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옴부즈맨 칼럼] ‘붉은 방’을 기억하며 /정익진

  • 국제신문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9-10-01 19:24:09
  •  |  본지 26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자연으로 돌아가라’는 구호도 좋겠지만 ‘책으로 돌아가자’는 구호를 외치고 싶은 요즈음이다. 현실을 외면하고 책 속으로 숨어버리자는 뜻이 아니다. 현실 감각을 더욱 날카롭게 벼리기 위해서이다. 정신을 가다듬고 책 속의 문장들처럼 경직된 사고에서 벗어나 객관성을 유지하거나, 정의를 갈망해 진실을 파고들거나, 사람들의 속 표정을 들여다보며 더욱 섬세해지자는 말이다. 뭐라고 말하기 어려운 우리의 정치적 상황이다. 한 가지만 언급한다. 문제는 신문을 포함한 언론이다. 허위 조작된 사실을 퍼뜨려 명예를 실추시키고, 붉은 가면을 씌워 무고한 사람을 제거해 버리는 경우도 허다했다. 이른바 적폐 언론들이다. 특히 간첩이란 프레임에 갇혀 얼마나 많은 사람이 희생되었는지 서적을 포함한 역사적 자료 속에 그 뚜렷한 증거가 켜켜이 쌓여 있다. 핏빛 마녀사냥을 중지하고 오로지 한 가지만 생각해야 하지 않을까. ‘무엇이 국민을 위한 길이고 나라를 위한 일인가’. 과거 몇몇 적폐 정권의 정치적 상황으로 절대로 결단코 돌아가서는 안 되겠다.

아주 오래전 ‘붉은 방’이란 단편을 읽은 적이 있다. 많은 세월이 흘러서 기억나는 부분이 적다. 1988년 8월 ‘현대문학’에 발표한 임철우의 중편소설이고 그해 이상문학상 대상 수상작이다. 이 작품은 평범하게 일상생활을 하는 한 교사가 예기치 못한 시국 사건에 연루돼 체포당한 뒤 엄청난 고문에 못 이겨 거짓 자백을 하고 풀려 나온다는 줄거리다. 1980년대의 폭압적 정치 상황을 풍자적으로 비판하는 이 작품에는 시인을 지망하는 영어교사 오기섭과 그를 고문하면서 취조했던 수사관 최달식이 번갈아가면서 시점 인물로 등장한다. 정치적 폭력 상황과 함께 피해자와 가해자의 의식이 동시에 비침으로써 한국적 현실의 문제성을 드러낸다. 어느 날 오기섭은 학교 출근길에서 시국사범을 숨겨주었다는 혐의로 낯선 남자들에게 끌려간다. 끌려간 곳은 교외의 건물 지하실이다. 온통 붉은색 벽으로 둘러싸인 방에서 오기섭은 발가벗긴 채로 수사관들로부터 모진 구타와 물고문까지 당한다.

당시의 암울했던 정치 상황과 군부 독재체제에 대한 개인의 무기력을 ‘붉은 방’이라는 공간을 통해 극적으로 표현한 작품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따라서 이 소설은 작가의 상상력에만 의존해서 써진 것이 아니라 실제의 혹은 실화의 토대 위에서 작품화한 것이다. 군부독재 시절에는 한마디 말만 잘못해도 ‘쥐도 새도 모르게 잡혀갔다’. 이러한 사실들을 뒷받침하는 그 증거들은 말 그대로 ‘차고 넘친다’.

