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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이 칼럼] ‘소산소사’의 사회, 고용연장이 해법

소산소사- 적게 태어나고 적게 죽는

  • 국제신문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9-09-26 19:41:23
  •  |  본지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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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적으로 인구구조는 ‘많이 태어나고 많이 죽는 유형’에서 생산력 증대와 보건의료 발전 덕분에 ‘많이 태어나고 적게 죽는 유형’으로 바뀌었다. 우리나라는 산업화 시기까지만 해도 다산소사(多産小死) 유형이었고, 그래서 ‘둘만 낳자’거나 ‘하나만 낳아 잘 키우자’는 구호가 넘쳐났다. 인구의 급증이 문제였기 때문이다. 산업화에 성공한 1980년 이후 우리나라의 인구구조는 다시 변화를 경험한다. 과거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게 태어나고 적게 죽는’ 소산소사(小産小死) 유형의 인구구조로 변한 것이다. 당시 우리는 이 상태를 잘 유지·관리하도록 인구·경제·사회 정책을 제대로 폈어야 했다. 그런데 실패했다. 결과적으로 우리나라는 지난 30년 동안 ‘너무 적게 태어나고 너무 적게 죽는 유형’으로 인구구조가 고착화되고 말았다.
그림 서상균
‘너무 적게 죽는’이라는 표현부터 살펴보자. 이는 수명이 크게 늘었다는 뜻으로 100세 시대의 도래를 의미한다. 1985년 우리나라의 기대수명은 68.9세에 불과했지만 2017년엔 82.7세였다. 30년 만에 13.8년이나 증가했다. 최근 10년간 우리나라의 기대수명 증가를 OECD 평균과 비교해보면, 2007년 우리나라(79.2세)와 OECD 평균(78.5세)의 차이는 0.7년이었는데, 2017년엔 각각 82.7세와 80.7세로 차이가 2년으로 벌어졌다. 다음으로 ‘너무 적게 태어나는’이라는 표현을 살펴보자. 우리나라의 합계출산율은 1985년 1.66이었다. 그때 이미 OECD 저출산 기준선인 1.7 아래로 떨어졌고 이후 계속 하강했다. 1991년과 1992년 1.71과 1.76으로 깜짝 반등한 후 다시 낮아졌고, 2002년부터 지금까지 OECD 초저출산 기준선인 1.3 미만을 유지했다. 2018년엔 0.98까지 추락했고 올해는 더 떨어질 전망이다. 이 모든 것이 세계 신기록이다.

우리나라는 ‘너무 적게 죽는’ 그리고 ‘너무 적게 태어나는’ 상황이 지난 30년 동안 지속됐다. 그 결과, 최악의 인구구조가 형성되고 말았는데, 급속하게 진행된 고령화가 핵심이다. 65세 이상 노인인구의 비율이 7% 이상이면 고령화사회, 14% 이상이면 고령사회, 20% 이상이면 초고령사회로 고령화 시대를 구분한다. 우리나라는 2000년 고령화사회(노인인구 7.3%), 2017년 고령사회(14.2%)에 진입했고, 2025년엔 초고령사회(20.3%)에 진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고령화사회에서 고령사회로 진입하는 데 17년, 고령사회에서 초고령사회로 진입하는 데 8년이 걸린다는 건데, 이는 프랑스(115년과 39년), 미국(73년과 21년), 독일(40년과 37년), 일본(24년과 12년) 등에 비해 엄청 짧다. 우리나라는 고령화의 속도가 세계에서 가장 빠르다.

이런 최악의 인구구조를 가진 나라는 특단의 대책이 없는 한 경제·복지 체제의 지속 가능성이 매우 낮다. 생산연령인구의 급속한 감소로 경제성장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생산연령인구가 전년 대비 올해 5만5000명, 내년엔 23만2000명 감소한다. 이후 10년 동안 매년 30만∼40만 명 줄어들 전망이다. 15~64세의 생산연령인구 100명이 부양해야 할 65세 이상 인구의 백분율을 의미하는 노년부양인구비는 급증한다. 2030년이면 노인인구 비율 25%, 노년부양인구비 38.2%가 될 것으로 예측된다. 2050년엔 노인인구 비율 40%와 노년부양인구비 77.6%, 2070년이면 노인인구 비율 46.5%와 노년부양인구비 102.4%가 될 전망이다. 지금의 경제·복지 구조로는 우리 사회가 지속 가능하지 않음을 잘 보여준다.
그럼, 최악의 인구구조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생산연령인구의 급감과 노인복지 부담의 급증이라는 임박한 위기에 대한 대응으로 출산율을 높이려는 파격적 정책과 청년·여성 노동력의 활용도를 극대화하려는 노력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안 된다. 고령자의 노동력을 효과적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마련해야만 한다. 일하기를 원하는 모든 고령자에게 적정 일자리를 보장하려는 정책적 노력이 필요하다. 현행 ‘60세 정년제’를 누구라도 65세까지 일할 수 있도록 ‘65세 고용보장제’로 전환해야 한다. 경제활동 기간이 5년 더 길어지면 정부 재정뿐만 아니라 사회보험 재정에도 그만큼 보탬이 된다. 또 국민연금 가입기간이 길어지면 기금 고갈 우려는 줄어들고 노령연금 수령액도 커진다. 더불어 정부의 노인복지 부담은 감소한다.

‘65세 고용보장제’가 정착되면 사실상 생산연령인구가 ‘64세까지에서 69세까지로’ 확대되는 셈인데, 이는 잠재성장률을 높이고 노년부양인구비의 급증을 완화시킴으로써 경제사회의 지속 가능성을 높여준다. 또 노인의 경제활동 참여 증가는 노인 차별 인식을 개선함으로써 세대 간 통합에도 도움이 된다. 하지만 정년연장의 부작용을 우려하는 경영계와 청년의 목소리가 작지 않다. 정치사회적 합의를 통해 제도 도입을 이루어내려면 상당한 준비 기간이 필요한데, 다행스럽게도 이에 대한 정책적 실마리가 있다. 국민연금 수급 개시 연령이 그것인데, 2019년 62세에서 2033년 65세로 늦춰진다. 그러므로 2033년 ‘65세 고용보장제’ 확립을 목표로 정하면 된다. 정년을 공적 연금 수급 개시 연령과 맞춰야 소득 공백이 발생하지 않기 때문이다.

해법의 단초는 고용연장이다. 5년 고용연장과 원할 경우 보장될 추가적 고용연장은 100세 시대의 노후를 스스로 더 잘 준비하려는 진취적 노력을 조장한다. 또 이는 기초연금을 포함한 노인복지의 재구성을 가능케 한다. 우리는 100세 시대가 축복인 나라를 만들어야 한다. 2033년까지 65세 고용보장제를 확립하기 위해 충분한 공론화 과정을 거치되 최대한 빨리 결론을 도출해야 한다. 선진국들도 10년 이상의 여유를 두고 미리 정년연장 계획을 확정했다. 지난 18일 정부는 홍남기 부총리 주재로 열린 경제활력대책회의에서 2022년까지 사업장이 다양한 고용연장 방안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계속고용제도’의 도입을 검토하기로 했다.

이렇게 해보자. 2022년까지 ‘65세 고용보장제’의 구체적 방안을 정치사회적으로 결정하고, 2025년 1년 고용연장을 실시한다. 이후 2년에 1년씩 고용을 연장하면 2033년엔 5년 연장이 완료된다.

복지국가소사이어티 공동대표·제주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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