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부산메디클럽

[장재건 칼럼] 부산 공공기관 혁신 이번엔 제대로 될까

부산시 1단계 로드맵 발표…다양한 실행안 담았지만 통폐합 의지는 불투명해

과거 실패 답습 않으려면 보다 과감하게 메스 대야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우리나라에서 공공기관이란 단어는 어김없이 방만경영이란 말로 이어진다. 때만 되면 도덕적 해이니, 고액 연봉이니, 낙하산 인사니 하며 난타당하는 동네북 신세다. 중앙정부 산하든, 지자체 산하든 가리지 않는다. 해당 기관이나 직원들로선 무슨 커다란 죄를 지은 집단처럼 도매금으로 취급되니 억울할 법도 하다. 물론 모두 그렇지 않다는 건 안다. 공공의 이익을 위해 정부나 지자체로부터 위탁받은 사무를 충실히 수행하는 기관이 왜 없겠나. 그럼에도 여전히 상당수 공공기관이 국민 눈높이에 미치지 못한다는 건 부인하기 어려운 사실이다.

부산만 해도 시 산하에 공사·공단과 출자·출연기관 등 25개의 공공기관이 있다. 근무 인력만 6000여 명이다. 이들 기관 또한 방만경영이란 말에서 자유롭지 않다. 더구나 25개라는 숫자가 전국 지자체 중 최다라는 딱지 또한 늘 따라다닌다. 사실 제 역할만 한다면 전국에서 산하 공공기관이 제일 많은들 무슨 상관이겠나. 숫자의 많고 적음이 방만경영 여부와는 직접 연관이 없는 까닭이다. 문제는 현실이 그렇지 않다는 점이다. 모두는 아니겠지만 부산시에서도 산하 공공기관 혁신은 늘 주요 화두였다. 오거돈 시장만 해도 취임 초 통폐합 등 구조조정 의지를 강하게 밝힌 바 있다.

오 시장이 이처럼 의지를 피력했으니 후속조치가 없을 수 없다. 시는 이를 위해 최근 공공기관 효율성을 높이고 공공서비스를 강화하기 위한 ‘1단계 혁신 로드맵’을 발표했다. 조직·기능 조정, 사업예산 재구조화, 재무구조 개선, 급여·회계 제도 개선 등 4개 분야 225개 세부 실행과제로 구성됐다. 조직의 군살을 빼고 예산을 과감하게 줄이겠다는 이야기다. 이런 로드맵을 통해 장기적으로 최소 1개에서 최대 3개까지 공공기관 수를 줄이겠다는 게 시의 복안이라고 한다.

지난 8개월간 공공기관 경영진단을 통해 도출한 개선안이라니 나름의 고민이 없지 않았겠다. 무려 225개나 달할 정도로 세부 실행과제가 많은 걸 보면, 그간 이들 공공기관이 얼마나 비효율적으로 운영돼 왔는지 짐작할 만도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뭔가 식탁은 풍성한데 제대로 먹을 게 눈에 띄지 않는다는 느낌이 드는 건 왜일까. 이는 아마도 가장 핵심인 공공기관 통폐합 의지가 제대로 드러나지 않은 탓이 아닐까 싶다. 통폐합 대상을 구체화하지도 않은 채 최대 3개까지라는 두루뭉술한 표현을 쓴 로드맵이란 게 얼마나 효과가 있을까라는 의문이다.

시는 조직·기능 통폐합과 관련한 나머지 실행과제는 내·외부 우려를 해소하고, 행정 신뢰도를 위해 2단계 추진 방안으로 지정했다고 설명했다. 공론 절차, 연구용역 기간, 기관장 임기 보장 등을 고려해 단계적으로 시행하겠다는 이야기다. 물론 공공기관 통폐합이라는 게 무 자르듯 단칼에 이뤄질 간단한 작업이 아니라는 점에서 시의 복안을 이해 못 할 바는 아니다. 하지만 이번 1단계 로드맵조차 오 시장이 취임한 후 1년이 넘어서야 나왔다. 그간 경영진단 등의 기간이 필요했다고는 하지만, 또다시 이런저런 우려사항을 고려해야 한다면 언제쯤 2단계 작업이 추진될지 솔직히 기약하기 어렵다.

