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든 살의 나이로 타계한 소설가 박완서 선생은 만년에 변화된 사회환경을 고려한 독특한 나이 셈법을 제시했다. 사람의 생물학적 사회적 나이는 살아온 햇수에 0.7을 곱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계산대로라면 60세는 42살, 70세는 49살이 된다. 30~40년 전만 해도 환갑은 완연한 노인이었지만 이제는 그 연령대에 ‘어르신’이라는 호칭은 어울리지 않는다. 무엇보다 여러 조사에서 노인들 스스로 “최소 72세가 넘어야 노인이다”고 답하고 있다.
“노인 한 명이 숨을 거두는 것은 도서관 하나가 불타버린 것과 같다”던 말리 출신 민속학자 아마두 함파테 바의 말도 기록문화가 발달하지 않은 아프리카의 얘기 정도로 여겨질 뿐이다. 요즘 노인은 자신들이 윗세대에 바쳤던 대접을 후세대로부터 받지 못한다. 금리생활자가 많은 연령층이면서도 정보화시대 적응은 더디다. 연 5% 고금리를 제시한 인터넷은행의 특판 상품이 1초 만에 매진됐는데 60대 이상 가입자는 0.1%뿐이었다. 고립 소외 자괴감은 자주 분노로 표출된다. 보험연구원 통계를 보면 20~40대 범죄율은 줄어드는 반면 50대 이상은 급증하고 있다. 경북 봉화에서 발생한 70대 귀농 노인 엽총 난사사건이나 전남 보성의 70대 어부 살인사건처럼 범죄의 양상도 점점 흉악해지고 있다.
양반의 고장이라 불리는 충북 괴산의 한 마을에서 이웃하며 살던 73세와 69세 노인이 존댓말 문제로 싸워 각각 집행유예 1년, 집행유예 2년형을 받은 사실이 뉴스를 통해 전해졌다. 4살이나 어린 사람이 자꾸 반말을 하자 “건방지다”며 형님뻘 노인이 먼저 주먹을 휘둘렀고 서로가 전치 3~6주의 상처를 입었다. ‘사람들은 퇴직생활을 자유와 여가의 시간이라 말한다. 이것은 염치없는 거짓말이다. 많은 노인에게 사회가 부과하는 생활 수준은 비참하다’. 프랑스의 여성 철학자 시몬 드 보부아르가 쓴 ‘노년’이라는 책의 서문이다.
정신 연령이 신체의 성장 속도를 따라가지 못해 발생하는 부조화가 사춘기다. 정신적 신체적 자각 나이는 여전히 젊은데 가정과 사회에서 ‘노인 취급’은 받으면서 ‘노인 대접’은 못 받으니 ‘화’가 쌓이는 노인이 늘어간다. 만화가 야마다 레이지가 10년간 일본 사회 유명인 200명을 인터뷰해 쓴 책 ‘어른의 의무’에는 존경받는 어른의 공통점 3가지가 나온다. 불평하지 않기, 잘난 척하지 않기, 기분 좋은 상태 유지하기가 그것이다. 품격 있게 나이 든다는 게 정말 어려운 일인 것 같다.
강필희 논설위원 flute@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