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세상읽기] 싸움의 기술 /이거룡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9-10-02 19:31:56
  •  |   본지 26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내 안에 담고 사는 내면의 전쟁만으로도 버거운 것이 나의 삶이지만, 요즘에는 바깥에서 벌어지고 있는 싸움이 더욱 심각하게 다가온다. 살아 있는 한, 뭔가를 지향하여 노력하는 한, 안팎으로 싸움이 있을 수밖에 없는 것이 우리의 삶이다. 몸에 열이 나는 것은 건강한 상태에서 이탈한 몸이 저절로 낫는 자연치유력의 발동인 것처럼, 또는 지난 태풍 ‘타파’가 교란된 자연질서를 원상 복구하자는 몸부림인 것처럼, 지금 우리 사회를 몰아치는 일진광풍, 정치판의 싸움도 자연치유력의 발동이기를, 교란된 사회질서를 바로잡는 몸부림이기를 희망하지만, 혹 이러다가 돌아서기에는 너무 멀리 가버리는 건 아닐까 걱정이다.

문득 고대 그리스의 헤라클레이토스를 떠올린다. 그는 세상 만물은 단순히 흘러가고 변화하는 것을 넘어 다양한 모순을 통해 새로운 양상으로 전환한다고 보았다. 모순은 끊임없는 투쟁을 통해 극복된다는 것이다. 이렇듯 지금 우리 사회가 겪고 있는 갈등과 싸움도 조화와 상생을 위한 몸부림이기를 희망한다. 사실 그냥 심심한 평화가 아니라면, 사람이든 사회든 그 속에는 늘 다양한 모순이 있게 마련이다. 어떤 의미에서 평화는 다만 ‘기우뚱한 균형’에 불과하다. 이미 다 이루어진 세계가 아니라 이루어가고 있는 세계라면, 기우뚱함은 균형의 짝일 수밖에 없다. 기우뚱하므로 균형이 있으며, 균형은 다시 기우뚱해지기 마련이다. 그래야 살아 있는 균형이라 할 수 있다.

그러면 어떻게 살아 있는 균형을 이룰 것인가? 우선은 싸움이 불가피한 현실임을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 싸움이란 무조건 나쁜 것이 아니라 사회의 모순과 갈등이 해소될 수 있는 자연치유력의 발동일 수도 있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싸우지 않고 사이좋게 지내기를 기대하기보다는, 싸우면서 사이좋게 지내는 싸움의 기술이 필요하다.

싸움이 서로의 이해 지평을 맞추려는 노력이 되기 위해서는 우선 상대방을 파트너로 인정할 필요가 있다. ‘달도 차면 기우나니…’. 누구나 알 만한 유행가 가사의 한 구절이다. 이보다 더 간명하게 세상 이치를 표현한 금언이 있을까 싶다. 내내 차지 않는 눈썹달이 없는 것처럼, 내내 기울지 않는 만월도 없다. 싸움의 한복판에 있는 사람이든 또는 구경꾼이든, 우리 모두는 달도 차면 기운다는 사실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멀리 보면 이기는 자도 없고 지는 자도 없다. 설사 지금 이기는 자가 된다 할지라도 머지않아 지는 자가 될 것이며, 지금 지는 자 또한 머지않아 이기는 자가 될 수도 있다.

‘승리와 패배를 하나로 여기고 나가 싸워라!’ 인도의 고전 ‘바가바드기따’에 나오는 한 구절이다. 전장 한복판에 마차를 세우고 스승 끄리슈나가 미혹에 빠져 어쩔 줄 모르는 아르주나에게 건네는 가르침이다. 싸우지 말라는 것이 아니라, 승리와 패배를 하나로 여기고 싸우라는 것이다. 참으로 비현실적이고 한가한 이야기로 들릴 수도 있겠다. 그럼에도 진리의 화신 끄리슈나는 승자도 없고 패자도 없는 싸움의 기술을 전한다. 대개 싸움은 승리를 위한 것이며, 승리를 위한 싸움은 흔히 너 죽고 나 살자는 싸움으로 치닫게 마련이다. 그것은 이해의 지평을 맞추려는 노력일 수 없다.

문제는 승자가 있는 한 패자가 있을 수밖에 없고, 패자가 있는 한 싸움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이다. 진짜 적(敵)은 건너편에 대치한, 창과 칼로 무장한 적군이 아니라 자기 안에 있는 탐욕과 증오라고 했다. 삶이라는 전장에서 우리를 쓰러뜨리는 것은 건너편의 적군이 아니라 스스로의 내면에 감춰진 탐욕과 증오라는 것이다. 인도 수행전통의 절정 딴뜨라에서는 좀 더 적극적인 싸움의 기술을 가르친다. ‘이 세상에는 불필요한 것으로 버려도 될 것은 아무것도 없다. 다만 불완전한 것이 있을 뿐이다’. 설사 지금 당장은 적으로 여겨지는 사람이 있다 할지라도, 그는 불필요한 존재로서 제거의 대상이 아니라, 결국에는 함께 공존해야 하는 불완전한 존재일 뿐이며, 불완전하기로 치자면 우리 모두는 오십보백보라는 것이다. 동병상련. 지금 우리 사회가 겪고 있는 갈등과 싸움이 부디 서로 이해의 지평을 맞추자는 노력이기를, 이미 너무 멀리 와버린 에필로그는 아니기를….

