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최악의 미제사건이었던 화성연쇄살인사건의 유력한 용의자가 드러났다. 강간살인죄로 무기징역형을 확정받고 부산교도소에 24년째 복역 중인 50대 남성이다. 이 자의 DNA가 화성사건 피해자 증거물 3건에서 채취한 것과 같다는 게 경찰의 설명이다. 자칫 영구미제가 될 뻔했지만 과학수사의 진보와 경찰의 포기하지 않은 집념 덕분에 중요한 해결 실마리를 찾은 것이다. 1986~1991년 경기 화성시 일대에서 처참하게 죽어간 희생자들과 유족들의 한이 늦게나마 풀릴지 주목된다.
현재 용의자가 범행 사실을 강력 부인하고 있어 추가 수사는 여전히 필요한 상황이다. 담당 경찰도 “DNA가 나왔다고 진범으로 종결할 사안이 아니다”고 말하고 있다. 범인이 밝혀지지 않은 9건의 살인 중에서 해당 용의자와 관련된 사건을 확정짓고 나머지 사건의 연관 규명 등 앞으로도 가야 할 길은 멀다. 신중하고도 치밀한 접근이 필요한 대목이다.
부산에도 배산 여대생 살인 사건, 해양대 맨홀 살인 사건, 대저동 미용사 살인 사건 등 미제사건이 많다. 최근에도 광안동 신혼부부 실종 등 강력사건들에 대한 기억이 생생하다. 황산테러로 사망한 태완군 사건 이후 살인죄에 대한 공소시효 폐지로 2015년부터 전국 경찰청엔 미제사건전담수사팀이 꾸려졌다. 부산경찰청도 26건의 미제사건을 수사 중이다. 사회 정의와 시민 안전을 위해 속히 해결되어야 할 숙제다.
첨단 과학수사 기법의 발달로 과거엔 불가능했던 DNA나 쪽지문 분석이 가능해졌다. 33년 전 연인원 200만 명 이상의 경찰을 투입하고도 놓쳤던 범인의 꼬리를 잡게 된 것도 DNA 확인이 결정적이었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진범을 잡겠다는 인간의 의지이다. 사실 미제사건 수사는 주목받기 힘든데다 증거 자체가 멸실된 경우가 많아 경찰로서는 힘들고 어려운 임무이다. 이 때문에 공소시효가 만료된 사건인데도 추가 제보를 확인하고, 새 분석기법이 나오면 증거물을 대조했던 화성사건 담당자들의 노력이 더 돋보인다. 이번 일을 계기로 미제사건 수사팀 보강과 지원 강화 등 재점검을 서둘러 ‘범죄자는 반드시 벌을 받는다’는 인식이 뿌리내리도록 해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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