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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칼럼] 의료전달체계 확립이 국민을 살린다 /박원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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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입력 : 2019-10-07 19:13:44
  •  |  본지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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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의료계 안팎에서 의료전달 체계에 대해 많은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 의료전달 체계란 경증 환자는 1차 혹은 2차 의료기관이, 중증 환자는 3차 의료기관이 맡아 치료하는 것을 말한다. 3차 의료 기관은 환자를 바로 진료할 수 없고 1, 2차 기관에서 의뢰되어 온 환자를 맡아야 한다. 1차 의료기관은 의원이고 2차 의료기관은 병원이다. 그러나 대학병원 중에도 2차 의료기관인 곳이 많다. 즉 경증 환자도 진료할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3차 의료기관은 43개로 정해져 있다. 그러나 많은 대학병원이 제2, 제3 병원을 건립해 왔고 현재도 건립 중이다. 이런 병원들은 2차 병원이 된다. 2차 병원이 되면 모든 경증 환자를 진료할 수 있게 된다. 어떤 지역에 2차 병원인 대학병원 분원이 설립되면 환자들을 흡수하여 주위 병·의원을 고사시킨다.

이런 상황은 우리나라 의료전달 체계를 정착하지 못하게 한다. 의료전달 체계는 중증 환자가 적절한 병원에서 이른 시간 내에 치료를 받는 시스템이다. 그러나 문제는 응급실에 경증 환자가 몰리면 중증 환자가 응급실에 가도 적기에 치료를 받게 되기 힘든 경우가 생길 수 있다. 3차 의료기관 응급실인 권역응급의료센터 상당수는 경증 환자가 절반 이상이다. 중증 응급 환자 문제가 아니더라도 ‘문재인 케어’로 상급병원 진료비가 예전에 비해 저렴해지자 경증 환자까지 몰려 암에 걸린 환자가 진료 예약을 하니 3개월 후에 예약이 잡혔다는 말이 심심찮게 들린다.

이것은 정상이 아니다. 다만, 정부는 의료전달 체계를 바로잡으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 그러나 의료계와 상의 없이 정책을 발표하다 보니 실효성이 떨어지는 정책만 난무한다는 지적이 많다. 한 예로 경증 환자를 3차 의료기관에서 진료하면 페널티를 주는 정책을 발표했다. 하지만 고혈압의 경우 26개의 병명 코드가 있는데 3개만 경증이다. 대학병원에서 코드 하나만 바꿔도 그 환자는 중증으로 전환되어 병원이 페널티를 받지 않는다. 또 회송 소견서를 써서 환자를 1차 혹은 2차 의료기관으로 보내면 보상을 하는데 3차 의료기관 입장에서는 보내는 것보다 환자를 계속 잡아두고 검사를 하는 것이 금전적으로 더 유리하다고 모 의대 교수는 언급했다.

유통산업발전법은 대기업 유통업체 진출을 제어하여 기존 전통상인을 보호하자는 취지의 법이다. 의료 영역은 다른 나라 세상이다. 아무도 동네 병·의원이 망하든 말든 신경 쓰지 않는다.

최근 중소기업에 한해 주 52시간 제도를 다시 손보겠다는 대통령의 언급이 있었다. 지금이라도 이렇게 중소기업에 관심을 두는 것은 바람직하지만 시행하기 전에 미리 중소기업의 입장을 고려하고, 직접 기업을 운영하는 중소기업가들의 말을 듣고 시행했다면 좋았을 것이다. 의료계도 마찬가지다. 문재인 케어는 의료계와 전혀 상의 없이 발표되었고 진행되고 있다.

   
의료전달 체계가 무너지면 현시점에서도 나타나는 것과 같이 경증 환자까지 대학병원으로 몰려 국가 의료비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중증 환자가 적기에 치료받지 못하게 된다. 이것은 정부나 국민이 원하는 바는 아닐 것이다. 의료전달 체계가 무너지면 대도시의 병·의원도 영향을 받지만 대도시가 아닌 지역의 병·의원은 경영이 더욱 어려워져 도산하게 될 가능성이 커진다. 결국 그 지역 주민이 위험에 빠질 수 있다. 우리나라 전 지역에 대학병원을 지을 수는 없기 때문에 중소 병원은 의료전달 체계의 중간 다리 역할로 매우 중요하지만 지난해 우리나라 중소병원은 처음으로 그 숫자가 감소하였다. 의료전달 체계를 확립하는 방법은 대학병원이 분원을 만드는 것을 제한하고 3차 의료기관의 외래 기능을 최소화하며 중증·난치 환자만 진료해도 운영이 되도록 국가가 재정적 지원을 하는 것이다.

박원욱병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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