선문대 대학원 통합의학과 교수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이 대통령, 부캉이 보러 북항 방문…전재수 ‘돔 아레나’ 건의
  2. 2중리해변 흉물 알박기 텐트, 민원 쏟아져도 시늉뿐인 단속
  3. 3조용히 작품의 중심 잡아주던 사람…‘영원한 별’ 안성기 추억하다
  4. 4거인 3년 연속 7위…레이예스·한동희는 날았다
  5. 5市 기관장 하세월 임명절차…청문 통과해도 공백
  6. 6“북극항로 가능성, 시범운항서 확인”(종합)
  7. 7이헌승 “국제신문 100억대 체임 구속사유”…장관 “엄정 대응”
  8. 8닻 올린 HMM 부산시대…5년간 15조·2만 명 고용 효과
  9. 9[사설] 비타민이라 속여 주사맞혔나…진실 규명 시급하다
  10. 10공공기관 이전 연내 발표…“산은·금감원 반드시 부산 와야”
  1. 1이 대통령, 부캉이 보러 북항 방문…전재수 ‘돔 아레나’ 건의
  2. 2“북극항로 가능성, 시범운항서 확인”(종합)
  3. 3이헌승 “국제신문 100억대 체임 구속사유”…장관 “엄정 대응”
  4. 4김민석, 주진우 겨냥 “막말 땐 자격 정지 추진”
  5. 5與, 신천지 가입 정황 확인…후속 조치 주목(종합)
  6. 6李대통령 “늘어난 청소년 자살률…학업문제 등 강력한 대책 찾아야”
  7. 7KTX·SRT 통합, 이재용·최태원 증인채택 두고 여야 신경전
  8. 8강경화 “한미 협의 쉽지 않아” 시인…국힘 “정부, 혈맥 막혔는데 뭐하나”(종합)
  9. 9“부산 情 담은 뮤지컬 ‘당신만이’를 관광 콘텐츠로”
  10. 10[속보] 김민석 “신천지 신도들 당원 집단 가입 확인…조직적 경선 개입 관련 증언도 있다”
  1. 1市 기관장 하세월 임명절차…청문 통과해도 공백
  2. 2닻 올린 HMM 부산시대…5년간 15조·2만 명 고용 효과
  3. 3공공기관 이전 연내 발표…“산은·금감원 반드시 부산 와야”
  4. 4해양·파생특화 넘어 디지털금융으로…부산 금융도시 고도화
  5. 5해수장관 “내년 북극 시범운항 車운반선 등 확대”(종합)
  6. 6반도체주 추락에 5%대 급락…코스피 간신히 6000선 방어(종합)
  7. 7고리 3·4호기 계속운전 심사 개시…사고관리계획서도 상정(종합)
  8. 8광고산업 수도권 집중 심화…“지역업체 살려야”
  9. 9주가지수- 2026년 10월 13일
  10. 10K-뷰티에 AI 입힌다…서울 홍대·부산 서면에 '가상체험' 공간
  1. 1중리해변 흉물 알박기 텐트, 민원 쏟아져도 시늉뿐인 단속
  2. 2인천 대형마트 상가 50대 남성 흉기 난동…1명 심정지·7명 부상(종합)
  3. 3오늘의 날씨- 2026년 10월 14일
  4. 4동명대 스마트해양, 신라대 AI웰라이프, 고신대 AI헬스케어
  5. 5정신건강복지법 개정 갈등 심화…부산지역 심리학과 등 시국선언
  6. 6고영삼의 인생 이모작…한 번 더 현역 <87> 배우 강석우
  7. 7출처불명 선박 ‘뒷기름’ 40억 원어치 유통업자 집유 2년
  8. 8부산외고 학생들, 독립운동가 후손 초청 감사제
  9. 9“창원시민 필요한 사업 100개 추진할 것”
  10. 10단일 고분자반도체 3진 논리 소자 개발
  1. 1거인 3년 연속 7위…레이예스·한동희는 날았다
  2. 2황성빈은 첫 도루왕…끝까지 뜨거웠던 타이틀 경쟁
  3. 3한화, 새 사령탑에 류지현…3년 20억원
  4. 43년 無가을로 계약 만료…김태형 감독 운명은?
  5. 5프로야구 한화, 신임 사령탑으로 류지현 국가대표 감독과 계약
  6. 6HJ重·동부건설, 소외층·골프 꿈나무에 3000만원 기부
  7. 7어깨 부상 김우민, 수술 대신 재활로
