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말랄라다.” 전 영국 총리이자 유엔 글로벌 교육특사를 지낸 고든 브라운은 2013년 세계의 모든 어린이가 학교에 다닐 수 있게 하려는 캠페인을 주도하면서 이런 슬로건을 내걸었다. 말랄라는 여성에 대한 교육을 금지하는 파키스탄 탈레반 점령지에 살면서 11세 때부터 블로그에 억압적 실상을 폭로하며 교육권 쟁취 투쟁을 벌여온 말랄라 유사프자이를 말한다. 그녀는 2012년 버스를 타고 가다 머리와 목에 탈레반 무장대원이 쏜 총탄을 맞고 중태에 빠졌다가 간신히 목숨을 건졌다. 말랄라는 그런 위기을 겪고도 인권운동을 그만두지 않았다. 2013년 7월 12일에는 유엔에서 여자 어린이의 교육권에 관한 연설을 했고, 유엔은 이날을 ‘말랄라의 날’로 정했다. 17세 때인 이듬해 그녀는 노벨평화상을 수상했다. 역대 최연소 수상이었다.
지난 27일 청소년 500여 명이 서울 광화문 세종로공원에 모여 ‘기후를 위한 결석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내일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공부가 무슨 의미가 있느냐”며 온실가스 감축 등 기후 위기에 대한 대응을 정부에 촉구했다. 스웨덴의 청소년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16)가 지난해 8월부터 매주 금요일 등교를 거부하고 국회 앞에서 1인 시위를 벌인 것을 지지하는 연대시위였다. 우리나라만이 아니다. 지난주 세계 139개국에서 4638개의 연대행사가 열렸다. ‘나는 툰베리다’ 캠페인이나 다름없다. 툰베리는 올해 노벨평화상 후보에 올라 최연소 수상기록 경신 여부가 주목된다.
‘노벨의 시간’이 돌아왔다. 노벨위원회는 내달 7일 생리의학상을 시작으로 각 부문 수상자를 발표한다. 최대 관심사는 오는 11일 공개되는 평화상 수상자. 올해 평화상 후보는 개인과 단체 등 총 304명. 여기에는 아베 일본 총리가 추천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포함돼 있다. 그는 6·12 북미 싱가포르공동성명 등 북한 비핵화 추진 공로를 내세우며 “(노벨위원회가) 공정하기만 하다면 내가 노벨상을 받을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아직 아무런 성과를 낸 게 없어 수상 가능성은 낮다. 그런데다 그는 온실가스 배출 규제에 반대하며 파리기후협약에서 탈퇴한 반환경론자가 아닌가.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3일 툰베리의 유엔 연설을 듣지도 않고선 ‘철 모르는 어린 소녀’라는 뉘앙스의 조롱하는 글을 자신의 트위터에 올리기도 했다. 하지만 툰베리는 이를 자기 트위터 소개 문구로 인용하며 관대하게 받아들였다. ‘어린이는 어른의 아버지’라는 시인 워즈워드의 시구가 진리임을 다시금 확인한다.
이경식 논설위원 yisg@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