허위 사실에 속아 넘어가지 않기 위해서 우리는 진실된 내용을 담은 책의 선택이 필요하다. 책을 제대로 읽지도 않고 시중에 떠다니는 편파적 보도 매체에만 의존하다 보면 진실을 선별하기 매우 어렵다. 제대로 된 우리나라 근대 역사를 주제로 한 서적들을 살펴보아야 한다. 그래야만 현재 벌어지는 이 시대 상황을 정확하게 판단할 수 있다. 타자가 들려주는 이야기만 믿고 시대의 흐름을 판단한다는 것은 잘못된 역사인식을 습득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결국 우리 사회에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다. 부모님이 그렇게 말하니까, 선배와 친구들이 그렇게 주장하니까 그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나도 그렇게 생각하게 되는 것이다. 독서를 통해 올바른 역사적 인식을 가꾸어나가야겠다.
지난달 8·15 광복 74주년을 맞았다. 부산에는 독립유공자가 몇 분이나 계실까. 부산에 살면서도 한 번도 그분들과 그 주변을 살핀 적이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지금 시점에서 호밀밭 출판사 장현정 대표의 출간이 뜻깊다고 생각한다. 부산 출신 독립운동가 5인을 조명한 ‘인물로 만나는 부산 정신’ 시리즈를 말함이다. 3·1 운동 100주기 기념 출간이다. 부산민주항쟁기념사업회가 책을 기획했다고 하니 더욱 관심이 간다. 최근 국제신문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기사는 ‘다시 쓰는 부마항쟁 보고서’ 기획보도이다. ‘또 다른 붉은 방’에서 고문을 당한 상처가 아직 생생한 생존자들의 입을 통해 진실들을 듣게 되었다. 공안이나 보안이란 단어가 들려올 때마다 ‘붉은 방’이 떠오른다.

시인


[국제신문 공식 페이스북] [국제신문 인스타그램]

