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파괴력’만으로 봤을 때 올 연말까지 한국 경제와 금융시장을 파국으로 몰아갈 수 있는 가장 큰 악재 하나만 꼽으라고 한다면 주저하지 않고 ‘홍콩 시위’를 꼽을 것이다.
물론 미중 무역협상도 있고, 미·유럽 무역 긴장도 있고,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인 브렉시트도 ‘노 딜’로 갈 경우 엄청난 충격이고, 미국 트럼프 대통령의 탄핵 이슈도 무시할 수 없다. 하지만 이런 악재는 사골국처럼 많이 우려먹었다. 그만큼 시장은 대비하고 있다는 이야기이다. 하지만 홍콩에서 4개월째 계속되는 반정부 시위는 어디로 튈지 모르는, 시장이 전혀 대비하지 못하고 있는 ‘블랙스완(검은 백조)’ 같은 존재이다. 이 대목에서 홍콩 시위와 한국 경제가 무슨 상관이냐고 반문할 수 있겠지만 그렇지 않다. 홍콩 시위가 앞으로 어떻게 진행되느냐에 따라 메가톤급 충격이 닥칠 가능성이 매우 크다.
우선 살펴볼 부분은 역시 위안화이다. 중국에선 이런 말이 있다. 중국이 미 달러화를 조달하는 3개의 창구가 있는데 바로 상품계정, 자본계정 그리고 ‘홍콩계정’이라고…. 그렇다. 홍콩은 아시아의 최대 금융허브로 달러가 넘쳐나는 곳이다. 중국에 이뤄지는 외국계 자금들의 투자는 모두 홍콩을 경유한다. 그런데 최근 이상한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 ‘달러 이탈 현상’이다. 투자은행 골드만삭스에 따르면 지난 8월 홍콩에서 30억~40억 달러에 달하는 자금이 빠져나갔다. 향후 홍콩 시위사태가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돈은 더 많이, 더 빠르게 이탈할 것이다.
여기에 지금 홍콩 시위대는 홍콩의 ATM기기에서 돈을 대거 인출하면서 ‘뱅크런(은행의 대규모 예금인출 사태)’까지 시도하고 있다. 쉽게 말해 지금 홍콩 시위대가 일시적으로 한꺼번에 은행에 달려가 예금을 인출하려 하면 은행은 돈을 내줄 수 없어 결과적으로 치명상을 입게 될 것이다. 홍콩 금융시장이 무너진다는 건데, 이것은 결국 중국 경제 특히 위안화를 흔들어 위안화 가치가 급락하게 될 것이다. 자, 문제는 바로 여기에 있다. 현재 위안화와 함께 움직이는 한국 원화 가치도 함께 급락하며 환율이 급등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때 외국계 자금 이탈까지 겹치면 국내 금융시장은 요동칠 수밖에 없고, 수출 부진까지 더해진다면 상황은 더 빠르게 악화될 것이다.
2016년 1~2월 중국과 홍콩의 외환시장에는 치열한 전쟁이 펼쳐졌다. 헤지펀드 환투기 세력들이 “중국 위안화가 30% 이상 고평가됐다”면서 위안화를 공격했기 때문이다. 이들은 위안화 가치가 더 떨어져야 한다며 공매도로 압박했는데 이때 참가한 세력의 면면을 보면 아찔할 정도였다. 헤지펀드의 대부 조지 소로스, 2008년 말 세계 금융위기 당시 서브 프라임 모기지 사태를 예측해 큰 수익을 냈던 카일 바스, 억만장자 트레이더인 스탠리 드러큰 밀러와 자크 슈라이버, 최고의 공매도 투자자 데이비드 아인혼 등 일명 ‘드림팀’이 연합해 위안화를 공격했다. 결과는? 오히려 중국 인민은행의 압승이었다. 당시 중국 인민은행은 매일 아침 인위적으로 위안화 가치를 높여 발표했다. 엄청난 공매도 공격을 자신들의 달러 외환보유고를 통해 막아 내고 동시에 고시 환율제를 통해 위안화 방어에 성공했던 것이다. 당시 이 헤지펀드 드림팀은 3개월 동안 3조 원이 넘는 손실을 보고 항복 선언했다.
이 이야기를 꺼낸 건 이처럼 중국의 외환 통제력은 막강하니 걱정이 없다는 걸 말하려는 게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이다. 지금 외환시장에는 그때의 패배를 복수하려는 헤지펀드 세력이 호시탐탐 기회를 엿보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최근 중국은 미국에 의해 매겨진 높은 관세를 상쇄하려고 인위적으로 위안화 가치를 떨어뜨리는 ‘위안화 약세 정책’을 펴고 있다. 향후 ‘홍콩 시위’는 더욱 격렬해지고 홍콩 금융시장에 문제가 발생하면 이제부터 위안화는 ‘임계점’을 넘어 원하지 않는 가치 폭락을 만날 수 있다. 초유의 달러 부족 사태를 맞을 수 있다는 것. 여기에 미국이 더 압박하고 헤지펀드까지 가세한다면?
지금 홍콩, 중국 걱정을 하는 게 아니다. 위안화에 문제가 발생하면 원화에도 전염될 수 있기 때문이다. 홍콩 시위가 검은 백조를 만들 수 있다는 사실, 절대 놓쳐서는 안 된다.
경제 컬럼니스트·진 투자컨설팅 대표