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서 잎이 가장 큰 식물 하면, ‘가시연’이 꼽힌다. 원형인 잎의 지름이 최대 2m에 이른다. 몸 전체에 가시를 지녔고, 가시연꽃으로도 불린다. 단 하나의 꽃을 피우고 한 해를 마감하는 희귀 수생식물이라 잘 볼 수도 없다. 꽃말이 ‘그대에게 행운을’이라 붙여진 것도 그런 이유일 터다. 더구나 환경부 지정 멸종위기 야생식물 2급이자 산림청의 멸종위기 식물 보존 1순위로 지정돼 있을 만큼 귀하신 몸이다.
특히 가시연꽃은 발아 조건이 워낙 까다로워 그걸 보는 것 자체가 행운으로 통한다. 수질과 기온에 민감해 발아율이 낮고 개화 가능성도 높지 않아서다. 연못이나 저수지, 습지 같은 곳의 물 밑 진흙에서 오랜 세월을 보낸 뒤에야 자줏빛의 아름다운 꽃망울을 7~8월에 피워 내는 것이다. 하지만 도시화와 난개발로 서식지가 급격히 줄었다. 그렇다 보니 국내에서 멸종 상태로 여겨지던 가시연이 1974년 대구에서 20여 년 만에 발견돼 화제를 모았다. 1990년대 이후로도 상황이 나아지지 않아 보호 대책의 목소리가 커졌다.
또 다른 멸종위기종인 ‘순채’도 수생식물이다. 다년생 물풀로 잎사귀가 타원형이고 홍자색의 꽃이 7~8월에 핀다. 연못 등에서 자라지만, 옛날에는 잎과 싹을 먹기 위해 논에서 키웠고, 왕궁 수라상에도 올랐다고 한다. 주로 나물로 무쳐 먹었지만 전골과 탕, 고기요리에도 쓰였다. 순나물 혹은 순채나물로 회자된 이유다. 아울러 고급 식용유로도 사용됐다. 그래서 1970년대에는 순채가 농가 소득원과 일본 수출품으로 각광받았고, 저수지에 순채를 이식하는 곳도 여기저기 생겨났다.
부산 강서구 식만동과 사상구 삼락동을 잇는 낙동강 횡단교량인 대저대교 건설 예정지에서 가시연과 순채 군락지가 발견됐다는 소식이다. 부산환경회의와 부산대 연구팀의 조사 결과, 군락지가 교량 노선과 램프로부터 직선 640~900m 지점에서 관찰됐다. 이는 부산시의 환경영향평가와 배치된다. 이들 식물이 노선과 1㎞ 넘게 떨어져 있어 교량건설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고 밝혀서다. 그러니 환경영향평가 부실 등의 비판이 나올 만하다.
심각한 교통난을 완화하기 위한 교량 건설이 필요하다고 해도, 거기에 함몰되어서는 안 된다. 멸종위기에 놓인 이들 희귀 식물 군락지와 낙동강 하구 생태계가 크게 훼손될 수 있어서다. 더구나 습지는 한 번 파괴되면 회복하기가 어렵다. 혹여 개발에만 급급해 자연생태계를 망치는 일이 없도록 환경영향을 철저히 따지는 게 좋겠다.
구시영 논설위원 ksyoung@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