이처럼 회의적인 생각이 드는 건, 전임 서병수 시장 시절의 산하 공공기관 구조조정 실패를 답습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 때문이다. 당시 서 시장 또한 취임 1년여를 지나 공공기관 통폐합 등 고강도 혁신계획을 발표했다. 경영 악화가 심각한데도 혁신 의지가 부족하거나 개선 효과가 미흡한 공공기관 2개 이상을 구조조정하겠다는 방침도 여기에 포함됐다. 그러나 이후에도 계획은 제대로 실행되지 않았고, 이는 결국 고스란히 오 시장의 몫으로 남았다.

전임 시장 실패가 현 시장의 실패로 이어지리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그러나 공공기관 구조조정이 말처럼 그렇게 호락호락한 일이 아니라는 건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 취임 초부터 강하게 밀어붙이지 않으면 시간이 갈수록 흐지부지 될 수밖에 없다. 우선 해당 기관의 조직적 저항이 만많찮다. 이를 시행하는 공무원 조직 또한 그다지 적극적이지 않다. 산하 공공기관은 퇴임 공무원의 또다른 밥줄이어서다. 취임 초 단체장 뜻에 맞춰 시늉만 하다 시간만 보내면 결국 유야무야 되는 걸 봐온 터다. 이번 시의 1단계 로드맵도 그 전철을 밟기 십상이다.

부산시는 공공기관 통폐합 의지를 밝히면서도 일부 공공기관 추가 설립을 추진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지자체 중 최다 숫자라는 게 문제는 아니듯, 꼭 필요한 공공기관이라면 더 못 세울 이유도 없다. 다만 문제 투성이인 기존 공공기관에 과감한 메스를 대지 않고서야 명분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화려하고 많은 과제를 나열한 로드맵이 중요한 게 아니다. 오 시장에게 남은 기간은 그리 많지 않다. 결코 좌고우면할 일이 아니다.

논설실장 jjk@kookje.co.kr


[국제신문 공식 페이스북] [국제신문 인스타그램]

