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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홍 칼럼] 정신 줄 놓지 말고 다시 도전하자

  • 국제신문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9-10-03 19:53:13
  •  |  본지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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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아베 정부가 한국을 상대로 경제전쟁을 벌인 일로 나라가 발칵 뒤집혔다. 연이어 조국 법무부 장관과 관련하여 온통 나라가 시끌벅적하다. 더 큰 문제는 이 혼란 속에 한국 경제가 어려워지고 기업이 무너지고 있다는 이야기는 묻힌다는 점이다. 통계청에 의하면 한국 경제는 2017년 2·3분기를 정점으로 하강하고 있다. 수출도 지속해서 내리막길이다. 이 여파로 한국 경제의 기둥인 제조업이 심상치 않다. 도처의 국가 산업단지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창원산단이 그 예다. 1973년 국가산업단지로 조성된 후 한국 기계 산업의 메카 역할을 하였다. 이곳이 2016년을 지나면서 급격한 피로 현상을 보이고 있다. 이곳에 터를 잡은 지 50년이 넘은 한국공작기계라는 회사가 회생이 어려울 지경에 놓였다. 공장을 돌리지 않겠다고 나온 매물은 빠른 속도로 늘어나고 있다. 여기만 그런 것이 아니다. 다른 공단들의 사정도 비슷하다. 참 걱정스럽다.
그림 서상균
이런 가운데 그나마 희망적인 소식 하나가 들려왔다.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갤럭시가 애플의 아이폰을 앞섰다는 뉴스다. 삼성전자는 한국을 대표하는 제조회사다. 이 회사가 특이하게 잘하는 것이 하나 있다. 후발 주자로 시작해 어느 순간 선발 주자를 뛰어넘는 재주다. 가장 인상적인 것이 반도체 사업이다. 삼성전자는 1970년대 중반 이 산업에 뛰어들었다. 당시 국제적으로 쟁쟁한 기업들과 비교하면 구멍가게 수준이었다. 이런 이유로 당시 많은 사람은 삼성전자가 망하는 길을 택했다고 했다. 그런데 이 기업이 무서운 속도로 선발 기업들을 쫓아가기 시작했다. 4메가 D램이라는 초보적인 반도체를 만드는가 싶더니 어느새 세계 1위 업체가 되었다. 어쩌면 운이 좋았을 수 있다. 그런데 이 회사의 스마트폰 갤럭시가 애플의 아이폰을 제쳤다. 이는 결코 운이 아니다. 삼성전자는 2007년 아이폰에 놀라 2008년 갤럭시라는 엉성한 스마트폰을 만들었다. 그리고 12년 후인 2019년 갤럭시10을 출시하였다. 이보다 수개월 늦게 아이폰11이 선을 보였는데 미국에서 난리가 났다. 이런 졸작이 없단다. 전작인 아이폰10에 비해 혁신적인 것은 오로지 가격만 내렸다는 것이다. 차세대 통신인 5G도 탑재하지 못했다. 2019년 삼성전자는 화면을 접을 수 있는 폴더블폰도 동시에 선보였다. 세계가 삼성전자에 놀랐다. 이것은 큰 의미가 있다. 앞으로 이 회사가 스마트폰 산업을 평정할 것이라는 예고이기 때문이다. 왜 삼성전자 이야기만 하는가? 이유는 이 회사가 한 것에서 한국이 가야 할 길을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 경제가 살기 위해서는 제조업의 경쟁력 복원이 급선무다. 한국은 부가가치와 일자리 창출에서 제조업 의존도가 매우 높은 나라다. 제조업이 어려워진 이유는 글로벌 경기 쇠퇴도 있지만 근원적으로는 기업 경쟁력 자체가 약화된 데 있다. 