 많이 본 뉴스RSS

  1. 1에코델타 스마트시티 24일 착공식, 문재인 대통령·아세안 10개국 정상 참석
  2. 2부산 오페라하우스 4개월만에 공사 재개
  3. 3황령산 유스호스텔, 난개발 신호탄 되나
  4. 4부산대 경영학과 262점·기계공학부 257점 지원 가능
  5. 5부산 한·아세안정상회의 선물로 ‘에밀레종’ 웬말?
  6. 6“한달째 못깨는 아영이, 그래도 희망봐요”
  7. 7 부실 환경영향평가 제재수단 미흡…제2 대저대교 못막는다
  8. 8김해 미분양 감소세…부동산 시장 급화색
  9. 9장안신도시 공공택지, 우미글로벌 최종 낙찰
  10. 10[CEO 칼럼] 부산 증권박물관 개관과 ‘금융 로드’ /이병래
  1. 1한국 국적 선박 2척 포함된 선박3척 예멘 후티 반군에 나포
  2. 2문현3동 성지경로당 개·보수 공사로 행복가득한 경로당 선물
  3. 3용호2·4동 주민자치회, 찾아가는 작품 전시회 개최
  4. 4문재인 대통령 오늘 8시 '국민과의 대화' 출연…"경청의 자리될 것"
  5. 5탁현민 “국민과의 대화 나라면 안했다” 발언, 연출자적 어려움 표현 [전문]
  6. 6소방관 내년부터 국가직 공무원 된다, 국회 본회의 통과
  7. 7산·학·관·민 공동위원장 21인, 부울경 혁신성장 나서 「동남권발전협의회」 첫 발기인총회 개최
  8. 8대연6동 바르게살기위원회 환경정비
  9. 9금정구-금정시니어클럽, 서1동 소방안전 “함께 지켜요”
  10. 10금정구, 빛나눔봉사단과 함께 취약계층 전기·소방시설 안전점검
  1. 1‘더 뉴 그랜저’ 출시
  2. 2비즈니스 강소기업 <8> 글로벌마케팅네트웍스
  3. 3부산창조경제혁신센터, 지역 소셜벤처 해외 개척 지원
  4. 4사상·진주 상평산단에 상상허브 조성
  5. 5블록체인 실생활 구현…내년 여름 해운대서 체험한다
  6. 6해외로 뻗어가는 르노삼성 트위지, 지역사회·중기와 상생모델 만들어
  7. 7부산경제진흥원, 50인 미만 제조업 사업주 ‘산재 예방 교육’
  8. 83분기 부산경제 ‘악’소리…고용률 57% 전국 최저
  9. 9부울경 상장사 3분기 순익도 1년새 반토막
  10. 10장안신도시 공공택지, 우미글로벌 최종 낙찰
  1. 1‘처음학교로’ 일반모집 시작 이후 모집 절차, 탈락자는?
  2. 2꼭대기층까지 솟구쳐 오른 엘리베이터… 갇혔던 부자 부상
  3. 3밤기온 뚝, 춥다고 캠핑시 텐트 안 불피우면 안돼요
  4. 4왜 식당 주인들은 ‘노튜버존’을 선언했나?
  5. 5조현범 한국타이어 대표 '배임 횡령 혐의' 구속영장 청구
  6. 6부산 남구, 정재승 교수 초청 등대빛아카데미 성공적 마무리
  7. 7부산대 「제2회 김진재 SF어워드」 공모전 성황리 마감
  8. 830세 어린 베트남 아내 살해 후 암매장한 50대 한국남성 체포
  9. 9고유정 답변 거부 “검사님 무서워서 진술 못하겠다”
  10. 10민식이법 관련 청와대 국민청원 12만 명 이상 동의
  1. 1유상철 췌장암 4기 치료 중 “남은 2경기 최선 다할 것”
  2. 2대한민국, 브라질과 평가전 앞둬... 브라질 대표팀 선발 명단은?
  3. 3한국 브라질 피파래킹·중계는?
  4. 4브라질 대한민국 중계는… ‘한국 역대전적 1승4패, 하지만 변수는 있다’
  5. 5대한민국, 강팀 브라질과 맞붙는다... 한국 축구대표팀 원정경기로 더욱 열세
  6. 6이탈리아 71년 만에 한 경기 9득점…유로2020 예선 전승 마무리
  7. 7LPGA 최대 우승상금 쟁탈전…고진영 전관왕 ‘GO’할까
  8. 8“휴스턴, 스카우트에 카메라로 사인 훔쳐라 지시”
  9. 9BNK, 김진영 영입…‘스피드 농구’로 확 바꿔
  10. 10벤투호, 19일 ‘몸값 7배’ 삼바군단 브라질과 맞대결
국제신문-KLJC 공동 인터뷰
강필구 전국시군자치구의회의장협의회장 "진정한 지방자치 위해 정당공천제 폐지돼야"
국제신문-KLJC 공동 인터뷰
신원철 전국시도의회의장협의회장 “시도의회 인사권독립과 전문인력 도입 절실"
강동진 칼럼 [전체보기]
부산의 원도심, ‘문화도시’와 어울리지 않는가
감동스러운 도시건축을 만나고 싶다
기고 [전체보기]
고양이와 쥐에 관한 이런저런 생각 /이용희
지역민과 마을활동가가 함께 만든 새뜰마을 /오광석
기자수첩 [전체보기]
365일 지스타 열리는 부산 기대 /배지열
아직 설익은 공무원 공로 연수제 /김성룡
김용석 칼럼 [전체보기]
‘솔로몬 심판’과 오늘 우리의 송사들
귀농 귀어 귀촌에도 균형발전 없는 나라
김지윤의 우리음악 이야기 [전체보기]
사랑방 음악, 더 풍성해지길
생각보다 잘 어울리는 피리와 하프
뉴스와 현장 [전체보기]
수산인의 웃음을 보고 싶다 /유정환
‘외투 불균형’ 에 뒷짐 진 정부 /이석주
도청도설 [전체보기]
밀양 표충비의 땀
2세 정치인
문태준 칼럼 [전체보기]
中 ‘문학 한류’ 이끄는 정지용의 울림
가을과 다섯 수레의 책
박상현의 끼니 [전체보기]
특별한 갈치구이 한 토막
베트남의 포와 반미
사설 [전체보기]
자동폐기 위기 지역법안 통과 정치권 적극 나서라
인적 쇄신 요구에 귀 닫고 내부 싸움 바쁜 한국당
이상이 칼럼 [전체보기]
정의를 갉아먹는 ‘합법적 불공정’
‘소산소사’의 사회, 고용연장이 해법
이은화의 미술여행 [전체보기]
인생 2막에 이룬 성공
절망 속에서 탄생한 명작
이홍 칼럼 [전체보기]
기생충
정신 줄 놓지 말고 다시 도전하자
장재건 칼럼 [전체보기]
‘니가 가라, 험지’
선거제 개혁 물 건너 가는 건가
조영석의 음악이야기 [전체보기]
가을! 그 오랜 기억들
가을을 여는 모차르트
최태호의 와인 한 잔 [전체보기]
브랜딩의 미학, 보르도와인
우리 삶은 아름다운가 - 토스카나
황정수의 그림산책 [전체보기]
조선 시대 만다라 문양 민화
호생관 최북의 ‘지두해도(指頭蟹圖)’
  • 충효예글짓기공모전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
스토리 박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