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을 거나하게 걸친 다음 날이면 짜장면으로 해장하는 선배가 있다. 그 선배의 말이다. 특별히 기념할 만한 날 짜장면을 찾지 않는다면 그때 비로소 어른이 된 것이라고. 그 선배의 말에는 한국인이라면 짜장면에 얽힌 어린 시절의 추억이 하나쯤 있을 것이란 의미가 담겨 있다. 특히 짜장면을 배달시켜 먹는 집은 부러움의 대상이었던 시절이 있었다. 짜장면을 시켜 먹을 정도로 여유가 있던 집은 한 동네에 많지 않았다. 경제적으로 좀 여유가 생기기 시작했던 20~30년 전만 해도 짜장면은 인기 외식 메뉴였다. 학교 졸업식이 있는 날이면 동네 중국집은 터져나갔다.
개인적으로는 입대 후 첫 면회 온 부모님과 함께 외출 나갔다가 짜장면을 사달라고 했던 기억이 있다. 이에 부모님은 마음이 편치 못했던지 이름조차 처음 들어본 사천짜장면을 시켜주는 바람에 먹고 싶었던 보통 짜장면을 하나 더 주문했다. 기름에 볶은 돼지고기와 양파에서 우러나오는 단맛을 먹고 싶었던 것이다. 지금도 짜장면이 한 번씩 생각나는 것은 이 맛 때문이다. 냄새는 물론이고 먹는 모습만 봐도 어린 시절처럼 자제력을 잃는다. 그만큼 짜장면에는 중독성이 있다. 지극히 개인적인 입맛이다.
이제 짜장면은 대표적인 배달음식이다. 사무실이나 집에 앉아서 간편하게 한 끼 때우기가 그만이다. 요즘도 경찰이나 검찰을 소재로 한 드라마나 영화에는 짜장면을 시켜 먹는 장면이 종종 등장한다. 밥 먹으러 식당에 갈 여유가 없을 정도로 업무에 바쁘다는 것을 이런 식으로 표현한다. 한편으로는 서민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친근감의 표현이기도 하다.
하지만 짜장면도 배달음식 1위 자리를 치킨에 빼앗긴 지 벌써 몇 년 되는 등 인기가 예전같지 않다. 짜장면은 빠르고, 편리함을 추구하는 현대인의 취향에 꼭 맞을 것으로 여겼는데, 역시 세상은 영원한 게 없다.
검찰이 조국 법무부 장관의 자택을 압수수색한 지난 23일 오후 짜장면을 배달시켜 먹었다는 논란을 보면서 떠올려본 단상이다. 일부 네티즌은 트위터와 커뮤니티 등에 “현직 장관 집에 쳐들어가 짜장면을 시켜 먹으며 장관 가족과 정권을 능멸했다”고 분노했다. 하지만 검찰은 조 장관 가족의 권유로 한식을 함께 주문해 먹은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식 중화음식인 짜장면과 한식의 차이는 무엇일까. 때늦은 점심으로 배달된 간편식이란 측면에서 잘 이해가 되지 않는다. 짜장면이 장관 집을 가볍게 취급하는 사례가 된 것은 아닌가 해서 하는 소리다.
정순백 논설위원 sbjung@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