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원전 2350년경 메소포타미아의 티그리스강과 유프라테스강 사이 곡창지대에 아카드라는 제국이 탄생했다. 이 제국은 100여 년 간 번영을 구가하다 갑자기 멸망했다. 하지만 이와 관련한 아무런 기록이 남아 있지 않아 과도한 인구 증가 등 멸망 원인을 둘러싼 여러 추측만 무성했다. 그러던 중 1993년 미국과 프랑스 공동연구팀이 아카드 제국의 토양을 분석한 결과, 기원전 2200년 이전부터 약 300년간 진행된 건조화로 인한 가뭄과 기온 저하 때문에 멸망한 것으로 드러났다. 기후 변화로 몰락한 첫 문명이다.
아카드에 이어 메소포타미아에 들어선 바빌로니아 제국의 멸망에도 기후 변화가 영향을 미쳤다. 바빌로니아는 기원전 2000년경부터 1600년경까지 400년간 전성기를 누리다 히타이트에게 패망했는데, 당시 극심한 건조기가 지속되면서 ‘비옥한 초승달 지대’로 이름난 이곳이 사막으로 변했다고 한다. ‘검은 경작지가 하얗게 바뀌니/넓은 들판이 소금기 있는 축축한 땅이 되고/대지의 자궁은 뒤틀려/아무런 식물도 돋아나지 못하네’. 당대의 시인은 그 일을 이렇게 읊었다.
고대의 기후 변화 재앙이 옛일 같지 않다. 인류가 당면한 ‘발등의 불’이어서다. 지난해 10월 유엔 기후 변화에 관한 정부 간 패널(IPCC)이 발표한 ‘1.5도 보고서’에 따르면, 기온 상승폭을 산업화 이전 대비 1.5도 이내 수준으로 유지하려면 온실가스 배출량을 향후 10년 안에 45% 줄이고, 2050년에는 배출을 근절해야 한다. 그러지 않을 땐 고대 메소포타미아와 같은 환경 재앙이 불가피하다.
지난 20일부터 오는 27일까지 전 세계에서 ‘국제 기후 파업(Global climate strike)’ 행사가 열리는 이유다. 국제 기후 파업에는 세계 139개국이 참여한다. 우리나라에서도 지난 21일 부산과 창원 등 전국 10개 도시에서 집회가 열렸다. 오는 27일에는 5000여 명의 청소년이 학교 수업을 거부하고 서울 광화문 광장에 모여 ‘기후를 위한 결석 시위’를 벌일 계획이다. 어른이 환경을 파괴해놓고선 외면하니 보다 못한 청소년이 나선 것이다. 한국은 2000년대 들어 2014년을 제외하곤 매년 온실가스 배출량이 늘었다. 지난 10년간 배출증가율은 세계 2위다.
“당신들은 자녀를 사랑한다고 하지만, 그들 눈앞에서 그들의 미래를 훔치고 있다.” 스웨덴의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16)가 어른을 향해 쏟아낸 작심 비판이 가슴 아리게 파고든다.
이경식 논설위원 yisg@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