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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한국의 스티브 잡스’를 기다리며 /정선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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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입력 : 2019-09-25 19:1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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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 창업자 스티브 잡스가 사망한 지 8년이 흘렀다. 그는 2011년 10월 5일 56세에 세상을 등졌다. 당시 세계 경제계는 스티브 잡스의 사망 소식에 충격과 우려에 빠졌다. 충격의 이유는 56세의 젊은 나이에 사망한 것이었고, 우려는 창조적 기술혁명의 주인공을 잃었다는 점이었다. 세계 언론들도 “지구촌 경제의 성장 동력을 잃었다”고 표현했을 정도였다. 스티브 잡스의 영원한 맞수이자 친구였던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빌 게이츠 역시 “어두운 골방에서 골똘히 생각하는 스티브 잡스를 더는 볼 수 없는 것이 두렵다”고 안타까워했다.

21세의 나이에 컴퓨터 회로기판 제조업체인 애플을 설립한 스티브 잡스는 최고경영인(CEO)으로 부침을 거듭하다가 21세기 초 ‘아이팟’이라는 인터넷 모바일 음악 미디어인 MP3플레이어를 들고 화려하게 경영에 복귀했다. 아이팟은 출시하자마자 세계 전자시장에 지각변동을 일으켰다. 당시 전통산업의 침체로 가라앉고 있던 세계경제는 아이팟 열풍을 타고 부활했다. 바야흐로 세계경제는 아이팟의 등장을 기점으로 ‘굴뚝산업’에서 ‘IT산업’으로 전환되었다.

스티브 잡스의 기술혁명은 2007년 1월 ‘아이폰’을 내놓으면서 정점을 찍었다. 스마트 폰 열풍의 기폭제 역할을 한 아이폰은 기존 모바일폰에 노트북 기능을 탑재한 기술이 핵심이었다. 정보와 음향, 영상을 손바닥 크기의 휴대전화에 담아낸 스마트폰은 세계 경제 성장의 새로운 동력이 되었다. 아이폰의 등장은 IT산업에 국한되지 않고 모든 산업에 영향을 미쳤다. 경제학자들은 스티브 잡스와 아이폰을 영국 산업혁명의 기폭제였던 아크라이트의 방적기와 와트의 증기 기관차에 비견했다. 더욱이 아이폰의 등장으로 권력 이동도 이뤄졌다. 휴대전화 시장이 통신사업자가 주도하던 것에서 제조사와 개발자, 소비자 우위로 바뀐 것이다.

하지만 스티브 잡스가 사망한 이후 세계 경제계는 10년 가까이 아이팟, 아이폰, 아이패드에 버금가는 혁신적 상품이 등장하지 않았다. 세계경제를 이끌어갈 신성장 동력이 출현하지 않고 것이다. 되레 미국과 중국의 무역 분쟁이나 유럽의 무역장벽 강화, 일본의 한국에 대한 수출규제 조처처럼 세계 경제의 미래 지향적 발전을 거스르는 퇴행적 행보에 골몰하고 있다. 이를 두고 경제 전문가들은 “기술혁명을 통한 경제동력을 찾지 못하는 세계경제의 어두운 그림자”라고 꼬집는다.

이 때문에 세계 경제계는 또 다른 ‘스티브 잡스’를 갈망하고 있다. 제4차 산업혁명이라는 단어가 세계 경제의 화두가 되고 있는 것도 스마트폰 등장 이후 수년 동안 신성장 동력을 찾지 못하고 있는 현실을 타개하려는 몸부림이다. 하지만 4차 산업혁명의 핵심 실체도 IT산업의 곁가지일 뿐이다. 여전히 세계 경제는 스티브 잡스가 남긴 유산의 그늘 속을 맴돌고 있는 셈이다.

문제는 세계 경제의 현실을 보면 새로운 스티브 잡스의 탄생이 그리 쉽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이다. 현재 세계경제의 아이콘인 애플이나 마이크로소프트는 1990년대 실리콘밸리 열풍이 만들어낸 산물이다. 당시 이들이 탄생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활화산처럼 분출된 신기술 개발의 열망과 수많은 벤처기업의 출범이 자리 잡고 있다. 여기에 낡은 전통산업에 대한 피로감과 저금리에 따른 풍부한 자금력도 결정적인 동력으로 작용했다. 하지만 2020년을 코앞에 둔 세계 경제는 고금리와 보호무역주의가 지배하고 있다. 기술혁명이나 신산업에 대한 열정은 사라지고, 경제적 기득권에 안주하고 있다.

하지만 역사적으로 보면 위기는 기회를 제공했다. 새로운 스티브 잡스가 미국의 실리콘밸리에서만 탄생하란 법은 없다. 우리나라에서 세계경제의 미래를 이끌 주인공이 탄생할 수도 있다. 지금 이 순간 어두운 골방에서 새로운 산업혁명을 위해 밤잠을 설치는 한국의 스티브 잡스가 있을 것이다.

중요한 것은 그들을 찾고 키워내는 국가적인 노력이 절실하다는 점이다. 이런 절박한 시점에 대한민국의 에너지를 쓸데없는 기득권을 지키려는 정치, 경제적 일탈행위에 소모하는 것은 미래를 갉아먹는 좀의 전횡이나 다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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