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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조국 수사와 헌법 원칙 /조충영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9-10-06 19:26:23
  •  |   본지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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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법무부 장관 수사와 관련해 많은 사람이 지난 토요일에도 대검찰청이 있는 서초동에서 집회를 열었다. 조국 장관이 잘못을 했는지 아닌지 나는 알지 못한다. 잘못한 게 있으면 형사적 책임을 져야 함은 당연하다. 그러나 형사 책임과는 별도로 이번 수사와 관련하여서는 몇 가지 문제가 있다. 지난 토요일 집회는 조 장관을 지지해 나온 사람도 있겠지만 그보다 많은 사람이 검찰 수사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고 이러한 방식이 바뀌어져야 한다는 이유로 나섰다고 생각한다. 윤석열 검찰총장은 스스로를 ‘헌법주의자’라고 했다. 그런데 이번 수사는 헌법적 관점에서 몇 가지 생각해 볼 점이 있다.

우선 헌법이 원칙으로 삼는 적법 절차의 문제이다. 비록 법이 정한 절차에 따른 권한을 행사하더라도 그 외형뿐만 아니라 그 실질적 내용도 적정해야 한다는 원칙이다. 지나쳐서는 안 되며 형평에 맞아야 한다는 것이다. 검찰은 이번 수사가 범죄 혐의가 있다고 판단, 그러한 국민적 의혹을 해소하려면 불가피하였기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말한다. 윤 총장도 기자들의 질문에 수사는 ‘절차에 따라 진행되고 있다’고 답변했다. 나도 이번 수사가 법이 정한 절차를 위반해 진행되고 있다고 전혀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헌법의 원칙인 적법 절차, 즉 형평에 맞느냐는 관점에서 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이때까지의 관행에 없었던 이번 수사가 형평에 맞으려면 앞으로 공직자로 지명된 사람에 대한 고발장이 접수되면 청문회를 기다리지 않고 수십 군데의 압수수색이라는 강제수사를 벌이고 그 고발장에 적시된 범죄뿐만 아니라 그와 관련된 작은 의혹이라도 수사를 해야 한다. 맹자가 죄인을 처벌하더라도 그 처자식에 대하여 그 화를 미쳐서는 안 된다고 했는데, 가족까지 그들의 지난날에 대한 수사도 받아야 한다. 과연 그게 맞는가. 앞으로도 모든 수사를 그렇게 할 자신이 있는가. 그렇지 않다면 이는 적법 절차에 어긋난다. 법이 부여한 권한을 가진 모든 국가기관이 비록 법에 명시돼 있더라도 함부로 권한을 행사할 수 없는 것도 바로 헌법상의 적법 절차의 원칙 때문이다.

두 번째는 민주주의의 기본 원칙인 대의제를 훼손했다. 수사야 정의감에 넘쳐 의욕을 가지고 하다 보면 좀 지나칠 수 있다. 그렇기에 범죄 혐의를 밝혀내는 등 결과가 좋으면 과정은 어느 정도 묻혀가기도 한다. 검찰이 지금 이 문제를 그런 식으로 인식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수사 결과를 떠나 대의제 민주주의 원칙을 어긴 것은 민주주의의 근간을 침해한 것으로 심각하다.

현대의 민주주의는 국민이 선출한 사람이 국민으로부터 부여받은 권한을 행사해 정치를 하는 대의제를 원칙으로 한다. 따라서 장관을 임명할 때에도 국민이 선출한 대통령이 지명하고 그 장관의 적정 여부 역시 국민이 선출한 국회위원이 검증한다. 즉 청문절차를 거치는 것이다. 이렇게 국민이 직간접 관여하는 민주적인 과정을 거쳐 장관이 임명된다. 그런데 이러한 절차에 국민에 의하여 선출되지 않아 직접적인 민주적 정당성을 갖지 못한 검찰이 개입한 것이다. 즉 검찰은 국민에 의하여 선출된 기관이 아님에도 민주적으로 진행되는 절차를 중간에서 가로채 장관의 임명에 영향력을 끼치려 했다. 이것은 민주주의 헌법이 규정한 대의제 원칙에 정면으로 위반되는 매우 심각한 것이다. 이번 수사는 고발인의 조사 없이 바로 압수수색이 진행되었다고 알고 있다. 고발인 조사 없이 압수수색한 경우는 고발인과 수사 외에서 이미 공감하였거나 아니면 사전에 내사를 해 어느 정도 내용을 알고 있는 경우 중 하나이다. 어느 것이든 모두 심각하다. 전자라면 고발인이 야당인데 야당과 검찰이 교감하였다는 것이 되고, 후자라면 검찰이 조국이라는 사람이 장관이 될 것을 예상하고 미리 그의 비리에 대하여 내사하였다는 것이 된다.

어느 것이든 대의제 원칙을 따라 정한 정당한 절차를 훼손하는 것이고 이는 결국 장관 임명에 직접 영향을 끼치려는 의도이다. 검찰은 무엇이 그렇게 급하였는가. 유례없는 조 장관에 대한 수사가 대의기관과 국민의 결정도 기다려 주지 못할 만큼 국가적으로 시급하고 중대한 문제였는가. 그 판단은 누가 무엇을 근거로 한 것인가.

법무법인 국제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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