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영화 ‘다이빙벨’ 상영 논란으로 촉발된 일련의 ‘부산국제영화제(BIFF) 사태’를 기록한 백서가 지난 6월 발간됐다. BIFF 외압 사태 개요와 전개를 비롯해 영화인들의 인터뷰가 565쪽 분량의 책 한 권에 담겼다. BIFF는 영화인들과의 조촐한 자리를 마련해 백서 내용을 보고하고 서로를 격려했다. 블랙리스트 사건, 영화제 수장들의 사퇴, 영화계 보이콧 등 BIFF가 겪었던 수많은 풍파를 생각하면 참으로 조용한 마무리였다. 하지만 상처를 치유하고 다음 장으로 나아갈 동력이 싹트는 순간이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남다른 자리였다.
백서를 통해 또 하나의 마침표를 찍었던 BIFF는 이제 본격적인 새 출발을 알린다. 오는 3일 열리는 제24회 BIFF 개막식에서 오거돈 부산시장과 이용관 BIFF 이사장이 공동 선언문을 통해 올해를 ‘재도약의 해’로 선포할 예정이다. 지난 4일 열린 개최 기자회견에서 이 이사장은 “정상화가 어느 정도 진행됐기 때문에 올해는 영화제의 방향을 명확히 제시하는 재도약의 해로 정했다”고 강조했다. 지난 5년간 정상화에 급급했던 BIFF가 드디어 한 발 나아갈 수 있게 됐다는 점에서 반가운 일이다.
BIFF는 올해 영화제를 위해 혁신과 함께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다. 가장 눈길을 끄는 부분은 ‘열린 광장’이다. BIFF와 부산시는 개막식이 진행되는 동안 개막식 장소인 영화의전당의 주변 3개 도로 일부 구간을 ‘차 없는 거리로’ 운영한다. 그동안 개막식을 위해 1개 차선을 통제한 적은 있어도 일대 도로를 대대적으로 차단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보행자 안전이 첫 번째 이유지만 영화의전당~APEC나루공원~수영강을 연결하는 시민 친화형 공원 조성을 위한 첫걸음이다. 축제성을 강화해 영화인과 관객뿐 아니라 모든 시민이 즐길 수 있는 축제로 거듭나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하지만 ‘차 없는 거리’ 시행은 시민들로부터 집중적인 질타를 받을 수도 있다. 영화의전당 일대 도로는 평일에도 차량 정체가 빈번한 곳이기 때문이다. 시민을 위한 시도가 BIFF에 양날의 검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BIFF가 재도약을 위한 출발선에 섰다. 어떤 성적표를 받아 들지 알 수 없으나 실패가 두려워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보다 낫다. 시민이 다시 일어선 BIFF를 여유 있는 시선으로 바라보기를 기대한다.
문화부 min55@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