기업 경쟁력은 기술 품질 원가 등에 의존한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도전하는 힘이다. 이것을 기업가 정신이라고 한다. 삼성전자의 약진 역시 철저히 도전정신이 밑바닥에 있었다. 삼성전자야 돈 많고 기술 있고 좋은 인력 있으니 경쟁에서 이길 수 있었던 게 아니냐고 반문할 수 있다. 과연 이렇게 쉽게 이야기할 수 있을까? 이 회사가 반도체를 시작할 당시로 돌아가 질문해보자. 당시 과연 이 회사는 반도체 사업을 감당할 만한 돈이 있었을까? 기술은 어땠을까? 또 이 산업을 꿰뚫고 있는 인력은 있었을까? 세 가지 질문에 대한 답은 모두 ‘아니다’이다. 간신히 가전제품을 팔아 연명하던 삼성전자에게 반도체에 필요한 천문학적 투자를 감당할 돈이 없었다. 기술은 더할 나위 없었다. 구걸을 해서도 얻기 어려웠다. 사람은 어떠한가? 반도체라는 단어를 들어보지도 못한 전자산업 인력이 전부였다. 이런 악조건 속에서 4M D램을 만들었다. 전 세계가 놀랐다. 그리고 다음 단계인 16M D램을 만들 수 있는지 지켜보았다. 4M와 16M는 전혀 다른 차원의 기술을 필요로 한다. 그런데 이 회사가 16M에 성공했다. 훨씬 고난도인 256M D램도 성공시켰다. 이제는 세계 1위다. 돈도 기술도 그리고 사람도 턱없이 부족했던 삼성전자가 이 일을 해낸 이유가 무엇일까? 도전정신이다. 이것을 빼고 삼성전자의 반도체 역사를 설명할 길이 없다. 삼성전자가 2008년 갤럭시라는 스마트폰을 만들었을 때도 마찬가지다. 어느 누구도 이 회사가 앞으로 애플을 제칠 것이라고 생각한 사람은 없었을 것이다. 12년이 조금 더 흐른 시점에서 이 일이 실제로 일어났다. 이게 쉬운 일인가? 이게 돈이나 기술 그리고 인력만으로 설명할 수 있는 일인가? 그 밑바닥에 흐르는 도전정신을 결코 낮게 평가할 수는 없다.
불행히도 한국 기업의 도전정신이 뚝뚝 떨어지고 있다. ‘2018 암웨이 글로벌 기업가 정신 보고서’는 한국의 암울한 이면을 보여준다. 이에 따르면 한국의 기업가 정신지수는 100점 기준 39점이었다. 조사된 44개국 중 33위다. 1위는 89점을 얻은 베트남이었다. 아시아 국가들의 평균 점수는 61점이었다.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한국의 제조업과 경제는 다 죽는다. 많은 기업인이 정말 기업하기 어렵다고 한다. 기회만 되면 팔고 편안하게 살고 싶다는 이야기를 무수히 한다. 이런 생각을 돌려놓는 것이 급선무다. 세 주체가 힘을 합쳐야 한다. 먼저 국민의 지원이 필요하다. 기업은 적이 아니다. 소수 기업인의 꼴사나운 행동으로 모든 기업인이 그럴 것이라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 정부도 도와야 한다. 기업을 얽매는 규제가 너무 많다. 이걸 풀어주어야 한다. 가업 승계를 할 경우 세계에서도 유례 없는 최고세율 65%(대주주 지분 승계 시)를 때려 기업하고 싶은 마음을 꺾는 것도 고쳐야 한다. 기업인도 마음을 다시 추슬러야 한다. 한국 기업들은 고난을 뚫고 살아왔다. 1970, 80년대에는 지독한 1차 2차 오일쇼크를 극복했다. 90년대는 IMF사태를 뚫고 나왔다. 2000년대는 미국발 금융위기를 헤치고 나왔다. 도전하는 마음이 살아 있어서다. 이번에도 이 마음을 접어서는 안 된다. 이것은 정신 줄을 놓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그러면 한국은 진짜 어렵게 된다.

광운대 경영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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