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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호의 와인 한 잔] 양해 바라지 말고 용서 구하자

  • 국제신문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9-09-25 19:15:23
  •  |  본지 2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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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해의 농사를 수확하고 가족, 친지와 함께 모여 조상을 기리는 명절. 올해는 그 추석이 예년보다 일찍 지나가 버렸다. 지난해보다 올해 추석이 빨랐던 이유는 작년 음력 8월부터 올해 음력 7월까지 윤달이 한 번도 없었기 때문이다. 해와 달의 주기 차이에 따라 양력은 1년이 365일이지만, 음력은 보통 1년이 354일로 양력보다는 1년에 11일씩 날수가 적다. 날자와 계절의 차이를 조절하기 위해 있는 달이어서 무탈한 달로 여긴 윤달. 화장실 수리, 집 수리, 이사와 같은 일은 함부로 하지 않고 특별히 날을 잡아서 하는 풍습에도 불구하고 윤달에는 일진도 안 보고 해도 상관없다고 한다.
바이오다이내믹 포도수확이 끝나고 낙엽이 진 슬로베니아 비파바밸리의 포도밭.
지금 프랑스의 부르고뉴를 비롯한 유럽과 외국의 와인 산지는 일 년간 정성껏 키운 포도를 수확하고 와인을 만들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는 시기이다. 이러한 와인 재배와 와인 양조에도 달과 별의 움직임과 같은 형이상학적이고 우주적인 개념을 도입한 바이오다이내믹 철학이 많이 적용되고 있다.

바이오다이내믹은 오가닉이라는 개념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가서 우주와 자연의 생태학적인 리듬이 땅과 모든 생물에 영향을 준다는 것이다. 바이오다이내믹 농법은 달과 별의 위치, 점성술적인 관측에 기반을 둔다. 별자리에 따라 과실의 날에는 농사를 시작하고, 뿌리의 날에 가지 치기를 하고, 꽃의 날에는 농사를 쉬고, 잎의 날에는 포도에 물을 주는 등 우주의 바이오 리듬에 따라 농사를 계획한다. 포도 생산량은 줄어들지만, 맛은 더 농축되어 순수하고 진한 와인이 만들어지며 기후와 토양의 특징인 ‘떼루아’를 잘 표현할 수 있다.

최근 바이오다이내믹 인증을 획득하려는 와인 양조자가 증가하는 추세이다. 이로 인해 생물 다양성, 토양 비옥도, 작물의 영양분 등이 좋아져 포도밭은 훨씬 더 건강해지고 보다 우아한 향과 맛을 내며 여운이 긴 와인이 만들어지고 있다. 특히 기후변화가 심한 유럽은 더욱더 균형 있는 맛과 알코올 함량이 충분한 와인을 생산할 수 있다.

자연과 조화를 이루는 와인을 만들기 위한 바이오다이내믹 철학처럼 우리의 삶도 자연스러워진다면 어떨까? 자연스럽게 씨앗이 떨어져 열매를 맺고 시간이 지나 고목이 되듯 내가 가다가 머무는 그곳이 내가 자리해야 할 곳이다. 외롭다고 누군가에게 외롭다 해본들 아무도 날 위로해 주지 않는다. 나를 이끄는 그 힘으로 나를 둘 수밖에. ‘나는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 하나하나에 집착을 느끼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그 전부를 소유하고 싶은 것이다. 그러나 나의 손 안은 텅 비어있다. 아무것도 소유하지 못한 채’(‘인간은 모두 죽는다’, 시몬 드 보부아르).
자신에게 충실하자. 나 자신에게서 도망가는 비겁한 행동은 하지 말고 나의 행동이 그 사람들에게 신성하게 느껴질 정도로. 하지만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었다면 양해를 바라지 말고 용서를 구하자. 의미 있는 와인 한 병 들고 가 같이 마시며 진심으로 용서를 구해보자. ‘내가 깨어났을 때 나 홀로 남고, 새는 날아가 버릴지라도’(비틀즈의 ‘노르웨이의 숲’ 가사 중).

부산가톨릭대 와인전문가과정 책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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