  8. 8최동원 어린이 야구교실, 출범 11년 만에 프로선수 배출
  9. 9롯데, 신인 전원 계약…유망주 박근서 3억에
  10. 10차준환, 이번 시즌 국가대표·대회 출전 중단…서울시청과도 결별
우리은행
10대 부산시의회 상임위 들여다보기
“학교 통폐합 지역 맞춤형으로 접근”
10대 부산시의회 상임위 들여다보기
해운기업 유치, 해사법원 신설 “해양수도 부산 경쟁력 키울 것”
강동진의 도시이야기 [전체보기]
바흐를 찾아간 나, 한국을 꿈꾸는 그녀
세계유산위원회, 부산의 시간을 세계와 나누다
경제프리즘 [전체보기]
소비 아닌 문화 생산 주체 오페라하우스
한국 갯벌의 2단계 확대 등재 의미
과학에세이 [전체보기]
AI 시대, 부산 R&D의 대전환
원자력 청출어람, 스승을 가르치다
국제칼럼 [전체보기]
사라지는 것, 귀 기울일 것
열린 사회와 그 적들
기고 [전체보기]
거장은 떠나도, 오케스트라는 남아야 한다
전문대학을 소개합니다
기자수첩 [전체보기]
금고 이사장 전횡, 지금도 진행중
엘리트 자평해온 市 공무원…생중계 회의서 능력 입증을
김준희의 클래식 인사이트 [전체보기]
여름의 끝자락, 브람스
여름날의 애상, 왈츠
김지윤의 우리음악 이야기 [전체보기]
다대포에서 만난 퇴계 이황
세종시대 음악이 전해진 이유
뉴스와 현장 [전체보기]
솔직할 수 있는 용기, 당신에게도 닿기를
히말라야의 경고
도청도설 [전체보기]
사형 생중계
발탁해놓고 감찰
독자 투고 [전체보기]
새로운 시작 ‘황혼 이혼’
무료 화장실 깨끗하게 쓰자
메디칼럼 [전체보기]
요추부 척추관협착증, ‘메포츠’로 극복하기
B형 간염 ‘바이러스 수치’에 ‘급여’ 맞춰야
목지수의 도시브랜드 산책 [전체보기]
랜드마크 시스템의 시대
북항 돔구장에서 야구 보며 사우나를
박지욱의 뇌력이 매력 [전체보기]
건망증, 이렇게 잡자
운동으로 해마를 키우자
박진희의 컬처 픽 [전체보기]
‘부캉이’ 스펙터클에서 공존으로
부산 문화정책, 지금 필요한 선택
사설 [전체보기]
국감서 국제신문 회생 지연 지적…대주주는 결단하라
비타민이라 속여 주사맞혔나…진실 규명 시급하다
세상읽기 [전체보기]
부캉이가 북항에 던진 질문
개척자 정신
안재철의 연결하는 공간 [전체보기]
지구와 도시의 연결을 묻다
해양수도 부산, ‘제3의 경계 공간’
엄길청의 문전성시 [전체보기]
말과 현실이 너무 다른 부산
반도체와 부산
이보성의 미술 현장 산책 [전체보기]
두 미술관, 각자의 역할을 묻다
시장이 강해진 것일까, 비엔날레가 약해진 것일까
이상이 칼럼 [전체보기]
보건의료에서 지방정부 역할과 ‘정책 의료’
행위별수가제와 인두제, 오해와 진실
이정구의 맛과 건강 [전체보기]
미식과 오래 씹기
이제명의 오션 드림 [전체보기]
광복 81년, 다음은 바다의 산업 주권
HMM 부산 이전, 해양수도의 시험대
이홍의 세상현미경 [전체보기]
국제질서의 지각변동과 한국의 성장경로
한국이 가진 자산
정쾌호의 부동산 탐구생활 [전체보기]
부산 아파트 10년, 이중 양극화와 위상 추락
미분양의 경고, 지방 맞춤 ‘출구전략’ 서둘러야
주재민의 명당을 찾아서 [전체보기]
조선 8대 명당 중 하나인 정문도 묘
금가락지가 땅에 떨어진 형국, 곡전재
최태호의 와인 한 잔 [전체보기]
추석의 식탁, 가족을 잇는 와인
오스트리아 와인,빈의 시간을 마시다
특별기고 [전체보기]
‘해양수도 부산’ 토대부터 바로 놓아야
당론 따를지 역사 따를지 양심의 선택을
하순봉의 음악이야기 [전체보기]
박자와 기보
국민악파
황정수의 그림산책 [전체보기]
이대원의 ‘온정리 풍경’
유영국의 1957년 작 ‘사람’
CEO 칼럼 [전체보기]
거울 속의 외계인
물 들어올 때 노 저어라
  • 국제신문 골프대회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