양선언문을 발표한 지 오늘로 딱 1년이다. 지난 1년을 되돌아보는 국민의 심정은 참 착잡하다. 하늘과 땅 차이 같은 기대와 실망이 교차해서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1년 전 평양에서 군사적 긴장 완화, 남북 협력 증대, 이산 문제 해결, 문화교류 확대, 한반도 비핵화, 김 위원장 서울 답방 등 6개 사항에 합의했다. 적대행위의 전면 중지를 약속한 9·19 남북 군사합의는 남북이 북미에 앞서 종전을 선언한 것이나 다름없었다. 한반도의 70년 냉전을 끝장낼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잡은 셈이었다.
하지만 지금 남북은 9·19 평양선언은 물론 그 계기를 마련한 4·27 판문점선언 이전의 적대관계로 역행하고 있다. 합의사항을 실천한 것이라곤 고작 비무장지대 감시초소의 일부 철수와 남북 철도·도로 연결 착공식뿐이다. 북한은 한미 연합군사훈련 등을 이유로 “남조선과 더 할 말이 없다”며 교류를 단절했고, 지난 5월 이후 남한을 겨냥해 단거리 탄도미사일 등 발사체를 10차례나 쏘기도 했다.
남북관계가 이처럼 급변한 것은 지난 2월 북미 하노이회담 결렬 탓이 크다. 지난해 6월 싱가포르에서 북미 정상이 합의한 북미관계 정상화,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및 완전한 비핵화를 실행할 수 있는 만남이 될 것이란 기대가 물거품이 됐기 때문이다. 여기에 한미 연합군사훈련과 남한의 전략무기 도입 등 북한이 자국에 대한 적대행위로 간주하는 일이 겹치면서 남북관계는 더 악화됐다.
그러나 남북·북미관계가 아무리 나빠진다 해도 ‘전쟁 없는 한반도’의 꿈을 포기할 수는 없다. 그 꿈을 접는 순간 남북한과 일본의 연쇄 핵 보유로 이어지는 ‘동북아 냉전 디스토피아’가 펼쳐질 게 불을 보듯 뻔해서다. 오는 22일 미국을 방문해 한미 정상회담을 갖는 문 대통령의 역할에 다시 무게가 실리는 이유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이 ‘슈퍼 매파’인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해고하면서 ‘선 비핵화, 후 보상’ 방식의 리비아 모델을 비판한 건 상황을 반전시킬 호재가 아닐 수 없다. 이 기회를 놓치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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