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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시각] ‘밑 빠진 독’ 된 해양플랜트 국책사업 /이은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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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입력 : 2019-09-25 19:11:26
  •  |  본지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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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웨덴 남부의 항구도시 말뫼에는 54층짜리 꽈배기 모양의 건물인 ‘터닝토르소’가 있다. 이 빌딩이 들어서기 전에는 이 곳엔 조선소와 ‘코쿰스 크레인’이라는 골리앗 크레인이 있었다. 1990년대 이후 스웨덴의 조선업종이 침체를 겪으면서 이 크레인이 현대중공업에 단 1달러에 매각되면서 화제가 됐다. 현대중공업이 해체와 운송을 자기 비용으로 부담하는 조건이었다. 크레인을 해체하고 울산까지 운송하는 데 든 비용은 220억 원이었다.

2002년 9월 25일 도시의 자존심인 ‘코쿰스 크레인’이 해체될 때 말뫼 시민은 눈물을 흘렸다고 한다. 스웨덴 국영방송은 그 장면을 ‘말뫼의 눈물’이라는 제목으로 보도했다. 지난해 8월 현대중공업 울산 해양플랜트 공장이 35년 만에 가동을 중단하면서 이 크레인도 멈췄다. 유가가 30달러 선으로 떨어진 2015년 전후로 전 세계적으로 해양플랜트 발주가 전혀 없다시피 하기 때문이었다. 해양플랜트는 바다에서 석유나 가스 등의 자원을 발굴하고 시추하는 장비를 건조하거나 설치하는 사업이다. 최근 유가가 오르면서 수주 기대감이 커지고 있지만 전망은 밝지 않다. 해양플랜트 발주가 본격적으로 재개되어도 중국과 경쟁할 정도로 저가 입찰이어서 수익 내기가 힘들다. 무엇보다 핵심 설계 기술이 없어 해양플랜트 기자재 국산화율도 떨어진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정부는 이런 문제점을 해결하려 2002년부터 해양플랜트 핵심 분야 엔지니어링 기술 확보와 기자재 국산화를 위해 예산을 쏟아붓고 있지만 별 성과가 없다. 산업통상자원부와 선박해양플랜트연구소(KRISO)가 2015년 부경대에 설립해 운영하던 해양플랜트엔지니어링(ATEC) 사업단이 대표적인 예다. 정부는 2015년부터 651억 원의 예산(국비 421억 원, 부산시비 135억 원, 민간 95억 원)을 ATEC 사업단에 투입, 내년 4월까지 운영하고 센터 건물도 지을 예정이었다. 하지만 사업단은 지난 2월 인건비 부족으로 해단을 선언했고 지난 5월 문을 닫았다.

문제는 그동안 수백억 원의 예산을 썼지만 성과가 없었다는 점이다. 지난 4년간 운영하면서 거둔 프로젝트 계약 실적은 9건, 총수주금액도 3억 원에 불과했다. 조선·해양업계 관계자들은 해양플랜트 기반을 구축하는 일인 만큼 당장 구체적 성과를 내기 어렵다는 점을 고려해도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실적이라고 지적한다. 조직이 방만하게 운영됐지만 정부는 제대로 감독하지 않았다. 사업단 총괄책임자의 연봉은 3억 원에 달했고 여러 수당을 받았다. 각종 회의와 세미나를 열면서 식사비나 회식비를 부풀려 회계를 처리했고 이를 지적하는 직원에게는 인사 불이익을 주기도 했다. 감시와 견제의 사각지대에서 사업단은 나랏돈을 쌈짓돈처럼 썼다.

초기 계획됐던 글로벌 엔지니어링 기업 참여가 무산된 데다 해외 고급 엔지니어 영입 계획도 애초 기대와 달리 저조했다. 일부 해외에서 온 기술자는 부당해고를 당하면서 3년간 소송을 거쳐 복직되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그동안 받지 못한 월급 일시금 10억 원을 KRISO가 지급했고 소송비용과 벌금까지 고려하면 엄청난 예산이 낭비된 셈이다. 지난 4년간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었지만 정부는 모르고 있었다.
더 황당한 것은 ATEC사업단이 지난 5월 ‘셀프 해단’을 한 후 사업단 총괄책임자가 ‘에이텍 주식회사’라는 민간회사를 설립해 운영하는 것이다. 수백억 국비를 투입해 해양플랜트 엔지니어링 업무를 수행한 후 얻은 각종 노하우를 개인 회사가 활용하고 있지만 아무런 제재가 없다. 최근 감사원이 KRISO와 사업단의 업무에 대해 특별감사를 진행하고 있는 만큼 이 부분도 명확히 살펴봐야 할 것이다. 사업단 운영을 지원했던 부산시도 예산이 제대로 사용됐는지 점검해봐야 한다. 시는 강서구 생곡지구 심해해양공학수조 옆에 ‘해양플랜트 고급기술 엔지니어링센터’를 짓고 있다. 해양플랜트 기술력이나 인재를 확보하지 못한 상태에서 건물만 짓게 돼 예산만 낭비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시는 심해수조와 센터를 어떻게 운영할지 KRISO에만 맡길 것이 아니라 제대로 된 대책을 세워야 할 것이다.

해양수산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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