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명의 귀중한 인명을 앗아간 부산 사하구 구평동의 산사태가 전형적인 인재일 가능성이 높아졌다. 토목 전문가들이 현장을 확인한 결과 40여 년 전 산 정상을 깎아 만든 예비군 훈련장의 아래쪽 계곡이 석탄재로 매립된 데다, 배수시설도 물길이 모이는 지형적 특성에 대한 고려 없이 만들어졌을 개연성이 높다고 본 것이다. 폭우로 한꺼번에 쏟아진 물이 제때 빠져나가지 못하고 땅으로 스며들어 점성이 약한 석탄재 성분의 지반이 붕괴되는 사고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사고 현장에 시커멓게 모습을 드러낸 매립재는 변명의 여지가 없다. 군 훈련장이 조성된 1980년 당시 환경의식이 아무리 미약했고 이런 식의 매립이 관행이었다고는 하나 화력발전소에서 태우고 남은 재를 계곡을 메우는 데 사용했다는 것은 충격이 아닐 수 없다. 군과 발전소 측의 환경과 안전에 대한 무감각이 이번 사태를 불렀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사람이 살고 있는 마을에 충분한 배수시설을 만들지 않았을 가능성에 대한 조사도 필요하다. 빗물이 성토재와 함께 쓸려내려와 아래쪽 배수시설을 마비시켰다는 전문가들의 진단이 나오는 상황이다.
더 큰 문제는 붕괴사고가 이번 한 번이 아니었다는 점이다. 주민들의 증언을 보면 30여 년 전 최소 2, 3차례 산사태가 더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당시엔 인가가 드물어 큰 피해가 나진 않았던 게 그나마 다행이다. 이 일대 지반이 약하다는 통장의 경고도 여러 차례 무시됐다. 지자체 관리 재해위험지가 아닌 곳에서 발생한 이번 사고는 위험지 관리 체계의 허술함을 보여주는 단면일 뿐 아니라, 다른 지역도 위험에 노출돼 있을지 모른다는 불안을 키운다.
토지 소유주, 군 부대, 감천화력발전소 등 사고 관련 기관들의 면면이 드러나고 있다. 오래전 일이라 책임 소재를 따질 수 없다는 말은 변명에 불과하다. 과거 관행이 현재 사고에 대한 면죄부가 되어선 안 된다. 경찰과 관할 지자체가 사고 원인을 철저히 규명하고 책임자를 가려내는 게 또 다른 인재를 막는 길이다. 부산 전역에 산재한 불법 매립지나 재해위험지에 대한 관리방식도 전면 개선해 주민 불안을 잠재워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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