 많이 본 뉴스RSS

  1. 11960 ~ 70년대 부산 미술은 어땠을까
  2. 2모레 유치원 초1·2 등교…학부모 “이른 것 아니냐” 불안
  3. 3이래도 한물갔다고? 송승준 롯데 불펜 버팀목 자처
  4. 4국세청, 고소득 유튜버 탈세·은닉 ‘현미경 검증’ 나서
  5. 5혈액부족 재난문자 덕에 일단 급한 불은 껐지만…
  6. 6[서상균 그림창] '1일 1깡'…
  7. 7뇌물수수 혐의 유재수, 1심서 징역형 집유
  8. 8중국, 홍콩보안법 금주 처리 강행…민주화 시위 다시 불붙다
  9. 9시진핑 “중국 경제 코로나 위기에 끄떡없다…잠재력 충분”
  10. 10[브리핑] 롯데아울렛 29일부터 메가세일
  1. 1PK를 잡아라… 부산 찾는 민주당 당권·대선후보들
  2. 2노동당 중앙군사위 회의 주재한 김정은 “핵 전쟁 억제력 강화”
  3. 3文대통령, 28일 청와대서 여야 원내대표와 오찬 대화
  4. 4해외입양 한인 16만 명에 마스크 37만 장 지원한다
  5. 5당권 쥔 김종인…부산시장 보선 구도 변동성 커진다
  6. 6여권 봉하 집결…권양숙 “많은 분 당선돼 기뻐”
  7. 7문재인 대통령, 28일 청와대서 민주·통합 원내대표와 오찬…협치 재가동
  8. 8김정은 22일 만에 다시 등장…미국 겨냥 “핵전쟁 억제력 강화”
  9. 9김종인 비대위 9명 중 4명 청년·전문가 영입
  10. 10
  1. 1 외국인선원 근로실태조사 강화
  2. 2관리비 내드려요…지역업체 공유오피스의 파격
  3. 3 롯데아울렛 29일부터 메가세일
  4. 4국세청, 고소득 유튜버 탈세·은닉 ‘현미경 검증’ 나서
  5. 5홈웨어 겸 외출복…올여름 ‘원마일 웨어’ 뜬다
  6. 6코로나 경제쇼크 저소득층이 더 혹독…‘긴급지원’ 요건 완화·기한연장 검토
  7. 7금리 낮출까…28일 한국은행 금통위 주목
  8. 8
  9. 9
  10. 10
  1. 1 전국에 비 소식 … 경북 내륙에 돌풍 불고 천둥·번개 예보
  2. 2김해 목재공장서 화재 … 소방, 인근 공장 확산 차단 주력
  3. 3부산시 코로나19 확진자 12일째 ‘0’명 … 누계 141명 유지
  4. 4새벽 해루질에 나섰던 아버지와 아들 숨진 채 발견
  5. 5방역당국, 다음주부터 '어린이 괴질' 감시체계 가동
  6. 6코로나19 신규확진 사흘째 20명대 … 초·중학생 등교하는 2주가 분기점
  7. 7경남 코로나19 1명 추가 확진
  8. 8알 수 없는 이유로 가드레일 들이받고 전복…경찰 “정확한 사고 원인 조사 중”
  9. 9고성 삼강엠엔티, 국내 최초 해상풍력발전기 하부구조물 수출
  10. 104개월 만에 경마기수 노조 설립신고 받아들여져
  1. 1롯데 2년차 서준원 '인생투', 키움 2-0 꺾고 '위닝시리즈'
  2. 2이래도 한물갔다고? 송승준 롯데 불펜 버팀목 자처
  3. 36.2이닝 무실점…거인 막내 서준원의 ‘인생투’
  4. 4‘KBO 홍보맨’ 류현진 “한국 경기장은 열광적 파티 현장”
  5. 5손흥민 몸값 866억 원 아시아 1위…일본 해외파 5명 총액보다 비싸
  6. 6
  7. 7
  8. 8
  9. 9
  10. 10
우리은행
21대 국회 대해부
여의도를 움직이는 ‘관계’- 쌓아갈 인맥
21대 국회 대해부
여의도를 움직이는 ‘관계’- 선택한 인맥
강동진 칼럼 [전체보기]
진정으로 변해가는 모두의 시간 되길
그럼에도 봄은 오고 있다
기고 [전체보기]
‘바리데기’ 청소년, 그들이 시민이다 /이진숙
코로나 빌미로 분열 도모하지 말라 /곽붕
기자수첩 [전체보기]
‘동학개미’ 2030의 절박한 초상 /안세희
과거사법 마지막까지 관심을 /김해정
김용석 칼럼 [전체보기]
초선 의원들은 잘할 수 있을까
히포크라테스의 거울
김지윤의 우리음악 이야기 [전체보기]
공연예술 패러다임 바뀐다
단절은 또 다른 생성을 낳는다
뉴스와 현장 [전체보기]
수도권 일극체제와 관문공항 /송진영
전성기의 부산시장을 갖고싶다 /정유선
도청도설 [전체보기]
스웨덴의 자율 방역
여성 국회부의장
문태준 칼럼 [전체보기]
빈자일등(貧者一燈)
우리는 서로의 환경이다
박상현의 끼니 [전체보기]
광주의 상추튀김과 쌈
갱(羹)도 아니고 죽(粥)도 아닌 ‘갱죽’
사설 [전체보기]
부울경 민관학 광역연합체, 구체적 성과가 관건이다
성추행 사건 공증 법무법인 오 전 시장 변호 적절한가
이상이 칼럼 [전체보기]
‘기본소득’을 반대하는 이유
재난기본소득, 정명(正名) 아니다!
이수훈 칼럼 [전체보기]
코로나19와 한국의 중견국 외교
허황된 중국경사론
이은화의 미술여행 [전체보기]
뒷모습을 그린 화가
권력자 마음을 꿰뚫어 본 초상
이홍 칼럼 [전체보기]
코로나가 한국에 준 새로운 기회
코로나의 도전과 한국인의 응전
장재건 칼럼 [전체보기]
K방역의 힘 보여주는 건 이제부터다
여야 모두에 경고장 보낸 부산 민심
조영석의 음악이야기 [전체보기]
장미꽃과 하프와 5월
문득 찾아온 토마소 알비노니
최태호의 와인 한 잔 [전체보기]
와인의 숙성, 사회의 성숙
거리두기
특별기고 [전체보기]
‘도시국가’시대 市長의 역할 /정해문
‘코로나 19’ 반드시 이겨낼 것이다 /곽붕
황정수의 그림산책 [전체보기]
무명 천재 화가의 화조 민화
소치 허련이 그린 도깨비 그림
  • 낙동강수필공모전
  • 2020 어린이 극지해양 아카데미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
스토리 박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