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를 좋아한다면 2002년 개봉한 ‘광복절 특사’를 기억하는 분이 적지 않을 터다. 지겨운 수감생활을 견디지 못한 죄수 두 명이 광복절을 앞두고 천신만고 끝에 탈옥에 성공한다. 그러나 이들은 다음 날 신문에 자신들의 이름이 광복절 특별사면자 명단에 포함되어 있는 것을 확인하고는 까무러칠 정도로 놀란다. 영화는 몰래 교도소로 다시 돌아가려는 이들의 몸부림을 재미있게 연출해 많은 인기를 끌었다.
우리나라 법에는 특별사면과 가석방처럼 수감자가 형기를 다 마치기 전에 사회로 복귀시키는 제도가 있다. 3·1절이나 광복절, 부처님오신날, 크리스마스 등 특별히 기념해야 할 날을 즈음해 주로 이뤄진다. 최근의 국경일이었던 지난 8월 광복절 때는 전국 53개 교정시설에서 647명이 가석방됐다. 그렇지만 광복절 특별사면은 2017년부터 올해까지 3년 간 단행되지 않았다.
약간의 정치적 요인이 개입되는 특별사면과 달리 가석방은 전체 형기의 3분의 1 이상을 채운 재소자라면 모두 대상에 포함된다. 무기수도 별다른 말썽없이 20년 이상 수형생활을 했다면 가석방 기회를 얻을 수 있다. 각 교도소는 복역 기간 자신의 잘못을 깊이 반성하고 사회에 나가서도 성실히 살겠다는 의지가 강한 수감자가 있으면 법무부에 가석방 대상자로 추천한다. 물론 수감 태도가 불량하거나 강도, 강간, 아동학대, 성매매 알선 등 죄질이 현저히 나쁜 재소자는 이런 혜택을 받기 힘들다.
최근 우리나라에서는 가석방 인원이 점차 증가하는 추세다. 법무부 자료를 보면 2014년 5394명이었던 가석방 출소자는 지난해 8667명으로 61%가 늘었다, 가석방 허가율도 2016년 이후 90%를 넘고 있다. 올해는 지난 8월까지 5000여 명이 형기를 모두 채우지 않은 채 교도소 문을 나섰다. 법무부가 엄격한 허가 지침을 갖고 있는 만큼 가석방 사례 증가를 무작정 부정적 시각에서 바라보기는 힘든 측면이 있다. 개전의 정이 뚜렷한 재소자에게는 사회 복귀 기회를 빨리 열어줘야 하는 것이 맞다.
그러나 살인죄를 저지른 수감자도 2014~2018년 1694명이 형기 만료 이전에 석방됐다는 대목에 이르면 내심 걱정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무기수는 지난해 40명이 사회로 돌아왔다. 최근 화성 연쇄살인사건의 유력 용의자로 떠오른 무기수 이모 씨 역시 별도의 살인죄로 20년 이상 복역하면서 수형 성적이 좋아 가석방 자격을 갖췄던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에 더 깐깐하고 치밀한 가석방 심사를 요구하는 목소리는 괜히 나오는 게 아니다.
염창현 논설위원 haorem@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