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 해군 병사가 평상시 쓰는 모자 교체를 두고 갈등이 빚어진 적이 있었다. 군 당국이 해군 전투모를 해병대처럼 팔각형으로 바꾸겠다는 내용을 담은 ‘군인복제령 개정안’을 내놓으면서부터다. 편제상 같은 지휘계통에 속하는 해군과 해병대의 일체감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통일된 복장 규정이 필요하다는 군 안팎의 의견에 따른 것이었다.
이 지침이 발표되자 해병대 현역 장병뿐 아니라 예비역 사이에서도 거센 반발이 일었다. 팔각모는 해병대 고유의 상징물인데 이를 해군에까지 확대하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이유였다. ‘해병대 전통을 침해한다’는 주장까지 나왔다. 이에 군 당국은 해병대 측의 의견을 받아 들여 결국 이 계획을 백지화했다.
일반인 처지에서는 이런 사소한 걸로 다투느냐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전투모는 군별 또는 소속 부대의 자부심인 까닭에 교체는 말처럼 쉬운 게 아니다. 특히 남다른 임무를 수행하는 장병들에게 전투모는 어찌 보면 모든 어려움을 잊게 하는 자부심이 될 수 있다. 육군 특수전사령부의 검은 베레모, 유사시 피격으로 적진에 고립된 조종사를 구조하는 임무를 수행하는 공군 특수부대의 빨간 베레모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최근 국방부는 신형 육군 전투모를 내년 6월부터 병사들에게 지급한다는 방침을 국회에 제출했다. 2011년부터 육군에 보급된 베레모형 전투모가 비효율적이라는 판단에 따른 조치다. 지금 육군 병사들이 쓰는 모자는 챙이 없어 햇볕을 잘 막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게다가 100% 모직물이어서 통풍이 안 되는 바람에 땀을 많이 흘리는 여름철에는 착용자들의 불편함이 더 컸다고 한다.
국방부는 현재 여러 가지 형태의 전투모를 제작해 놓은 상태다. 챙이 달린 것은 물론이고 방습원단을 사용해 더운 날씨에도 쾌적한 착용이 가능하도록 만들었다. 군 당국은 다음 달 초 최종 품목을 확정한 뒤 연말까지 일부 부대에서 시험착용을 해 장단점을 파악하기로 했다.
2011년 육군 전투모 교체 때도 일부에서 반대 여론이 있었다. 그러나 군 당국은 더 강인한 인상을 준다는 점을 들어 전투모를 베레모형으로 바꿨다. 그런데 제품의 허점이 드러나자 십 년도 안 돼 또 교체를 서두르고 있으니 국방부의 즉흥 행정이 답답할 수밖에 없다. 이번 만큼은 질 좋은 제품이 병사들에게 전달되길 바란다. 제대로 된 전투모 하나 보급하지 못하면서 일당백의 군대를 기대해서는 안 된다.
염창현 논설위원 haorem@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