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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또 다른 위기에 대비해야 /엄길청

  • 국제신문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9-10-01 19:25:17
  •  |  본지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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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금융시장은 대략 10년을 주기로 큰 혼란을 겪는다. 1997년 우리나라를 포함한 동남아시아 국가들의 금융위기가 있었고, 2008년에는 미국과 유럽의 금융위기가 발생해 지금도 그 여파가 크다. 그런데 요즘 다시 글로벌 금융시장이 심상치 않다. 지난달 17일 미국 금융시장에서 초단기 금리가 10%까지 치솟았다. 금리 수준도 상식을 벗어난 일이지만 사태 자체도 2008년 이후 처음이다. 금융업체 간 초단기 자금융통 시장에서 일어난 일인데 당국이 화들짝 놀라 긴급자금을 풀어 연이틀을 막으며 수습했지만, 결국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가 바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하는 조치를 취하기에 이르렀다.

노무라연구소에서 만든 위기 발생 신호에 따르면 현재 경기 침체와 금융위기 가능성이 큰 지역은 홍콩이고 다음이 중국이다. 지금 중국이 미국으로부터 연쇄적인 무역 공세에 몰리고, 그로 인해 중국의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이 그들이 그토록 지키고자 했던 ‘6%’의 밑으로 내려갈 우려가 생기자 중화경제권에서 글로벌 자금의 역외 이탈 가능성이 제기되는 것이다. 우리와 경제 갈등을 빚는 일본도 상당한 위기 신호가 잡히고 있다.

우리나라의 정치사회 동향에 대한 외신들의 보도가 이제는 점점 경제적 우려를 동반하고 있다. 갑작스러운 사회개혁적인 경제 균형가치 위주의 국정운영에 대한 파장이 경제성장을 둔화시킬 것이라는 보도가 나오고 있다. 최근 OECD는 우리나라의 2020년 성장률 전망을 2.1%의 낮은 수준으로 제시했다. 우리가 그간의 잠재성장률로 보는 2.5% 내외를 크게 벗어나는 전망이다.

만약 이번에 글로벌 위기가 또 온다면 미국의 경기 상승이 후퇴하고 중국에서 본격적인 무역 봉쇄의 피해가 드러나면 그럴 수 있을 것이다. 이 가능성에서 보면 미국과 중국의 향후 무역협상이 변수이지만, 두 나라의 갈등이 장기전으로 간다면 글로벌 경제는 그로 말미암은 피해가 경제 침체로 확대될 것이 예상된다. 한마디로 결코 낮지 않은 위기 가능성이다.

그런데 만일 우리나라에 2% 성장도 어려운 위기 상황이 온다면 부산과 그 인근 지역은 마이너스 성장의 가능성이 있다. 우선 부산항에서 일본 미국 중국 등을 오가는 물동량이 위축되고 홍콩 싱가포르 타이베이 마닐라 하노이 등과 연결된 물동량도 영향을 받게 된다. 지역 내 내구재 생산 분야의 고용도 악화되고, 이로 인한 내수소비의 타격도 불가피하다. 성장을 위한 역내 생산혁신의 교류가 밀접한 경남과 울산도 부산과 높은 상호관계에 있어 그 파장은 부울경을 넘나들 것이다.

이 가능성이 아니더라도 지금 부산지역의 경제 기반은 국가 전반에 비해 취약한 상태이다. 인구가 경제의 기본 체력인데, 부산은 작은 나라의 국가급 큰 인구를 보유하고도 그 힘을 전혀 쓰지 못하고 있다. 자체 경제 기반이 이제는 한국 제2 도시의 역할만으로는 성장에 한계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더 자유롭고 개방적인 도시경제 운영의 자주력을 갖지 못하면 평소에는 수도권 경제력 집중의 피해를 보는데, 유사시에는 글로벌 외풍도 이겨내지 못하게 된다. 이제 막 국민소득 2만 달러로 올라온, 러시아의 속국이던 에스토니아는 120만 명의 국민이 하나가 되어 발전을 위한 아이디어로 분투를 해 요즘 가장 주목받고 있다. 부산보다 조금 큰 아일랜드 역시 규제가 아주 가벼운 몸으로 열심히 뛰고 있다.
부산에 위기가 온다면 투자의 확대와 재정의 공급으로 대처해야 하는데, 이는 모두 지역의 인허가 사업과 연관성이 크다. 시 당국은 정부의 재정 지원을 강화하는 노력을 경주해야 하고 각종 인허가 사업에 관해 적극적이고 탄력적으로 심의·운영할 필요가 있다. 시정의 행정거버넌스가 사회정의, 빈부 격차 해소 등을 위한 민주화와 개혁에 주로 초점을 맞추면, 돌발적으로 발생할 우려가 있는 글로벌 위기에 관한 대비책에는 소홀해질 수밖에 없다. 사회복지나 도시안전, 환경 시책과 건강하고 기본적인 시민의 삶은 언제나 존중되고 우선시되는 게 맞다. 하지만 만일 글로벌 위기감이 점증하고 부산에 더 큰 타격을 안겨준다면 이에 앞서 온 시민이 혼연일체가 돼 대비하는 게 최우선 행정지침이 돼야 한다고 본다.

글로벌 투자 분석가·경기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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