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운동 향수’가 운동 지속 요인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밝히려는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김종호 울산대 교수는 한국여가레크리에이션학회지 최신호에 실은 논문 ‘여성의 여가·스포츠 향수에 따른 레크리에이션 전문화’에서 운동 향수가 높은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운동 기량과 열정 등이 높다고 주장했다. 특히 어린 시절에 참여한 스포츠 활동에 대해 강한 향수를 느낀 사람이 성인이 된 이후에도 스포츠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과거의 멋진 추억이 현재는 물론 미래의 행동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
그럼 남자에게 가장 큰 추억과 향수를 느끼게 하는 것은 무엇일까. 사람마다 다르긴 하겠지만 피 끓는 20대 때 뙤약볕 아래서 전우들과 함께한 군대 축구가 아닐까.
축구선수 출신인 필자는 학교에서 30년 가까이 축구를 가르치고 있다. 이런 과정에서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 나름 축구를 제법 했을 법한 복학생도 하나 같이 기본기가 바닥 수준이라는 사실이다. 축구에 투자한 시간과 열정만 놓고 보면 낯 간지러운 수준에 머물 이유가 없는데 왜 그런지 궁금했다. 이는 기본기를 제대로 배워본 적이 없거나 설령 배울 기회가 있더라도 당장 재미있는 게임 위주로 했기 때문이라는 결론에 이르렀다. ‘남자한테 참 좋은데 ∼ 정말 좋은데 어떻게 표현할 방법이 없다’고 한 광고 카피처럼 운동은 기본기가 참 중요한데, 정말 중요한데 어떻게 가르쳐 줄 방법이 없을까 고민했다. 어느 날 문득 대한민국 남자라면 누구도 피해 갈 수 없는 군대에서 축구를 비롯한 운동의 기본기를 가르쳐준다면 모든 고민이 해결될 것이라 판단했다. 이에 필자는 군 복무 기간 축구 등 운동의 기본기를 제대로 배울 기회를 주자고 제안하고 싶다.
정부는 병사들의 사기 진작과 행복한 군 생활을 위해 수많은 정책을 시행 중이다. 자기 계발을 희망하는 병사에게는 1인당 연간 최대 5만 원 정도를 지원하고 학점과 국가기술자격증 취득까지 장려하고 있다. 최근엔 군 복무 기간 단축, 평일 외출제, 휴대전화 사용, e-스포츠 등 다양한 여가 활동도 적극 지원하고 있다.
군 복무 기간 운동의 기본기를 가르친다면 수많은 종목 중 어느 종목을 선택하고 누가 가르칠 것이냐는 문제가 생긴다. 이는 2018 국민생활체육 참여 실태조사 결과를 참고하면 될 것이다. 조사 결과를 보면 20대 남성이 최근 1년간 주로 참여한 체육활동 종목은 보디빌딩(32.0%), 축구·풋살(24.4%), 걷기(14.2%)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다행히 군부대에는 실내 체력단련장(2017년 711개→ 2022년 1227개)과 풋살경기장(2017년 847개→ 2022년 1227개)이 설치되어 있거나 확충될 예정이다.
다음은 누가 가르칠 것인가의 문제다. 부대 내 병사 중 관련 종목의 선수 출신이나 스포츠 지도사 자격증이 있는 병사를 활용하면 될 것이다. 외부 지도자(은퇴 선수)를 초빙해도 된다. 외부 지도자를 활용하면 체육계의 실업률 제고는 물론 현 정부의 고용 정책에도 힘을 실어줄 것이다. 정책 결정자의 의지만 있다면 큰 어려움이 없을 것이다.
기본기를 배우는 과정이 다소 지루하고 따분하다는 선입견이 있다. 하지만 막상 배우다 보면 운동의 참맛을 제대로 느낄 수 있다. 병사들이 강한 체력을 기르는 데 초점이 맞춰진 군대 축구에서는 기본기를 결코 익힐 수 없다. 기본기는 물고기를 잡아서 주는 것이 아니라 물고기 잡는 법을 가르쳐주는 데 방점이 있다. 따라서 병사들이 군 복무 기간 기본기를 제대로 배우고 올바른 운동 습관을 습득한 후 제대할 경우 스포츠 활동 참여→평생체육→전문화 수준에 이르는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질 것이다. 더 나아가 생활체육 참여율 상승을 견인하고 스포츠 활성화와 관련 산업에도 온기를 불어넣어 줄 것이다. 군인들에게 운동의 참맛을 느끼고 세련된 군대 축구를 할 수 있도록 운동 향수(기본기)를 잔뜩 뿌려주자.
동서대 체육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