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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살아 있는 권력’과 검찰 /박창희

  • 국제신문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9-09-30 19:09:28
  •  |  본지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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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프다, 우리 조국’…. SNS에 오른 한 댓글이 슬프다. 조국은 대한민국 법무부 장관의 이름이면서 우리가 사는 조국(祖國)을 빗댄 표현이다.

‘조국대전’이 두 달 가까이, 검찰의 조국 장관 일가 강제수사가 한 달 넘게 진행되고 있다. 그동안 단 하루도 언론에 조 장관 관련 기사가 빠진 날이 없다. 매일 아침 ‘조국 뉴스’를 봐야 하는 국민도 괴롭다.

조 장관과 관련한 이런저런 의혹, 혐의, 꼬투리, 정황이 모두 기사로 엮인다. 기사의 거의 대부분이 검찰 발(發)이다. 검찰이 뉴스 기획, 생산의 주체다. 검찰이 수사하고 거리를 제공하면 언론이 충실히 받아쓰고, 이를 야당이 확대 재생산한다. 검찰-보수언론-자유한국당 삼각편대가 조 장관 일가를 융단 폭격하는 형국이다. 개인의 방어권과 사생활 침해, 인권 같은 건 부차적 문제로 돌려진다. ‘단독’ 기사가 많은 것은 언론의 집요한 취재와 검찰의 언론 플레이가 부합한 결과일 것이다. ‘피의 사실’도 설설 공표된다.

‘조국대전’은 국회 인사청문회 절차 진행 도중 검찰이 정치적 판관을 자처하고 나서면서 점화됐다. 수사는 요란했다. 수십 명의 특수부 검사가 투입돼 전국 70여 곳을 압수수색하며 조 장관 일가를 이 잡듯 파헤쳤다.

검찰이 내세운 명분은 ‘살아 있는 권력에 대한 성역 없는 수사’다. 말인즉 옳다. 지난 7월 25일 문재인 대통령이 윤석열 검찰총장을 임명하며 당부한 워딩 그대로다. 살아 있는 권력에 대한 수사는 응당 필요하고 검찰이 마땅히 해야 할 일이다. 하지만 중요한 전제가 있다. 검찰의 칼날이 공평하고 정의로워야 한다는 것이다.

1976년 일본 도쿄지검 특수부는 총리 재직 중 비위가 적발된 다나카 가쿠에이 전 총리를 구속했다. 정치색이 없던 검사총장, 도쿄고검장이 방패막이 역할을 하여 거악을 쓰러뜨릴 수 있었다.

1992년 이탈리아에서는 ‘마니폴리테(깨끗한 손)’ 운동이 일어났다. 피에트로 검사 등은 ‘정치 부패와의 전쟁’을 선포하고 1년 6개월간 대대적인 수사를 진행했다. 그 결과 마피아와 결탁한 정·재계 인사 3000여 명을 구속했다. 이와 관련해 그곳 국민은 박수를 쳤다. 민주주의를 진전시킨 수사였다.

지금의 조 장관 일가 수사는 ‘정치 검찰’이 ‘검찰 정치’를 한다는 비판을 받는다. 대통령 인사권에 도전하는 양상인 데다, 검찰개혁에 저항하는 모습으로 흐르고 있다. 곳곳에서 표적 수사다, 먼지떨이 수사다, 망신주기다, 별건수사다 라는 말이 터져 나왔다. 과도하게, 무리하게 휘두르는 검찰의 칼날을 보면서 많은 국민은 자신이 당할 수도 있다는 불안과 공포를 느꼈을 법하다.

사태가 이 지경이 된 데에는 정치권의 책임이 크다. 고강도 검찰 수사 앞에서 여권이 전전긍긍, 불만을 표출하는 모습은 솔직히 안쓰럽다. 국론을 반쪽 내면서 끝내 ‘조국대전’을 치러야 했는지, 대안은 없었는지 성찰이 필요한 대목이다.

야권에 유리한 국면 같지만 따져보면 그것도 아니다. 검찰이 칼자루를 쥔 ‘국회 패스트트랙’ 수사의 향방에 따라 정치 생명이 끝나는 의원이 생길 수도 있다. 검찰이 정치판을 좌지우지하는 기이한 상황이 전개되는 셈이다.

이쯤 되면 지금 ‘살아 있는 권력’이 누구인지 의아해진다. 현 여권인가, 검찰인가? 한국 검찰은 수사권, 기소 독점권, 수사 종결권, 공소 취소권, 경찰수사 지휘권 등을 가진 세계에서 가장 많은 권한을 지닌 권력집단이다. 한마디로 무소불위다. 민주화 진척 이후 다른 권력 기관들은 어느 정도 통제장치가 마련되었으나, 검찰만은 과거 권위주의 시대의 권한을 통제 없이 보유하고 있다. 검찰 폭주, 검찰공화국의 배경이다.

작가 김훈은 최근 한 ‘북 콘서트’에 참가해 이렇게 일갈했다. “우리는 왜 죽은 자리에서 거듭 죽고 넘어진 그 자리에서 거듭 넘어지면서 앞으로 나가지 못하나….”

지난 정권에서 실패한 검찰개혁을 이루는 것은 촛불로 탄생한 문재인 정권의 절대 과제다. 지난 28일 서울 서초동 검찰청사 앞에 모인 촛불의 함성을 두려워해야 한다.
‘검찰개혁’은 참 민주주의로 가는 길이자, ‘조국전쟁’에서 모두가 이기는 길이다.

칼럼니스트·스토리랩 수작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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