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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석의 음악이야기] 가을을 여는 모차르트

  • 국제신문
  • 디지털뉴스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9-10-01 19:21:40
  •  |  본지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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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이 되면 문득 지금까지 걸어온 걸음을 멈추고 뒤를 돌아보게 됩니다. 하늘은 푸른빛으로 높아지고 바다는 서늘하게 깊어져 한철 분망했던 우리의 삶을 조용히 가라앉게 합니다. 이럴 땐 자연히 클래식 음악에 더 많이 귀를 기울이게 되지요. 밤을 새워 우는 풀벌레 소리, 바람에 몸을 내맡기며 흔들리는 이름 모를 풀꽃, 그 모든 것 속에 아름다운 음악이 숨어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특별히 모차르트의 느린 선율 하나가 제 마음을 빼앗습니다. 그 느린 선율은 가을 속에서 강물처럼 흘러나와 갈대처럼 일렁이며 반짝거리는 찬란한 슬픔입니다.

모차르트의 작품을 담고 있는 CD 표지.
모차르트의 음악에는 크게 나누어 각각 다른 두 줄기의 선율이 흐릅니다. 하나는 귀족들의 여흥이나 행사를 위한 직업적인 의식에서 작곡된 것이고 다른 하나는 자신이 깊이 간직한 슬픔의 선율이라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모차르트는 자신이 간직한 음악 세계를 청중에게 강요하거나 결코 요란하게 드러내질 않았습니다. 자신의 음악 세계를 이해하는 자만이 느낄 수 있게 숨겨 놓았던 것입니다.

학창 시절 모차르트 교향곡 40번, 41번 ‘주피터’ 등을 즐겨 듣곤 했지만 모차르트의 음악이 쉽게 가슴에 와 닿질 않았습니다. 모차르트의 음악이 좋아진 건 40살이 넘어서였습니다. 가을 어느 날 모차르트의 피아노 소나타 K.331에 끌리면서부터였습니다. 이 곡이 유명한 건 3악장에 붙은 ‘터키 행진곡’이란 곡 때문입니다. 저는 이 곡의 1악장이 가슴에 와 닿습니다. 1악장은 전형적인 소나타 형식이 아닌 변주곡 형식의 선율로 되어 있는데, 한마디로 정말 모차르트적인 곡이라 할 수 있습니다. 변주곡 풍의 1악장은 순진무구한 동심의 세계를 느끼게 하고 가을 밤하늘에 총총히 박힌 별들의 합창을 듣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키게 하는 대단히 아름다운 곡입니다.

모차르트에 심취해갈 그 무렵 절절하게 가슴에 스며드는 또 하나의 ‘모차르트의 선율’을 만났습니다. 바이올린과 비올라를 위한 교향적 협주곡 K.364 중에서 2악장과 피아노협주곡 23번 K.488 중 2악장 A장조를 비롯해서 두 곡의 연주회를 위한 론도 D장조 K.382와 A장조 K.491에 빠져 들었습니다. 무어라 형용할 수 없는 슬픔, 한없이 투명하고 맑은 선율이 잔잔한 파문처럼 번져나가는 순간의 느낌을 저는 아직도 잊을 수 없습니다. ‘모차르트는 결코 눈물을 줄줄 흘리는 법이 없다. 눈에 눈물이 고여 보석처럼 반짝일 뿐이다’는 말이 가슴에 와 닿는 순간이었습니다.

20세기의 위대한 지휘자 카를 뵐이 임종을 앞두고 “오, 모차르트!”란 말을 남겼는데요. 왜 그랬을까요? 평생을 다해도 모차르트의 음악에 다다르지 못한 회한에서였을까요? 아니면 모차르트 음악의 숨겨진 선율에 대한 찬사였을까요?

이번 가을 생활에 지치고 힘든 현대인에게 모차르트의 맑고 잔잔한 선율이 삶의 한 가닥 위안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봅니다. 그 찬란한 슬픔의 힘으로….

필하모니 대표·음악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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